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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포레스트 May 30. 2022

영화_윤희에게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했던 영화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인클이라는 유튜버 중 한 분이 인생작으로 추천하길래 시간도 남고 실제로 추웠던 날, 갑자기 끌렸던 윤희에게.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영화였고 주변에서도 내가 좋아할 영화가 나왔다며 말해주던 영화라서 보려고 했었다. 눈, 김희애, 일본 동네. 이 세 가지가 모였기에 싫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보지 않았던 이유는 김소혜 배우였다. 프로듀스 101때 피디픽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원래 배우 지망생인 것에 비해 연기력이 좋지 못하다는 평이 있어 왠지 보기 싫은 마음에 여태 미루다 이제야 보았다.



 사람들에게 '윤희에게'의 평을 물어보면 항상 풍경만 언급되었다. 하지만 보기 전에 새로운 평이 들었다. '사랑하는 과정은 없고 헤어진 이후만 알게 되는데 나는 그게 몰입이 안된다.'라는 이야기였다. 

보기 전에는 몰랐으나 보고 나니 그 말이 정확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아쉬움이 굉장히 큰 편이다. 충분히 잘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왜 넣었지? 하는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계속 잔잔한 분위기로 이끄는 영화. 윤희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인 줄 알았으나 사실 숨어있던 메인 주인공은 새봄과 쥰이었다. 왜? 메인 주인공이 윤희가 아니라 새봄 시점인지를 시작으로 새봄과 관련하여 의문인 점들이 많다. 영화는 새봄이 남자 친구와 연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나는 이걸 윤희와 쥰이 연애하는 것과 대비하여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엄연히 여성 둘의 사랑과 헤어짐이 주제인데 굳이 헤테로인 새봄과 정수의 연애를 보여주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라는 생각이 끝없이 맴돌았다. 차라리 윤희와 쥰의 아역이 나와서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계기를 보여줬다면 영화의 몰입이 더 쉬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윤희는 항상 외롭다. 주변에 딸인 새봄이 있어도, 과거에 남편이 곁에 있어도. 이유는 잊지 못하는 첫사랑 쥰.


 헤어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렇게 잊지 못할 만큼 열렬히 사랑했고 둘 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역시나 강제로 헤어졌다.

2022년인 지금도 동성 간의 연애는 사람들에게 금지되는 사항이거나 혹은 과한 우정의 착각, 아예 언급조차 금지되는 이슈로 꼽힌다. 하지만 과거에는 어땠을까? 과거는 정신병으로 불렸다. 동성이 동성을 사랑한다는 정신병. 금기시되는 사랑이었다.


윤희의 가정은 전형적인 과거의 집안이었다. 오빠에게 뺏긴 교육의 기회, 그리고 차별. 대학을 포기하는 대신에 몰래 받아야 했던 필름 카메라 하나.

쥰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윤희는 정신병원에 다녀야 했고 사랑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오빠가 정해준 사람과 일찍 결혼을 하는 등 쥰에게서 도피했지만 가정은 실패했고 다시 오빠가 정해준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윤희가 일을 그만두고 이사를 가면서 오빠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부분이 있다. 일을 그만두었다고 통보하며 자기가 직접 일을 구할 거라고 하는 윤희에게 오빠는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냐고 말한다. 본인이 뺏어간 기회임을 오빠는 모른다. 당연하다. 그 당시에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는 사치였다. 그런 상황에서 자랐다.

 



 인생영화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들이 많았다. 영상미는 익히 들은 대로 최고였다. 나 또한 영화를 보면서 겨울의 일본을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영상미 영화로 추천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럼에도 위에서 언급한 새봄 이의 서사, 그리고 헤어짐은 있지만 쥰과 윤희가 만나서 사랑하는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은 몰입도를 떨어지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여 좋은 점을 찾아보자면, 동성과의 연애를 상상할 수 없던 그 시대의 상황을 덤덤하게 풀어낸 작품이었다. 사랑의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겪는 여성의 상황들도 자연스럽게 배어있어서 좋았다. 여성이 겪은 배움의 기회 박탈 혹은 이른 나이이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도 결혼해야 하는 숙명. 남성에게 기대지 않으면 결혼도 취업도 쉽지 않던 그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했다. 여성의 자립을 불가능으로 보는 시대를 나는 윤희에게를 통해서 다시 한번 느꼈다.


단점도 장점도 극명하지만

그럼에도 눈이 내리는 어느 밤이면 생각날 영화가 하나 늘었다.


이상 윤희에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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