鱼汤

by 소인

어탕(鱼汤)

길에 개가 보이지 않는다. 장마 통 넘실거리는 낙동강 흙탕물 건너 간 걸까. 그토록 그리던 암캐는 강마을에 살고 있을까. 빗속을 뚫고 어탕(鱼汤) 집에 갔다. 민물고기 매운탕은 즐기지 않는 편이다. 지인의 소개로 얼마 전 갔던 어탕 집에선 잡어를 추어탕 식으로 갈아 채소를 넣고 끓이는데 좋아하는 산초가루를 넣어 먹으니 별미였다. 단단하게 반죽해 얇게 떠낸 수제비는 입맛에 그만이었다.

예부터 강을 끼고 있는 고장에서는 어탕을 많이 먹었는데, 어탕은 각종 민물고기를 푹 고아서 특유의 비린내를 제거한 다음, 걸러낸 구수한 국물에 부추 등 여러 가지 야채를 넣어 끓인 음식이다. 어탕은 마늘과 다진 고추를 듬뿍 넣고, 제피 잎이나 열매를 넣은 뒤 먹어야 비리지 않고 제 맛이 난다. 기호에 따라 국수를 넣어 먹기도 하는데 경기, 충청도에선 어죽(鱼粥)이라고 한다.

메기보다 빠가사리(동자개) 매운탕은 요새 민물 매운탕 애호가의 여름철 입맛을 자극한다. 경북 북부 내륙의 하천엔 꺽지를 비롯해 퉁가리, 갈겨니, 중태기(버들치)가 많이 산다. 어탕은 민물고기의 단백질과 지방, 칼슘을 고루 섭취할 수 있고, 야채를 함께 먹음으로써 최고의 보양 효과를 지닌 영양식이다. 자가격리를 무탈하게 마친 딸이 보건소에 기간제로 취업했다. 부녀가 임시직이다. 딸과 아내를 며칠 전부터 졸라(誘って, 반은 꼬드김) 순흥면 어탕 집에서 수제비 어탕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부모의 손맛을 전수받았을 젊은 내외의 선한 응대가 어탕 국물만큼이나 새뜻한 맛이었다. 시골 어탕 집 앞에는 오종종하게 가꾼 여름 꽃들이 한창 피어났다.

소수서원의 죽계천 물길이 불어났다. 더 이상 쏟아지는 빗물을 가둘 수 없는 숲에선 빗물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계곡마다 지류에선 흙물이 콸콸 아래로 흘렀다. 금성대군 신단 지나 선비촌의 젖은 은행나무 길을 달렸다. 작년 겨울 자전거 타고 지났던 길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단산면 바로 앞의 눅눅한 논길을 지나며 여기가 빵을 먹으며 쉬었던 곳이라 말해주니 두 여자가 무슨 유적지 답사냐며 웃었다. 몸으로 달린 길은 흔적이 새겨진다. 길과 주변의 풍경이 속살의 기억처럼 떠오른다. 풍경이 대상이 아닌 나의 일부로 스민 까닭이다. 풍경과 함께 스민 사유는 녹아 혈관을 흐른다.

부석사 회전로터리 앞의 블렌딩 커피 끝내주는 마른 사과껍질 같은 Apple bean 여주인의 커피맛은 어탕으로 배불러 다음으로 미루었다. 개울의 물안개가 저녁이 되자 마치 일본 가고시마의 스기타키(杉滝) 온천 마을처럼 부옇다. 삼나무가 폭포처럼 둘러싼 마을 곳곳에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내성천 고수부지에서 운동기구를 타는 아내와 딸을 두고 물구경하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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