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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하루만 Oct 16. 2018

둘째가 더 이뻐 보이나요?  1

첫째와 둘째에 대한 마음의 균형이 같아지는 날

벚꽃잎이 땅을 덮었던 날, 산후조리원에서 으로 돌아왔다. 두려웠다. 첫째를 대하는 순간이.

 

세상에서 제일 이쁘던 3살짜리 아이 얼굴은 더 이상 아기가 아닌 변성기가 온 낯선 중학생처럼 느껴졌고, 그렇게 껴안고 뽀뽀하며 코를 킁킁거리며 맡았던 아이의 뽀살내음 사라지고 비린내가 났다.


둘째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첫날, 내가 느꼈던 절망이었다.


더 이상 첫째를 그 전처럼 꼭 안을 수가 없었다. 안으면 역한 냄새가 났고, 얼굴을 보면 아직도 기저귀를 못 뗀 큰(?) 애라는 생각에 한심스러운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둘째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데 똥 쌌다며 기저귀 갈아달라고 오는 첫째의 똥냄새는 둘째가 생기기 이전과는 달랐다.


모빌을 쳐다보며 빵긋 웃는 둘째가 생긴 후의 내 마음의 변화가 '무서웠다'.


이러다 결국, 엄마가 나와 남동생을 차별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걸까?

그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서 혼자 방 안에 앉아 울먹거려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했기에 대처할 수도 없었고, 알려주는 곳도 없었다. 평소엔 잘 들어가지 않았던 온라인 카페를 들여다보며 클릭을 해봐도 해답은 없었다. 백권이나 되는 육아책을 찾아봐도 이렇다 할 정답은 없었다. 동네 엄마들에게 물어봤지만, 고민과 첫째한테 느끼는 죄책감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원래 첫째는 돈으로 키우고 둘째부터는 마음으로 키우는 거라고. 그러니까 첫째와 둘째 성격이 달라지는 거라고. 첫째는 의젓해지고, 둘째는 늘 어린애처럼 까불까불 한다고. 원래 그런 걸 뭘 그리 마음 아파하냐고 되려 나에게 되물었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최소한 내 주변엔. 그저 체념하라는, 받아들이라는 말 뿐이었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건, 아무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ㅡ알버트 아인슈타인 ㅡ


금방 끊어질 듯한 거미줄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물어봤지만, 주머니에 달랑 오백 원짜리 하나 있던 것마저 빼앗긴 기분이었다. 답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날숨조차 무거웠다.




답이 없는 게 싫었다.

'원래 그렇다'는 말이 지긋지긋했다.


첫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둘째보다 늘 의젓해야 했고, 동생을 뺏겼다는 마음 때문에, 엄마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뭐든 했던 삶은, 나 하나면 족했다. 내 아이한테 그런 대물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대물림을 끊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를 악물었다.




2편에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10년 전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첫째와 둘째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엄마들의 고민을 듣고 제 경험을 나누고자 썼습니다.



https://brunch.co.kr/@for3s/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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