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산 1인 가구가 버티는 방법
"혼자 살면 돈 쓸 곳 없지 않아?"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1인 가구는 항변할 것이 많다. 1인 가구가 돈 쓸 곳 많은 이유를 몇 가지만 언급해 본다.
1. 규모의 경제 불가능
2. 싱글세
3. 신호부부 청약, 다자녀 지원 등의 기회비용 상실
4. 혹시 모를 결혼?에 지불하게 될 미래의 인플레이션 비용
이것들을 제치고서라도 가장 큰 이유 한 글자를 적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집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에 골인한 친구는 이제 벌써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다. 결혼할 당시 친구는 양가의 도움을 받아 집을 샀다. 그러나 나는 겨우 1년 전에 집을 샀다. 10년 전에 집을 산 기혼 친구와 1년 전에 집을 산 나를 비교하면 누가 더 큰 돈을 집에 써야 했을까?
'결혼하고 집 사야지'
이런 생각으로 집에 대한 고민을 미루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었다. 늦은 후회도 비용으로 지불했다.
하지만, 유연한 자금 운용이 가능한 1인 가구인만큼 이제부터라도 더 전략적으로 살아보리라.
독신이라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혼자 견뎌라.
매달 은행에 지불하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평생 다이어트와 동반자 관계를 맺어야 했다. 내가 해야 할 다이어트는 다섯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모임 다이어트
유료 모임. 호기심에 결제하고 수동적으로 참여만 하게 되는 모임들을 하지 않게 되었다.
정말 배울 필요가 있는 분야(AI 등)의 클래스를 제외하고, 어설픈 친목 모임에 대한 호기심은 버리게 되었다.
이를테면......
독서모임이라고 해서 갔는데 미팅 모임
요리 클래스라고 해서 갖는데 또 미팅 모임
다양한 체험 이래서 신청하고 갔는데 주먹구구식 체험 후 술 먹는 모임
이번에는 알찬 내용이겠지? 좋은 사람들과 좋은 배움을 갖겠지? 하는 기대는 대부분 들어맞지 않았다.
‘실패도 다 경험이지’하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나이도 지났다. 이제는 소모적인 친목 위주 모임은 필요가 없어졌다. 신중하게 선택하게 되었다.
둘째. 불필요한 인맥 다이어트
모임에서 사람들이 계속 만남을 이어가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 즐거울 때는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도 좋은 마음으로 만남을 이어갔다.
그런데 모임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매번 비싼 와인 보틀을 시키고, 고급 안주를 먹어야 했다. 카페에서 만나자고 유도해 그를 만나면 지루함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사람 좋아 보였던 그 사람은 사람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연애 경험이 많다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해줘서 처음에는 재밌었지만, 매번 자신의 주량을 조절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사람을 보면서 만남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왜 그 사람이 연애경험이 많았는지도 (부정적인 측면에서)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인맥의 끝에는 내가 그동안 낭비한 돈과 시간에 대한 아쉬움만 남았다. 술을 꼭 먹어야 즐거워지는 사람들과의 만남보다 이제는 내 집에서의 평화로운 시간이 좋아졌다.
셋째. 취미 다이어트
취미 부자는 과소비에 노출되기 쉽다. 모든 취미를 줄일 순 없지만 장비병은 줄이고, 돈이 많이 드는 취미보다 가성비 있는 취미를 찾게 되었다. 한 달씩 자동 결제되는 상태에서 일정이 맞지 않아 결석이 매우 잦던 수업을 취소했다.
과도한 취미는 욕심 아닐까? 한정된 시간과 자원으로 원하는 것을 모두 다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요즘은 원데이 클래스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더 압축된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좋았다. 긴 호흡의 취미 수업은 중간에 가지 못할 확률이 높아서 취미 다이어트에 포함하게 되었다.
다섯째. 외식 및 배달 다이어트
1인 가구에게 가장 힘든 다이어트였다. 외식과 배달을 피하면 집에서 요리를 해 먹어야 하는데, 요리를 하면 남는 재료가 처치곤란이기 때문이다. 냉동실에 잘 보관한다고 해도, 생각보다 한번 먹었던 음식이나 한번 사용했던 재료를 냉동했다 해동해서 다시 먹는 일은 잘 발생하지 않았다. 최대한 소량의 재료를 구입하고 음식을 적게 만들어 먹고 그래도 남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게 그나마 제일 현명한 다이어트 같다.
힘들어도 로또 같던 주택청약통장이 나를 버티게 한다.
1인 가구에게 주택청약통장은 로또 같은 것이다. 안 맞아서. 청약이 되면 대박이지만, 요행이란 단어 자체가 팔자에 존재하지 않는 나는 진작에 포기한 희망 고문 통장.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용으로 사용하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집을 산 후에는 받을 수 없는 혜택이 되었지만.
하지만 묵혀놓은 돈이 빛을 보는 순간은 온다.
대출을 갚고 남은 월급에서 생활비를 사용하다 보면 어떤 달은 돈을 더 써야 하는 사정이 생긴다. 그럴 때는, 주택청약통장을 해지하지 않고도 통장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마이너스된 돈에 무뎌져 점점 큰 금액을 사용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급히 돈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통장이 있다는 점은 1인 영끌가구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
힘들고 어려운 절약의 길. 오히려 좋다!
오히려 좋아!
집을 산 것을 계기로 강제 절약을 실천하게 되어 좋다. 절약의 이점은 경제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다익선이 아닌 것을 발견하게 되어서 오히려 좋다.
경험의 발견.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관성적인 경험은 시간 낭비였다. 관성적으로 모임을 다니다보니 만났던 사람을 우연히 또 만나게 되는 일이 생긴다. 그 사람은 나보다 더 섣불리 모임을 떠나곤 했다. 그렇게 여러가지를 해서는 한 가지도 제대로 얻을 수 없다는 반면교사를 하게 되었다.
사람의 발견. 다양하게 만날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내 그릇이 다양하지 않으면 그들을 담을 곳이 없었다. 내 그릇이 많아지는 게 먼저다. 내 음악적 취향이 고매하지 않은데 음악 고수들의 모임에 간다고 한들 그들이 될 수는 없었다. 기본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 채 사람들을 만나면 원하는 사람과 진정으로 교류할 수 없다.
책의 발견. 다독이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소화하지 못한 책은 배설되었다. 사서 읽었던 책을 다시 구입해본 적이 있는가? 때로는 다독보다 탐독, 깊이 읽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 읽지 않을 책들은 중고서점으로! 10권 이상 상자에 포장하면 중고서점에서 방문하여 가져가 중고가를 입금해주었다. 적당히 비어있는 책장이 여유의 미학 때문인지 인테리어적으로 아름다워 보인다.
돈을 아끼다보니 성격도 신중해지는 것 같다.
영끌해서 힘들게 집 샀더니 오히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