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orest Writer Sep 06. 2022

버스 차창 너머로 손 흔들며 안녕


어느 평일 퇴근길, 어두운 버스 안에서 두 개의 문을 통해 끊임없이 내리고 타는 사람들을 나는 이어폰 음악을 들으며 무심히 보고 있었고, 어떤 여자가 내 앞자리에 앉자마자 왼쪽 차창 너머 중앙선의 반대 방향으로 열심히 손을 흔들며 안녕, 인사를 하는 장면을 봤다. 


당연히 반대편엔 남자친구가 있겠지, 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정류장을 자세히 바라봤다. 그곳엔 또 다른 '여자'가 맹렬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두워서 표정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해맑을 거라 생각한다.






연인이 아닌 관계에서 만나고 헤어질 때 그(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본 적이 언제였었나, 생각을 해보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경험이 있긴한걸까.


만나서 맛있는 것을 먹고, 대화하고, 즐겁게 웃고 떠들고 하는 건 사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일상이다. 하지만 만남과 헤어짐의 '단계'에서도 애틋하게 서로에게 표현을 하는 건 연인이 아니고서야 참 어렵다. 쑥스럽고 민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색(?)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버스에서 봤던 이름 모를 두 명의 여자는 그걸 자연스럽게 했고, 꼭 그날만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아주 일상처럼 평범하게 일어나는 그런 우정 표현들이 생각지도 못한 내게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만약에 내 지인들에게 그러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이없이 비웃을 수도 있고, 미친X 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 하지만 가끔씩은 해보고 싶다. 부담스러우니 너무 자주는 말고, 주기적으로.


세상에 당연한 관계는 없다. 서로가 이어진다는 건 계속해서 노력한다는 것. 일상의 시간을 내어 '만난다는' 자체가 소중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소중함을 소중하다고 평소에 표현하는 것이, 어쩌면 훗날 어려움이 닥쳤을때 관계의 희석을 막아주는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행동은 습관을, 습관은 운명을 결정하니깐.



그날, 두 사람의 우정이 변함없이 영원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장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