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 깊은 생각을 해보라는 경고를 곁들인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요즘에 27살에 약혼해서 28살에 결혼을 하겠다는 지인이 있으면 다들 어떻게 할 것 같은지 생각해보자.
내 주변은 다들 '사고 쳤어?' 라는 따스한 말부터 해주셨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아주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남자친구랑 오래 만난 것도 아니고 평소에 결혼 아니면 죽음하고 외치던 강경 현모양처파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항상 결혼을 빨리 하고 싶던 사람이었다.
첫번째 이유는 나는 요리도 인테리어도 예산 관리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결혼하면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일주일치, 한달치 식단표를 계획하고 식재료를 사서 버리는 것 없이 알뜰살뜰 식사를 차려내는게 행복한 사람이다. 또 오늘의집에 소개될만큼 멋진 집은 언감생심이지만, 깔끔하게 정리하고 사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적은 생활비로 살면서 나머지는 예적금에 모아두는 절약정신도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나는 내가 결혼하면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 이런 이유로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이면 이걸 생각해보시길. 내가 해낼 요리, 인테리어, 예산관리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절대 아니다. 기껏 밥상을 차려냈는데 아무 생각없이 '와 또 이 반찬이야?' 라고 말하는 무심한 사람과 살게 될 수도 있다. 청소를 다해놨는데 양말을 벗어서 아무데나 던지는 사람이 당신의 배우자일수도 있고. 경제관이 다른 사람을 만날수도 있다는 얘기는 너무 뻔한 전래동화같으니 차치하고.
두번째 이유는 집순이라서. 배우자와 퇴근하고, 주말에 둘이서만 재밌게 놀고 싶었다.
→ 주변 집순이 집돌이 중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당신은 정말 '혼자'를 좋아하는 집사람인지 아니면 '집'을 좋아하는 집사람인지. '혼자'가 좋은 사람이라면 결혼해서도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라 상대방의 양해가 많이 필요한 사람일수도 있다.
마지막 이유는 나는 본가에 부모님과 산다. 아들딸의 결혼전 독립을 반대하시는 부모님들과 사는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것 같다. 나는 부모님을 사랑하고, 부모님도 나를 사랑하지만 혈연 관계란 두 발자국 정도 떨어져서 애틋함을 가지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요즘 2010, 2020년대 들어서야 자녀는 부모의 소유가 아닙니다. 자녀의 독립성을 존중해주세요. 하는 좋은 말들이 유행하지만 1980, 1990년대 생들은 그런 말들과 거리가 멀거든. 그래서 자연스레 20대 중반쯤 되면 다들 독립을 꿈꾸게 되는 게 아닐까? 결혼전까지 어디 나갈 생각을! 이라고 하시니 결혼해서 나가드리지요!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고려해볼 점들은 사실 성숙한 성인이라면 결혼하기 전부터 알고 있다. (나는 미성숙한 편이지만)
하지만 그래도 이 사람이면 해볼만한데 라고 생각하게 된 사람을 만나서 시작하게 되는게 결혼인 것 같다.
이 사람은 내가 아기자기하게 집에 콕 박혀서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소망을 이해해주고 함께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못먹어도 고!를 외치게 되는 거지.
결혼은 서로의 기대가 무엇인지 알고, 그거를 채워주려고 평생 노력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나머지 채워질 수 없는 기대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정으로 채워나가는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