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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하루만 Oct 18. 2018

아이들과 함께 등산한다는 건

가족 4명이 집 근처 야트막한 산을 올랐다. 앞에 가던 원이가

'이쪽으로 가면 된대.'

방금 주운 나뭇가지를 보여준다. 화살표 모양 나뭇가지가 어떻게 눈에 띄었을까? 아이들은 숨은 그림 찾기 능력이 뛰어나다.



앞서 가던 원이가 다급하게 부른다.

'엄마엄마 이것 좀 봐~'

'응? 왜~ '

얼른 다가가 원이의 시선이 멈춘 곳을 본다.

'벌레가 그린 그림이야~ 멋지지?'


너 아니었으면 난 그저 벌레 먹은 잎 정도로만 보고 지나쳤겠지. 아니다.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그림이었겠다.




원이가 발견해준 그림을 감상한 후, 13분쯤 지났을까? 저만치 앞서 가던 준수가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뭔갈 보고 있다. 나도 그 옆에 허리를 굽히고 목을 길게 빼고 앉아 준수와 시선을 같은 높이에 뒀다.


어느 곤충의 집. 나무젓가락 굵기의 나무에 단단히 지은 집. 상수리 모자를 이용해서 집을 지은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집을 짓는다는 곤충의 이름은 백과사전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뭘까 싶다.


준수 아니었으면 못 만났을 누군가의 집 구경. 상수리 모자 안에 있을 그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이들과 같이 등산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아이들이 보여준 자연의 창작물은 나 혼자 등산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등산은 '정상'까지 가야 하는 고된 운동이었고, 끝까지 올라가서 발아래 있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멀리 봐야만 등산인 줄 알고 살았다.


아이들은 올라가다 힘들면 쉬고, 내려가고 싶을 때 내려가고, 자연이 만들어낸 조용하고 신기한 것들을 잘도 찾아내고, 거미줄에 매달려있는 솔잎을 보며 나무는 모빌도 만들 줄 안다며 감탄한다. 손톱보다 더 작은 보라색 꽃 눈을 맞추기도 하고, 여기는 미끄러워서 조심하라며 나에게 충고도 해준다.


아이들이 세상을 더 잘 살아간다. 나뭇가지에 걸쳐진 마른 솔잎을 보며 감탄하고, 산에서 부는 가느다란 바람과 앉아있던 바위에도 고마워하고, 같이 가는 사람을 배려해주고 그렇게 같이 산 안으로 '삶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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