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나면 남편과 함께 뉴스를 틀어놓고 멍하니 보고 앉았다. 모두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사고 앞에서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머릿속이 하얘져서 그냥 보통날처럼 써보기로 한다. 어지러운 상황 가운데 12월 한 달간 무언가에 마음 다잡고 집중하기가 어려웠지만 나름 글을 쓰면서, 지인을 만나면서 꾸역꾸역 보내왔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목표한 것들을 하나 둘 이뤄오면서 한 해를 마치고 있을 무렵이었다. 누구에게나 그랬을 한 달이었을 거라 생각 든다.
작년과 올해, 우리 부부에게 스쳐 지나간 아픔들로 인해 미뤄왔던 지인들과의 만남을 다시 갖기 시작했고 드디어 2년 만에 연말 모임을 가졌다. 조촐하지만 집에 초대해서 배달 음식을 먹고, (근처에 새로 생긴 족발과 보쌈집. 아주 맛있었다.) 지난번에 이어 보드게임을 하며 못다 한 담소도 나누었고, 한 해를 마치는 기념으로 카스타드에 초를 꽂아 분위기도 냈다.
2년 만에야 다시 일상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또다시 비극을 접했다. 가뭄에 이슬같은 이 회복조차 사치라 느껴질만큼 먹먹해졌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새벽에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임테기를 보여주며 잠을 다 날리고 좋은 엄마 아빠가 되자고 서로 껴안아주며 새 삶을 시작했다. 한 달쯤 지나 검진을 갔는데 아기 심장이 멈추어있었다. 그렇게 첫아기를 어렵게 보내주고 7개월이 지나 우여곡절 끝에 다시 아기를 가졌지만, 건강하리라 믿는다는 담당의의 소견과는 달리 다음 진료 때 또다시 멈춰있는 아기를 발견했다. 두 번째 소파술, 2023년 12월 31일이었다. 다시 12월 31일이 되기까지 꼬박 1년의 시간이 지나면서도 평탄하지 않았다. 아빠가 말기 암을 진단받은 이래로 온통 아빠의 항암과 치유에만 집중해 왔다. 내 바람이 무색하게도 아빠는 3개월 만에 이 세상을 떠나갔다. 정신 차리고 보니 2년이 지나있다.
아침저녁으로 매체를 통해 유가족분들의 사연을 접하며 참으로 안타깝고 애통하다. 인생의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무능한 인간으로서 그저 고인의 명복을 빌고, 남은 가족들을 위한 기도로 애도하는 수밖에 없는 숙연한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