대단지 아파트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느낀 장점은 많은 매물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단지에서 비중이 적은 소형 평수의 매물들 중에서 선택해야 했지만, 비교하고 따져보며 많이 고민했다. 매물들이 가지고 있던 작지만 큰 차이들은 다양했다.
<나의 고민, 밸런스 게임들>
1. 탑층 VS 중층 VS 저층
-저층은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려 대상에서 가장 먼저 제외했다.
-신축 탑층은 어떨까? 층간 소음에서 자유롭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가 있다고 한다. 임장을 해보니 나와는 맞지 않았다. 거실 창문 밖의 풍경을 내려다보면 어지러웠다.
2. 동, 호수, 뷰 = 복도 끝 VS 복도 중간
-특정 동에만 있는 소형 평수는 동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로열동 로열층을 고려한다고 한다. 소형 평수는 비인기동에 주로 위치해 있다.
-호수는 따졌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호수는 프라이버시나 소음 등의 문제가 있어 보여 제외했다.
-호수에 따라 남서향, 남동향으로 햇빛을 받을 수 있었다. 둘 다 남향이기 때문에 남서가 좋은지 남동이 좋은지까지는 따지지 않았는데 남동향은 확실히 아침, 오전 시간에 햇빛이 강렬하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호수에 따라 거실 창으로 내다볼 수 있는 풍경도 조금씩 달라진다. 중요했다.
-임장 할 때는 뷰를 크게 따지지 않았는데 살아보니 왜 사람들이 '뻥뷰'를 쳐주는지 알게 되었다. TV 다음으로 자주 시선이 가게 되는 곳이 거실 창문 밖 풍경이었고 이것은 내 마음에 편안함을 주는 커다란 요소였다. 풍경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3. 풍경 너머 바깥에 있는 것
-놀이터가 보인다 : 창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이 소리 지르고 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욕도 들었다.)
-수경시설이 보인다 : 여름 시설 운영시간에 창문을 열면 비가 오는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다. 인공폭포 소리가 비 오는 소리처럼 들린다.
-저층 정원 뷰다 : 벌레 유입이 있을 수 있다. 가지치기 작업 있을 때 창문을 반드시 닫아야 한다.
-차들이 보인다 : 매연, 소음. 아파트 선택 당시 이를 제외했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4. 옵션들 (시스템 에어컨... 밑줄 긋고 강조)
-대리석(?) 바닥은 차가운 느낌이 들어 제외했다. 선호하는 분들은 추가금 내고 옵션으로 깐다고 한다. 물건을 잘 떨어뜨리지 않는 우아한 분께 추천한다.
-인테리어 공사 여부 : 작은 평형은 거실 공간 활용을 위해 가벽 인테리어를 한 곳들이 있다. 제외했다.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설치된 인테리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천정에 설치된 시스템 에어컨 : 모든 방에 설치가 된 경우, 작은 방에만 설치가 되지 않은 경우, 아예 설치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입주 전에 천정공사를 추진하고 싶지 않다면 공사가 완료된 매물을 고를수록 좋다.
-관리하기 어려운 시스템 에어컨이 꼭 필요할까? 에 대해 고민했다.
벽걸이 에어컨 써봤는데 미관상 좋지 않다. 관리 및 청소는 용이하다.
그렇다면 스탠드형 에어컨? 미관상 나쁘지도 않고 관리 및 청소도 용이하다.
하지만 시스템 에어컨에 대한 논쟁글 중 어떤 댓글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아파트의 평당 단가를 생각했을 때 그 물건에게 비싼 공간을 내주었다고 생각해라.'
천장으로 올릴 수 있는 것은 올리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 천정에 실링팬까지도 많이 설치하는 것 같다.
5. 집주인의 거주 여부(물론 집주인 나름이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경우 : 집주인이 세입자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아 싸게 팔려는 눈치인 집이 있었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은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집보다는 관리가 덜 되어 있거나, 하자보수가 안 되어 있는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임장 가서 하자보수 할 부분을 발견한 경험이 있다.
-집주인이 거주하는 경우 : 대체로 깔끔하다. 그러나 집주인도 집주인 나름이었다. 주인 성향에 따라 어떤 집은 호텔 같고 어떤 집은 오래된 골동품 상점 같았다. 어르신 냄새가 심한 곳도 있고 복도까지 그 냄새가 나오는 곳도 있었다.
지어진 지 몇 년 안 된 집인데도 이렇게 다양한 차이가 있어서 놀랐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도배, 장판하고 들어갈 건데 집 안에 있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
하지만 호가가 같거나 비슷한 매물을 비교한다면, 고려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살아보니 더 느껴졌다. 사기 전에 했던 작은 고민이 살면서 큰 고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살아보니, 작은 것도 꼼꼼히 따져보고 매물을 고른 내 자신을 칭찬해도 될 것 같다.
결국 나는 집을 아껴 사용한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신혼부부의 집을 계약했다. 심지어 나는 도배, 장판도 하지 않고 입주청소만 하고 이사했다. 그리고 그 집에 살면서 전 주인이 선택한 옵션들에 만족했다. 거실과 큰 방에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음은 물론, 작은 방에는 방에 어울리는 디자인의 붙박이장이 있고 현관에도 부드럽게 여닫을 수 있는 3단 폴딩 중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집들이 오는 사람마다 내가 말하기 전에 먼저 중문과 붙박이장이 예쁘다고 칭찬했다. 화장실 줄눈까지도 내 마음에 드는 색상으로 칠해져 있었다. 작은 것들이 자꾸 보였고 볼수록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