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포레스트 Apr 24. 2022

영화_남매의 여름밤

현실과 추억, 그 가운데.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작년 여름에 봤던 남매의 여름밤

원래 독립영화를 즐겨봐서 팔로우하고 있던 그린나래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남매의 여름밤 포스터를 처음 봤다. 그때까지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영화 이벤트로 최정운 배우님이 인형을 숨기고 동주의 애착인형 문제를 내는 영상이었다. 그냥 무심코 소리를 켰는데 거기에 나오는 정운 배우님의 목소리가 너무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의 톤이었다. 적당히 낮은며 차분한 목소리. 그렇게 입덕하였다. 


영화의 리뷰는 영화 소개보다는 영화의 감상평식으로 진행되며 스포가 있습니다.



포스터만 본다면 도란도란 가족 힐링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고를때 내용을 보고 가는 타입이 아니라 

그냥 갔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갔었다. 적당히 잔잔한 가족애를 담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나서는 

찡한 현실판이었다. 현실을 굉장히 덤덤하게 파스텔톤으로 영상화한 느낌.


이걸 볼 때 옥주 역할에 감정 이입하면서 봤다. 나에게 할아버지는 없었지만 할머니는 있다. 그렇기에 

할머니와 나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봤더니 그냥 눈물 폭탄이었다. 

부모님은 이혼하고 가난한 아빠와 어린 동생과 함께 사는 옥주는 그나마 있던 집에서도 있을 수 없어

할아버지 집으로 향한다. 여기서 나오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의 명대사


"할아버지 집에 오니깐 좋지?"


이 영화는 옥주동주네 남매가 할아버지 집으로 강제이사를 하면서 시작된다. 옥주는 당연히 아빠가 할아버지한테 얘기를 하고 온 줄 알았지만 역시나. 아빠는 얘기도 안 하고 일단 짐부터 싸고 들어왔다.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함께 먹는 콩국수. 옥주는 입으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먹고있는지도 모르게 그냥 짜증만 났다. 저런 아빠가 미웠다.


아빠는 열심히 할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콩국수를 먹으며 툭하고 얘기를 꺼낸다. '애들이 있는게 좋죠? 애들 방학동안만 여기서 지내게 할까요?'. 화면은 무표정한 할아버지를 비춘다. 의외로 긍정의 말이 나왔다.

어찌됐든 여기서 살기로 했다.




우려와는 다르게 평온한 매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아빠는 돈을 벌겠다고 정품 운동화도 길거리에서 

팔고 있고 할아버지는 말이 없으신 편이라 피곤하지도 않고. 그저 동주가 사고만 치지 않으면 다행인 날들에, 보고싶던 고모가 찾아왔다. 가족끼리 나란히 밥을 먹다 아빠가 묻는다. "니 서방 밥은? 안 챙겨줘도 돼?"

영화는 극 사실주의이다. 2022년에 이런 이야기가 아직도 나온다는게 정말 놀랍지만 현실들은 

더욱 나를 놀라게 한다. 




영화는 클라이막스로 들어간다. 옥주는 아빠의 신발이 정품인 줄 알고 아빠 몰래 운동화를 훔쳐서 남자친구도 가져다 주고, 심지어 용돈벌이로 몰래 파려다가 의심하는 판매자에게서 도망치다 신고를 당하며 아빠에게 걸리게 된다. 서로가 민망한 이 부분에서, 차를 타고 가면서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옥주의 표정, 그리고 골목을 달리는 차의 모습을 좋아했다. 연출적인 이런 부분들이 이 영화의 포인트였다. 


고모는 이혼을 했다. 차라리 만나지 말 걸 그랬나봐. 후회하는 고모와 그래도 오빠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화내주는 오빠. 이게 바로 가족의 사랑을 그린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동주가 옥주를 향해 뛰어 올라온다. '무슨일이야?'

급하게 동주는 말한다. '할아버지가 방에다 똥을 쌌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할아버지의 이상증세.  그리고 그것을 수습하는 고모와 아빠는 할아버지 몰래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낼 생각을 한다. 그리고서 옥주와 동주에게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강요 아닌 척 묻는다. 이번에도 옥주는 할아버지랑 얘기한 부분이냐고 묻는데 당연히 물어보지 않았다. 아빠의 무능함이자 뻔뻔함이 그려진다.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했던 장면 중 하나다. 연출이 부족하거나 하는게 아니라 저 상황 자체가 너무나 현실같아서 짜증이 밀려왔다. 


항상 어른들은 가족을 우선시 한다고 말한다. 가족같은 회사, 가족같아서, 자식같아서, 부모같아서 등등

하지만 돈 앞에서는 그저 인간 대 인간이다. 할아버지의 집을 두고 고모와 아빠의 이야기도 정말 현실과 맞닿아있었다. 고모는 "설마 오빠가 그 집에서 살 건 아니지?" 하면서 여태 숨겨왔던 본심을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집안에서 무얼 하든 지원받는 첫째 아들. 그리고 항상 뒷전인 둘째 딸. 그런 현실을 은은하게 섞어서 표현하는데 이게 현실다큐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당시에 첫째 둘째가 중요했을까? 아니다. 성별이 제일 중요했다. 딸이라는 존재는 생겨도 걱정이었다. 과거에는 태어나기도 전에 지워지고 사라진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다. 고추 하나가 안 달렸기에 많은 생명들은 빛을 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이런 현실에서,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이었으면 상황은 같았을까? 아니다. 

딸과 아들이 같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렇다. 항상 딸은 집안의 지원 대신 알아서 살아가야했다. 




영화내리 우울과 현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분위기를 바꿔주는 동주가 있다.

이 장면만큼은 훈훈하게 봤다. 이게 바로 남매의 여름밤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장면이 아닐까?

화기애애한 밤, 모든 가족이 나와있는 거실 그리고 과일들.


동주라는 캐릭터는 그냥 순수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빠랑 고모는 오히려 그 일로 바쁘고,

누나는 울기만 하고 있을 때 동주가 옥주한테 말을 건넨다. 

"라면 끓여줄까?" 

그 말에 옥주는 피식하고 웃으며 그래-라고 한다. 이게 영화 제목에 남매가 들어가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 지지할 수 있는 부모말고 다른 존재라는 것의 의미. 


이 영화가 주는 다른 의미는 최정운이라는 배우의 발견이었다. 

여린 얼굴이지만 단단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한다. 연기 톤이 이미 정돈된 느낌의 표현력이 좋은 배우. 나는 실제로 남매의 여름밤 GV를 가서 최정운 배우님을 본 적이 있다. GV에서도 말했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할아버지 얘기를 하다가 옥주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엉엉 울어버리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정운 배우님은 코부터 빨개지면서 눈에 슬픔이 맺혔는데 나는 그 장면을 영화 전체중에 제일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는다. '아. 이 배우는 연기를 정말 잘하는구나' 싶었다. 


 이 영화는 영상미도 좋다. 누군가에게는 실제로 있을법한, 겪어봤을 인생이 함축되어 영상이 되었을 뿐이라는 생각. 특히나 이 노을지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이 꼽은 영상미 명장면이자 나도 좋아하는 장면이다.

GV에서 감독님의 말을 빌리면 옥주동주네 할아버지 집도 직접 매물을 보러 다니다가 정한 집이라고 말하셨다. 디테일적으로 고심하며 정한 모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다양한 상들을 탔음에도 국내에서의 존재는 미미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개의 상을, 서울독립영화제,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뉴욕 아시아 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한국영화평론가 협회상, 부산영화평론가 협회상,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최정운 배우님과 윤담비 감독님 두분 다 상을 타셨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상을 탔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의 존재를 모른다. 최정운 배우와 윤담비 감독을 잘 모른다. 이게 우리나라 독립영화의 현실이 아닐까 싶었다. 


상업적으로 훌륭한 영화가 결코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요즘은 포스터만 보고 결말까지 유추가 가능한 추리영화들이 다양하고, 고전적인 웃음코드를 가지고 흥했던 영화의 시리즈 같은 영화들이 판을 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영화계 산업은 죽음을 맞이했다 부활한 정도다. 앞으로의 향후는 어떻게 될지 모르곘지만 돈을 밝혀서 그저 찍어내듯 내는 상업영화들이 판치는 세상이 아니라 의미와 감동을 겸할 수 있는 독립영화들도 빛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 글을 썼다. 


이상 영화 남매의 여름밤이었습니다. 


- 글은 2020년에 쓴 제 블로그에서 가져와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