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틀비와 함께 Oct 06. 2024

2번 여사제 토드, 자신을 공정하게 다루는 법 익히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여사제형 인물의 특징은 직감과 통찰력이 뛰어나고 외부의 변화에 예민하지만,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혼자 감당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속을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인물인 여사제형 인물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알고 보면 너무 마음이 여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감추는 경우와 종교 등 자신이 믿는 신념이 강해 외부의 영향에 휘둘리지 않는 외유내강형이다. 이윤보다는 명예로운 일을 추구하기에 상담, 교육, 종교, 문학, 예술 계통에 흥미를 느낀다.  

2번 여황제와 수비학적으로 연결된 타로카드는 11번 정의와 20번 심판 카드이다. 11번 정의 카드는 엄격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재판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공정, 결단, 시시비비, 권위를 상징한다. 검은색, 흰색, 파란색으로 감정적 동요가 없는 여사제와 권위의 보라색, 붉은색의 정의 카드는 다른 듯하지만, 외부 영향에 흔들리지 않는 차분함이 공통점이다. 2번의 여사제와 11번 정의를 어떻게 거쳐왔는지에 따라, 20번의 심판은 다양한 결과를 보여준다. 판결을 기다리는 20번 심판 카드는 노력해서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 거칠수록 값진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심판은 거의 마지막 도전과 기회를 의미하기에 자신이 직면한 다양한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QAr9Rddl6Zs

토드 앤더슨(Todd Anderson)은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90)에 나오는 중요한 등장인물 중의 한 명이다. 나는 토드를 2번 여사제와 9번 은둔자 중 어떤 카드와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토드의 조용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성향은 여사제와 은둔자의 성격이어서 수비학적으로 연결된 다른 카드를 살펴보았다. 9번과 연결된 18번 달은 은둔자가 발견한 혼란스러운 세상을 의미한다. 반면에 2번 여사제가 11번 정의를 발견하고 20번 심판을 기다리는 전체 과정은 무언가에 기가 눌린 토드가 키팅 선생님과 닐을 만나면서 자신과 세상을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서사와 비슷하다. 따라서 토드를 2번 여사제형 인간의 특징을 바탕으로, 그의 특징을 알아보려고 한다.   


키팅 선생님은 모든 학생에게 관심을 주고 그들이 자신만의 시를 써 가기를 바란다. 시를 낭독하는 수업 시간에 장난스럽게 “고양이가 매트 위에 앉아 있다”를 읽은 홉킨슨이란 학생이 있다. 나 같으면 예의가 없느니, 마음속으로 넌 F야 했겠지만, 키팅 선생님은 모든 단순하고 평범한 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평범했던 사물이 특별해진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려준다. 이 자세는 사물과 자신을 특별하게 대하라 가르침이다. 참으로 우아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QAr9Rddl6Zs)


키팅 선생님이 보는 토드는 어떤 학생이었을까? 


토드는 혼자 몰래 시를 쓰면서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노력하지만, 부끄럽고 자신이 없다. 닐은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면, 그는 항상 주눅 들어 있다. 그는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치고, 형보다 못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할 거라는 약점과 단점만 알고 있다. 키팅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의 장점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학생이다. 토드는 자기 자신에게 공정하지 않았다. 11번 정의는 외부의 옳고 그름의 시시비비를 판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평가를 의미한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QAr9Rddl6Zs-

 나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인상 깊은 장면 중의 하나로 토드가 시 수업에서 월트 휘트먼을 묘사하는 장면을 꼽는다. 토드는 미친 남자가 이를 드러내며 진실을 이야기하는데, 진실은 마치 이불과 같다고 말한다. 이불은 나를 덮을 만큼 충분하지 않고, “울고 절규하고 신음하는 우리의 얼굴만 덮는다.” 당신은 토드의 시를 어떻게 해석하고 싶은가? 나는 “사회에서 말하는 진실은 나의 질문에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못하고, 더 묻지 못하게 입을 막고, 숨을 못 쉬게 만든다”라고 해석하고 싶다. 토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라고 밀어붙이는 외부의 강압에 숨을 못 쉴 정도로 힘든 상태임을 토로한다. 그는 이 ‘사건’ 이후 훨씬 밝은 아이로 변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닐과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키팅 선생님을 만난 후, 그는 자신이 내적으로 풍부한 감성과 열정을 지닌 사람임을 깨닫는다. 즉 자신을 공정하게 대하기 시작한다.      


토드의 여정은 20번 심판 카드의 판결을 알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토드는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 왔다. 어린 시절부터 형과의 비교 속에서 주눅 들었던 그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탐구하며 진실을 대면해야 했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했던 친구의 죽음을 맞이했다. 이 여정을 거친 토드가 알리는 판결은 마치 얼굴을 덮은 이불을 걷어치우고 외치는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이다.   


   

출처 https://leeza.tistory.com/3590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은 키팅 선생님에게 “당신은 나의 영원한 스승입니다”라는 토드의 판결문이며, 동시에 토드의 여정은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이라는 자기 선언문이다. 진정한 용기를 내야 할 순간에 토드는 그 누구보다 20번의 심판의 진실을 선언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인물로 우뚝 일어선다. 나는 키팅 선생님의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이 학생들의 주체성을 불러일으키는 영감이었다면, 토드의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은 닐의 죽음으로 엉망이 된 모든 관계를 다시 회복시키고, 키팅 선생님과 학생들이 느꼈을 상실감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스승에 대한 존경과 자신의 주체성을 선언하는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만큼 멋진 판결문을 찾기 힘들 것 같다.  


지금까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키팅 선생님, 닐, 그리고 토드의 특징을 타로 카드와 연결해서 살펴보았다. 각각의 캐릭터가 타로카드의 원형과 완벽히 들어맞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일반화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 인물들을 영혼의 숫자와 연결해서 살펴보면서 그들의 특징을 통해 우리의 특징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아마도 <죽은 시인의 사회>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이전 05화 닐의 여정: 만물의 중심에서 나의 세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