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다른 말은

영순할매

by 조아라

“할매, 살면서 제일 좋았던 때가 언제야?”

“할매, 내가 태어났을 때 마음이 어땠어?”

어떤 대상을 좋아하면 질문이 많아진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언제나 할머니와 함께하는 내일이 있다는 생각에 그 쉬운 질문들도 오늘 하지 않았나 보다. 질문 하나에 내가 추억할 할머니가 더 많아진다는 생각을 그때는 미처 하지 못했었다. 우리는 매일,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잊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에 관하여 글을 남기고 싶다. 세월이 흘러 우리 할머니처럼 기억이 흐려지더라도 ‘영순할매’는 기억하고 싶으니까.


일상 속에서 문득 할머니가 떠오를 때가 있다. 가만히 길을 걷다가도,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에, 할머니가 좋아하는 빵과 초밥을 먹을 때, 이처럼 일상에서 무수히 많은 순간에. 주위에서 나와 언니오빠들을 ‘착한 손주’라고 말하지만 내가 그렇듯 언니오빠들도 그럴 것이다. 더 해드리지 못했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종종, 그리고 자주 생각한다. 1년만 더 사셨으면, 아니 1달만 더 사셨으면. 혹은 할머니의 마지막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어느 하나도 이루어질 수 없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772일 째인 오늘도 나는 그 생각을 한다.


영순할매는 내가 해드리는 건 무엇이든 반기며 미소를 보이셨다. 하물며 깜빡하고 간을 하지 않은 달걀찜 하나에도 맛있다고 잘 드셔주셨다. 나에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표현도 아끼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 또한 이렇게 감정을 글로 고백할 수 있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할머니를 이렇게 표현한다.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갑작스레 비가 내리는 날이면 초등학교 1학년 때 교실 뒷문을 살짝 열고 나에게 우산을 가져다주고 가신 장면을 떠올린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왜일까. 아마도 그건 사랑이라 그럴 것이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랑. 갑작스러운 비 소식에 어린 막내 손녀가 비를 맞고 올 것이 걱정되었겠지. 집까지 5분 정도의 거리였지만 영순할매는 마음이 급해져서 학교에 찾아왔을 거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건지 알았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건 사랑이었다. 감히 내가 글로 담아낼 수 없는 사랑.


이 글을 쓰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사랑을 글로 남길 수 있음에, 마음으로 사랑을 기억하고 있음에. 할머니의 임종 직전 윤정언니가 메는 목을 간신히 부여잡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할매, 할매는 우리에게 사랑 주러 내려온 천사야 천사.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의 천사 영순할매, 할매 보고 있지 우리? 다시 만나는 날 멀리서부터 힘껏 달려갈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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