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의 배움
2. 과욕은 부상을 부를 뿐.
오전 아르바이트가 있는 지난 금요일의 일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출근 전에 자유 수영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어렵지 않게 일어나 6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새벽 수영이라니, 심지어 강습도 아닌 자유 수영을 하러 가는 길, 이것이 바로 ‘갓생’인가 싶어 스스로가 몹시 대견한 순간이었다.
세상에는 언제나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 이른 시간임에도 수영장은 북적이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물에 풍덩 들어가 급한 마음에 발차기를 몇 번 대충 마무리하고 어제 유튜브로 본 입수킥을 연습했다.
어느 순간, 지난 몇 주 동안 감이 오지 않아 고생하던 이른바 ‘텅’하며 가볍게 발로 수면을 차고 자연스럽게 곡선을 그리며 수면 밖으로 나오는 영법이 되기 시작했다. 기분이 너무 좋아 혼자 몇 바퀴고 입수킥을 반복 연습한 후 시계를 보니 슬슬 수영장을 나서야 할 시간이었다.
입수킥만 반복하느라 운동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조급한 마음에 자유형과 평영 루틴을 시작했다. 네 번째 왕복을 마치고 라인 끝에 섰는데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다. 불편함에 어깨를 몇 번 주무른 후 서둘러 루틴을 마저 끝내고서야 물밖에 나왔다.
샤워를 하기 위해 수영복을 벗으며 ‘악’ 소리가 저절로 나게 심한 통증이 왔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늘 아르바이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곧바로 당분간 수영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이대로 상급반 진급은 물거품이 되는 건가, 하는 좌절이 이어졌다.
그렇게 근심 걱정이 가득한 채 뻐근해진 목과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채 집으로 돌아왔다. 출근 전, 긴급 처방으로 방에 들어서 휴대용 안마기로 아픈 부위를 두드린 후 파스 두 개를 붙이고 빵집으로 출근했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근무를 무사히 마치겠다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밝은 목소리로 출근 인사를 하며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고 사장님이 첫 마디를 건냈다.
“목이 왜 그래? 다쳤어?”
근무 시간 틈틈이 아픈 목과 어깨를 스트레칭으로 풀어주었다. 빵을 사러 온 손님 중 한 명이 나를 보더니 대뜸 “목이 아프신가 보다.” 한마디 했다. 그렇게 누가 보아도 목을 삐끗해서 불편한 자세로 근무를 마치고 다음 아르바이트 장소로 이동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 내내 휴대용 안마기로 뭉친 근육을 두드려댔다. 근육인지, 인대인지 빨리 나아야 돈도 벌고 강습도 들을 텐데. 선수 될 것도 아닌데 혼자 과욕을 부려 부상을 입고야 말다니. 속상한 마음에 저녁도 거른 채 누워 지냈다.
동료이자 룸메이트 C는 좌절한 내 옆에 다가와 아픈 부위를 오래도록 마사지해주었다. 아프다고 짜증을 내면서도 몸을 맡긴 채 부상회복을 염원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다행히도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파스를 붙이지 않은 채 무사히 빵집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수영장 휴장일,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하루 수영을 쉴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넘게 자리에 누워 갈등하다 결국 가방을 싸 들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샤워기의 뜨거운 물줄기로 부상 부위를 오래도록 지진(?) 후, 수영장에 입수하기 전 충분히 몸을 풀었다. 급하게 영법을 시작하는 대신 킥판을 부여잡고 평소보다 오래 걷고, 발을 차고 팔을 가볍게 저어주었다.
생각보다 불편함이 덜해 안도했다. 어느정도 몸을 푼 후, 어제 익힌 입수킥의 느낌을 잊을까봐 반복 연습을 했다. 다른 영법을 하면서 느낄 수 없는 물속에서의 여유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즐거움을 주었다.
걷다가 지루해지면 중간중간 자유형과 평영을 조금씩 연습했다. 루틴이나 완주에 집착하지 않고 혼자만의 물놀이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폐장 시간까지 물속에서 놀다가 역시 뜨거운 물줄기에 부상 부위를 한동안 지진 후 수영장을 나섰다.
내일은 강습이 있는 날이다. 서두르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수영을 즐기다 오자고 미리 마음을 다잡아본다. 다음 달 상급반에 올라가지 못해도 괜찮다. 진급 기념으로 스스로에게 선물하기로 한 아레나 수영복은 몇 달 후에도 구매가 가능할 것이다.
이제 글도 마무리했으니 휴대용 안마기로 어깨 좀 두드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