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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래서, 다카마쓰가 어디라고?

다카마쓰의 우동, 우동의 다카마쓰 

by 문현 Mar 10. 2025

다카마쓰역 전경.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면 여기서 기차를 탄다.

창문에 그려진 웃는 얼굴이 친근하다

(고토덴 전철을 탈 수 있는) 다카마쓰 칫코역 앞. 줄리안 오피의 작품들이 무심히 지나간다

나오시마(테시마, 이누지마 등 세토내해 인근 섬들을 아울러 말하겠다)에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오카야마나 다카마쓰를 거쳐야 한다. 마일리지를 사용해야 하거나, 쇼핑을 좋아해 귀국할 때 수하물 무게가 15kg이 훌쩍 넘는 사람이라면 대한항공 직항이 있는 오카야마로, 오카야마의 오하라 미술관과 구라시키 미관지구가 목적인 사람도 오카야마로, 그 밖의 경우는 다카마쓰로 가면 된다. 에어서울과 진에어가 직항 노선을 운영한다. 두 경로를 다 거쳐본 결과 걸리는 시간은 비슷한데도 이상하게 나오시마는 다카마쓰에서 출발하는 편이 좀 더 접근성이 좋은 느낌이다.


오랫동안 많은 일본 만화를 탐닉했으나 다카마쓰라는 지명은 처음 들어보네, 대체 어떤 곳인가, 했더니만 알고 보니 이미 소설이나 만화 등에서 접한 적이 있었다. 2002년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 주인공 소년이 집을 벗어나 잠시 머무는 장소가 다카마쓰다. 읽을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두 번째로 다카마쓰에 가기 전 소설을 복습할 때는 주인공이 먹성 좋게 우동을 즐기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역시, 아는 만큼(만) 보인다. <실연 쇼콜라티에>라는 만화에서도 한 커플이 휴가 계획을 짜면서 카가와(다카마쓰가 속한 현)에 우동 먹으러 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처럼 다카마쓰는 우동의 도시다. 


일본 본토를 이루는 네 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에 위치한 카가와 현의 옛 이름이 사누키였고, ‘사누키 우동’이라는 명칭은 물론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다카마쓰가 얼마나 우동에 진심인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예로, 다카마쓰 공항에는 우동 국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다카마쓰가 우동에 하도 진심이라 수도꼭지에서 우동 국물이 나올 지경이라는 농담인 줄만 알았다. 아니다. 정말로 우동 국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다. 상징적인 우동 국물 수도꼭지가 아닌 실제 맛보는 용도로, 종이컵까지 준비되어 있다. 


다카마쓰에는 버스나 택시를 타고 유명한 우동집을 여러 군데 돌며 우동을 즐기는 우동 투어도 있고, 직접 우동을 만들어 먹는 ‘우동 학교’도 있다. 우동 맛집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굳이 맛집으로 유명한 곳을 찾아가지 않고 지나가다 보이는 아무 우동집에 들어가도 대체로 다 맛있다고 한다. 카가와현의 별칭이 ‘우동현’이고 현 마스코트도 뇌 부분에 우동사리가 들어있는 캐릭터다. 


다카마쓰 여행자들 사이에서 1일 1우동은 반드시 해야지, 하루 우동집 세 군데 가는 게 목표다, 등의 다짐이 흔하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오후 두세 시면 문을 닫아버리는 집도 많고, 주말 식사시간에는 줄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집도 많다. 어떻게 연달아서 우동만 먹어, 지겨워서 못 먹을 것 같은데, 등의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주력 분야와 매력이 각기 달라서 우동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다 다른 음식으로 느껴진다. 


나오시마로 가기 위해 다카마쓰를 거쳐가는 경우라도, 입국 당일에 바로 배를 타고 나오시마 등으로 이동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다카마쓰에서 적어도 한 번은 우동을 맛봐야 하는 데다, 리쓰린 공원은 꼭 가봐야 하고, 이사무 노구치 미술관도 있다. 붓쇼잔 온천도 가보길 권한다. 그게 아니어도 입국한 날 공항에서 항구까지 리무진 버스로 이동해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면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일 텐데 차라리 다음날 아침 일찍 섬으로 이동해 하루를 온전히 섬을 즐기는 데 쓰는 게 좋겠다.


다카마쓰에서 나오시마로 이동한다는 전제 하에, 추천(이라고 쓰고 다음에 가면 내가 실행할) 일정이다.

1. 다카마쓰로 입국하는 날에는 다카마쓰 항구 근처에서 1박을 한다. JR 호텔 클레멘트 다카마쓰와 JR 클레멘트 인 다카마쓰의 위치가 가장 훌륭하다. 헷갈릴 수밖에 없는 이름을 지닌 두 호텔이 붙어있는데, 항구까지의 거리는 거의 똑같으니 숙박 예정일의 가격을 고려하여 결정하면 되겠다. JR 클레멘트 인 다카마쓰에는 대욕장이 있어서 대욕장을 원하는 사람들은 저쪽으로 간다는데, 붓쇼잔 온천에 갈 테니 대욕장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숙박비를 최대한 아끼고 싶다면 지척에 호텔 에어리어원 다카마쓰도 있다. 두 클레멘트 호텔과 비교하면 반도 안 되는 돈으로 묵을 수 있다. 정확하게 그만큼 시설이 떨어진다. 나는 숙소가 깨끗하기만 하면 다른 요소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기도 하고 어차피 잘 때와 씻을 때 이외에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괜찮았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지는 않는다. 숙박을 하든 안 하든 클레멘트 호텔 1층에 있는 빵집은 꼭 들르자. 호텔 카페의 케이크도 맛있다. 


2. 호텔을 어디로 결정했든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다카마쓰역 정류장 혹은 다카마쓰 항구 정류장에서 내린다. 체크인이 가능한 시간 전에 도착하면 짐을 맡기고 일단 우동을 먹는다. 우동을 어디서 먹었든 배를 두들기며 리쓰린 공원으로 이동한다. 리쓰린 공원 안 깊숙한 곳에 있는 전통찻집이 문을 닫기 전에 서둘러 이동해 차를 마신다. 리쓰린 공원 여기저기를 천천히 걸으면서 만끽한다. 붓쇼잔 온천으로 이동한다. 


다카마쓰에서는 버스나 지상으로만 다니는 전철인 고토덴을 이용하게 될 텐데 역에서 붓쇼잔 패스를 구매하면 당일 고토덴 전철을 무제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온천 입장료도 포함되어 있다. (특정 구간까지만 사용가능해서 그 구간을 벗어나면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붓쇼잔 온천을 갈 계획이라면 고토덴 전철을 처음 탈 때 잊지 말고 붓쇼잔 패스를 구입하자. 창구로 가 “스미마셍, 붓쇼잔 패스 히토츠(하나)/후타츠(둘) 오네가이시마스”라고 하면 된다. 현금밖에 안 받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일본 소도시답게 카드 안 되는 곳이 아주 많으니 언제나 현금을 넉넉하게 준비해 두자. 


3. 붓쇼잔 온천을 즐긴다.  

4. 우동을 (또) 먹는다. 

5. 항구 근처의 예술품을 구경하고 등대까지 산책하며 밤바다와 항구의 야경을 즐긴다. 

걸어도 걸어도
등대의 붉은빛을 따라 밤바다를 거닌다
힘을 합쳐 의자를 받치고 있는 돌고래들이 귀여워 괜히 가서 앉아보았다

6. 다음날 일찍 움직여야 하니 일찍 숙면을 취한다. 


아직 나오시마로 떠나려면 멀었다. 그전에 리쓰린 공원과 붓쇼잔 온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해야겠지. 


다음 이야기: 리쓰린 공원. 밤나무 없는 밤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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