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드디어 다가온 남편의 연말 휴가를 맞이해서 가벼운 여행을 떠났다. 안동도 가보고 싶고, 춘천도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썩 1박 이상의 여행을 하고 싶진 않고, 바람만 쐬고 오는 정도의 가벼운 여행이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더 가까운 안동을 택했다. 벌써 결혼 3년 차 부부가 되어서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것도 같지만 막상 둘만의 여행을 많이 즐기진 못했던 것 같다. 가끔씩 시간이 나면 가까운 곳으로 바람 쐬러 다녀오는 정도. 그래서인지 아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둘만의 시간을 빼앗길 것이 너무 아쉽기도 하다.
남편과의 소중한 하루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 여행을 준비하는 아침의 순간부터를 여행이라고 여겼다. 전날의 피로가 풀릴 만큼 푹 자고, 기분 좋게 씻기. 그리고 가는 길에 배고파서 예민해지지 않도록 냉장고에 있는 만두도 데워먹었다. 남편은 텀블러에 커피를 탔고, 함께 따뜻한 옷을 챙겨 입고 나섰다. 여행이 여행지에 도착해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서둘러서 출발했어야겠지만, 느지막이 출발해도 괜찮은 이유는 그저 남편과 나들이 가는 이 하루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안동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부용대에 올라 강 건너의 한옥 마을을 내려다보니 안동에 온 게 실감 났다. 운 좋게도 때마침 드라마 촬영도 하고 있어서 멀리서나마 구경도 했다. 안동에 왔으니 안동 찜닭도 먹어보려고 구시장 찜닭거리에도 가보고, 시장표 수면 잠옷 원피스도 샀다. 소소한 쇼핑이 너무 즐거웠다. 다음 코스는 월영교. 얼마 전 영덕 바다와는 다르게 드넓은 강 위의 다리를 걸으니 또 느낌이 색달랐다. 바다는 파랗지만 강은 거멓다. 잔잔한 출렁임만 있을 뿐이었지만 그 깊은 강물 속을 들여다보려니 잡아먹힐 것 같은 웅장함도 느껴졌다.
해가 저 산 너머로 떨어질 때까지 월영교에 머물렀다. 다리 위에서 강바람을 맞고, 다리 건너 예쁜 카페에도 갔다. 노을 지는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난 생강대추차, 남편은 바닐라빈 라떼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겨우 오후 5시쯤 되었는데 오늘 여행은 여기에서 마무리지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카페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3년 차 주부쯤 되니 아무리 좋은 곳을 가더라도 우리 집이 최고로 느껴진다. 따뜻하고, 내 손길이 묻어있는 곳. 가장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귀소 본능을 따라 본능적으로 향했다. 일찍 집에 돌아와 아쉬워질 때쯤, '우리는 지금 숙소로 가는 거야.'라고 나름의 위안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