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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든 May 20. 2018

사라진 물고기의 행방

어식에 관한 축소주의 이야기






난 어려서부터 수영도 곧잘 했고 바다를 참 좋아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게 백사장이 있는 해수욕장은 가족들과 여름 피서철에나 가볼 수 있는 항상 멀기만 한 곳이었다. 언젠가 창문을 열면 손톱만큼이라도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던 내가 34년 만에 그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결혼과 동시에 평소의 염원대로 바닷가로 이주하게 되었고, 이제는 창문을 열면 두 손 가득 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바다가 앞에 펼쳐진다. 매일매일 태양 빛이 바다에 보석처럼 반사되는 것을 보며, 언제까지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켜주고 싶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바닷가 근처라고 해서 특별히 해산물이 저렴한 것은 아니었다. 지역 특산물과 같은 상품은 상당히 가격이 나갔고 매일 먹을 수 있기는커녕 명절 때 선물로 들고 가기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특산물이라 하면 특별히 많이 생산되거나 다른 지역에 비해 품질이 뛰어난 것을 의미한다. 품질이 뛰어나서 원래부터 비싼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물량에 있어서 예전에 비해 '귀해진' 수산물들도 많이 보인다. 오징어는 금징어라고 불리고 국내산 명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사라진 국내산 명태,
명절 때마다 먹어도 괜찮은 걸까?






사실 수산물에 관한 의문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정반대의 상황으로, 너무 널리고 널려서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연어다. 몇 해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유행했던 연어는 뷔페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무한리필 프랜차이즈가 생길 정도로 흔해졌다. 외국에 가면 길거리에 흔해빠진 테이크 아웃 초밥집에서도 단연 연어초밥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다.



연어는 왜 전 세계 어딜 가든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일까?






육식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다는 과연 안전한 것인지 궁금증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안전하지 않은 바다라고 하면, 일본 원전 사건으로 이미 방사능에 상당 부분 오염된 바다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물의 흐름이 태평양 쪽이라서 우리나라 수산물은 그나마 안전하다고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현재 바다와 해양생물의 상황에 대해 찾아본 결과, 방사능은 둘째치고 우리 인간이 무분별하게 바다 세계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인간이 말이다.








40년 동안 해양생물은 반타작이 났다.
40년 후엔 어떨까?



해양생물의 수가 절반이 줄어든 요인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남획과 혼획

서식처의 파괴

오염된 바다






남획과 혼획


북방한계선(NLL)에서는 중국어선이 바닥까지 싹 쓸어가는 불법조업을 한다고 한다. 남획이란 정말이지 마구 잡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물고기가 자연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사이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잡혀먹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며,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참치, 연어, 고등어, 새우 등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는 명태, 오징어, 갈치, 참조기가 남획으로 그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문제는 잡아들이는 어종뿐만이 아니라 그와 먹이사슬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어종들도 함께 타격을 입으며, 산란기에 있는 어종들은 번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이 사라지고 있다.


매달 제철음식을 챙겨 먹으려 노력하는 나는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가 4월의 제철음식인 주꾸미를 발견하였다. 지난달에도 주꾸미 볶음을 두 차례나 해 먹고 제철의 영양가를 든든히 채웠다고 뿌듯해했었다. 하지만 주꾸미가 3~4월이 제철인 데에는 바로 알을 배고 있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생체 순환기가 빠른 어종이라고 한다. 만 1년을 살다가 알을 낳고 죽는다. 이러한 어종을 알배기 때 잡아먹어버리면 당연히 그 개체수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현재 개체수 보호를 위해 주꾸미는 5~11월까지 금어기라고 하지만, 이미 알을 밴 채로 먹혀버리고 나면 금어기가 과연 무슨 소용일까?


어느 날 식인종이 지구를 장악해 영양과 맛이 좋다며 임신한 여자만 골라 잡아먹는다고 생각해본다. 정말 몹쓸 것들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바다거북은 혼획의 대표적인 피해자인데, 혼획이란 다른 고기를 잡는 망에 우연히 걸려드는 경우를 말한다. 바다는 넓고 몇 가지 물고기만 골라 잡기가 더 어렵다. 이런 과정에서 다양한 어종이 의도치 않게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사실이 마음에 매우 불편하게 다가왔다.






서식처의 파괴


물고기도 알을 낳고 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바다에도 탄소를 산소로 만들어주는 나무가 존재한다. 모든 해양생물의 25% 이상의 서식처로도 사용되는 산호초는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수 억 인구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반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는 해초와 맹그로브 숲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서식처 없이 바다에 생명체는 유지될 수 없다. 서식처의 파괴는 기후변화가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지구온난화로 달궈진 바다에서 산호초 및 해초들은 살 수가 없다. 육지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오염이 결국에는 바다에까지 미치는 순환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축산업과 그 밖의 요인들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바다도 함께 회복되지 못한다. 또한 이런 서식처를 파괴하면서 벌려지는 해안개발, 해안 농업, 해안림 벌채 등도 무분별하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지켜보아야 한다.





오염된 바다


바다에는 오염물질이 그득하다. 바다가 혼자 정수되는 시간보다 더 빨리 오염되가고 있다. 플라스틱과 비닐은 물론 인간과 가축의 분뇨, 그리고 방사능에 수은과 같은 중금속까지. 중금속을 너무 잘 흡수해버려서 물고기를 스펀지라고 부른단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상어나 연어 같은 생물들이 최하위에 있는 생물들보다 중금속 수치가 (당연하겠지만) 현저히 높다. 오염된 물에서 오염된 수산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인간들은 오염원인을 제거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다가 혼자 재생하기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양식은 대안이 아니다.


그렇다면 물고기를 정화된 물에 가두어서 대량으로 양식하면 될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식업은 또 다른 문젯거리를 불러오며 지속 가능한 바다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항생제 및 독성물질이 그득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양식장에서 흘러나오는 배설물로 해안에는 녹조현상이 심해지고 있으며, 축산업과 마찬가지로 양식업에는 막대한 사료가 필요하다. 연어를 예로 들면, 연어 1kg당 다른 야생 어종 1.4kg가 사료로 필요하며, 이는 페루산 멸치 등 연어가 좋아하는 특정 어종을 집중적으로 남획함으로써 또 해양생물 다양성을 저해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콩과 같은 식물성 사료는 인간들이 필수로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메가-3 EPA, DHA와 같은 성분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증과 규제


양식업의 문제점을 규제할 제도로는 ASC 인증과 같은 인증제도가 있다. 예방적 항생제의 금지와 엄격한 수질관리 및 사료의 함유량 통제 등 인증제 도입으로 조금 더 안전한 양식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서는 인증받은 곳이 한 군데도 없다고 한다. 하얏트와 같은 호텔에서는 ASC 인증을 받은 수산물만 구매한다고 하는데 언젠가는 마트에서도 인증마크 붙은 해물을 볼 수 있으려나?

우리나라에서는 TAC(총 허용 어획량)와 같은 규제가 있다. 고등어, 대게, 조개, 꽃게, 오징어, 제주소라, 오징어, 전갱이 등이 이에 속하며 연간 어획량을 규제받는다. 이에 속한다는 의미는 곧 개체수가 모자라다는 의미이며 제일 먼저 축소주의를 실행해야 할 대상이 되기도 한다.






건강


어식을 줄이면 필수로 섭취해야 한다는 오메가-3는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될 수 있다. 오메가-3는 식물에서 섭취 가능한 ALA, 등 푸른 생선에 많은 EHA와 DHA로 나뉜다. 우리가 필수로 식품에서 얻어야 할 것은 바로 ALA(알파리놀렌산)이며 이는 들깨나 아마씨, 치아시드에서 섭취할 수 있다. ALA의 섭취 없이 EPA나 DHA를 먹어봤자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 EPA, DHA는 생선의 섭취 없이도 ALA만 섭취한다면 우리의 몸 안에서도 생성이 가능하고, 생선으로 섭취한다면 주 1-2회로 권장한다고 한다. 섭취를 권장하는 이유는 과도한 육식으로 얻어진 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애초에 육식을 현저히 줄인 나에게는 왠지 몸에서 자연스레 생성하는 양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오메가-3 영양제로 인기 있는 원료인 크릴새우는 대량으로 남획되고 있고, 이미 그를 먹이로 하는 고래나 오징어 등 먹이사슬에 관련된 수많은 어종이 다 같이 줄어들고 있다. 오메가-3 영양제 하나로 애먼 고래까지 죽일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게다가 오메가-3 결핍은 피부 건조증이나 안구건조증 이 외에는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증상은 없다고 사료되며, 육식을 줄이는 것이 되려 혈관 건강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오히려 건강을 생각한다면 생선으로부터 섭취되는 방사성 물질과 중금속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인근 해역에서 잡아들인 러시아산 명태를 조심해야 하며, 수은이 검출되는 참치, 항생제를 뒤집어쓴 연어를 조심해야 한다.


방사능에 많이 노출되면 백혈구 수치가 감소한다고 하는데, 병원에서 건강한 사람들을 검진하다 보면 백혈구 수치가 정상 이하로 낮은 사람들이 의외로 아주 많다. 백혈구는 면역력을 나타내는 수치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낮은 사람들이 참 많구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방사능에 오염된 해물과 연관이 지어 생각해보니 소름이 끼쳤다.





축소주의


어렴풋이 들어왔던 해양오염과 남획의 문제점, 그리고 건강과의 연관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공부하고 나니, 채식 위주를 결심하며 어식에 관대했던 자세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양하면서도
더 적은 양의 수산물을 먹어야만 한다.



먼저 지난 일주일 동안 내가 과연 얼만큼의 수산물을 먹었는가를 가만히 기록해보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알이 배인 암꽃게 두 마리 반, 구운 오징어 한 마리, 한 차례의 멸치국물을 섭취하였다. 이 중 TAC규제에 들어있는 어종은 꽃게와 오징어다. 일단 국내산 해산물의 경우에는 TAC규제에 들어있는 어종을 위주로 축소하여 섭취하기로 했다. 다수의 환경보호단체나 뉴스를 통해 접한 나의 자료는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더 나은 대안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의 축소주의 플랜은 바뀔 수 있다. 또한 바다의 생태계는 시간을 두고 바뀔 수 있다. 작년에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멸종위기의 빨간등이 켜진 생물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식 제한을 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갖고 매년 업데이트되는 자료를 수집하며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나의 어식에서의 축소주의는 다음과 같다.


한 달에 어식을 2회 이상 하지 않는다. (모든 해물 포함, 해초는 제외)

장을 볼 때 TAC규제 어종이나 멸종위기 어종, 알이 밴 해물은 구매를 자제한다.

양식 어종이나 수은 함량이 높은 참치, 연어와 같은 어종은 아예 먹지 않는다.

방사능이 노출된 수입산 명태나 황태도 먹지 않는다.

방사능 검사를 통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수산물을 구매한다. (한살림에서는 방사능 검사가 이루어진다.)

구매할 땐 한 두 가지 해물만 먹지 말고 되도록 다양한 해물을 시도해본다.

회식이나 명절을 통한 어식은 허용하며, 되도록 많이 먹지 않는다.

육식 달력에 어식 달력을 추가하여 먹은 것을 기록한다.








지구는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중에 98%가 바다이다. 바다가 흔들리면 지구 전체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커다란 크기만큼 아주 중요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바다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지구의 일원인 내가 조금만 더 신중히 선택하고 조금 덜 먹는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습관을 길러 아예 비건이 되는 시도도 꼭 해보고 싶다.



나와 가족들의 건강도 지키고,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바다를 지속 가능하도록 지켜주고 싶다.


40년 후에는 풍성하고 건강한 생명체가 헤엄치는, 달라진 바다를 꼭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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