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1일. 마지막 날이다. 올해 다이어리는 빈 종이가 두 세장 남짓일 정도로 참으로 알뜰하게 썼다. 상대적으로 남들과 비교한다면 크게 이룬 성과가 없을진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한 발자국씩이라도 나아가려는 노력이 녹아져 있는 한 해였다. 2025년은 좀 더 나아가기 위해 더 노력해야지.
아침에 일어나 남편과의 여행 뒷정리를 하고 나서야 또 하루를 시작했다. 안동에서 포장해 온 찜닭에 밥을 볶아서 아침을 먹고, 약간의 청소와 빨래를 했다. 이번 12월에는 영덕, 서울, 안동으로의 여행들로 채워졌기 때문에 마지막 날은 소소하게 보내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 집에 있으면서 지겨울 정도로 낮잠을 잤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단잠을 깨우고 채비를 해서 집 근처 순두부 집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카페에 가서 오후를 보냈다. 연애 때에도 우리는 단골 카페를 하나 정해놓고 방앗간 마냥 들러서 데이트를 했었는데, 결혼 후에도 단골로 정해놓고 갈만한 카페를 찾게 되었다.
남편은 노트북을 챙겼고, 나는 책과 다이어리를 챙겼다. 나란히 앉아 커피와 케이크를 시켜놓고 한참을 조용히 각자의 할 일을 했다. 집에서는 채 집중이 안되어서 미루고만 있던 일들을 마무리했다. 난 2025년 버킷리스트와 목표를 작성했고, 남편은 약간의 게임을 즐기고 가족 모임 회비 내역을 정리했다. 집에서도 늘 나란히 컴퓨터 방 책상에 앉아서 각자의 일을 하지만, 카페에 나와서 있으니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쉬는 날엔 집에서 나가기 싫어하는 집돌이 남편과 남편 피셜 밖순이 와이프의 적당한 타협으로 외출하기 딱 좋은 곳. 집에서 차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식당과 카페! 이번 데이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자주 나오기로 했다. 언젠가 임신을 하게 되면 잃어버릴 일상일지도 모르니 이마저도 소중한 시간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