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서 여행할래? 06화
마이애미에서 미국의 최남단인 키웨스트까지는 편도로 3시간 40분이 걸린다. 키웨스트 까지 가는 길에 키 라르고와 이슬라 모라다 같은 섬들을 거친다.
섬들 사이를 연결해서 만든 다리를 건너다보면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에 처음에는 탄성이 터진다. 바다 위로 어떻게 이렇게 긴 다리를 만들었을까? 역시 사람이 못하는 것은 없나 보다. 계속 가다 보면 '아직 멀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집중력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산증인이 되었다.
키웨스트에 도착하니 이정표가 맞는다. 드디어 미국 최남단 키웨스트다! 12월 말이지만 미국 최남단답게 키웨스트는 쨍쨍한 여름이다. 키웨스트 관광의 핵심은 Duval Street에서 시작한다. 걷기만 해도 쿠바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마이애미에서 쿠반 샌드위치와 쿠반 커피를 마시며 어렴풋이 쿠바 느낌을 맛보았다면, 키웨스트에는 아예 대놓고 쿠바문화센터가 있다. 마이애미 리틀 하바나에서 수탉 동상을 보았다면 여기서는 길에 닭이 돌아다닌다. 뭔가 쿠바스럽게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쿠바에서 90마일(=145킬로미터) 밖에 안 떨어져 있다고 한다. 거의 서울 - 대전 거리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을 걷다 보니 유독 Conch Republic이라는 깃발이 눈에 띈다. 키웨스트는 미동부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1번 국도의 끝이다. 1982년에 국경경비대가 마약과 불체자 유입을 막기 위해 이 1번 국도를 막고 검문을 실시했다. 이 검문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수입이 줄게 되자 키웨스트 의회는 콘치 리퍼블릭(Conch Republic)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을 선포하였다. 그 후 국도 봉쇄와 검문이 풀리고 관광산업도 다시 살아났다. 콘치는 일종의 왕소라다. 이 지역이 콘치가 많이 잡히나 보다. 깃발을 보며 재밌다고 웃었는데 이런 역사가 버무려져 있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듀발 스트리트에서 새하얀 멋진 성당을 만났다. St.Paul Episcopal Church다. 이 성당은 세인트 오거스틴 남쪽으로는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북적이는 듀발 스트리트에 있다가 여기에 들어오면 조용하고 평화로워진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키웨스트 최고의 선셋 포인트는 말로리 스퀘어다. 저녁때가 다가오니 사람들이 말로리 스퀘어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우리는 선셋을 보기전에 키웨스트에서 꼭 먹어보려고 마음먹은 키 라임 파이를 먹으러 갔다.
나는 나름 디저트계의 양대 산맥으로 뉴욕 치즈케이크와 플로리다 키 라임 파이를 뽑는다. 플로리다에서는 어딜 가나 키 라임 파이를 판다. 그 키 라임 파이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곳이 있어 가보았다. 맛은... 우리가 이미 아는 그 맛이다. 새콤달콤! 그러나 동네 베이커리에서 파는 맛보다 단맛이 은은 하니 고급진 맛이다. 찾아와서 먹어본 보람이 있다.
말로리 스퀘어에서 선셋을 기다려 본다. 데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선셋을 보려는 사람도 많은지 요트도 많이 떠 있다. 미국 최남단의 해는 더 금빛으로 찬란하게 서서히 가라앉았다. 해가 지고 나니 더 반짝이는 말로리 스퀘어의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길래 가보았다. 1번 국도의 종착점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1번 국도는 플로리다의 키웨스트에서 메인주의 포트켄트를 연결하는 도로다. 미 동부를 여행하다 보면 1번 국도를 안 지날 수가 없다. 그동안 1번 국도를 따라 여행했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런 1번 국도의 끝이라니 갑자기 새삼스럽다.
그다음 날은 키 웨스트의 관광명소에 갔다. 키웨스트 인증샷 포인트인 The Southern most point에는 하루종일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선다. 아침 일찍 7시쯤 가기를 강추한다. 우리 가족도 일어나자마자 세수만 하고 여기에 가서 사진을 찍고 와서 아침을 먹었다. 아래 사진처럼 사람이 아무도 없이 사진 찍으려면 아침 일찍이 정답이다.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부터 뒤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90 miles to Cuba라고 쓰여 있다. 맨 윗단 세모속에 The Conch Republic 이라고도 쓰여 있다.
아침은 먹은 후 헤밍웨이 하우스에 갔다. 여기도 입구에 줄 서는 곳이다. 헤밍웨이가 말년을 보낸 집으로 집안에는 고양이 천국이다. 유튜브로 보니 집안 가득 고양이다. 우리 집에 두고 온 고양이 두 마리가 생각났다. '우리 고양이들아~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입장료는 19불이다. 우리는 밖으로 마실 나온 고양이와 인사하고 지나갔다.
그 앞에 Light House가 있다. 입장료는 17불이다. 보통 등대는 바닷가에 있는데 이 등대는 올드타운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등대관리인이 상주하지 않고 박물관으로 역할하고 있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등대보다 커피가 더 고파서 커피맛집으로 갔다. 쿠반 커피 퀸(Cuban Coffee Queen)이라는 커피숍이다. 커피가 잠을 확 깨우는 맛이다. 새벽부터 사진 찍겠다고 돌아다닌 나에게는 생명수 같은 커피였다. 이 커피숍은 벽화가 예뻐서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온갖 쌩쇼를 하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모이더니 갑자기 줄이 생겨버렸다.
마지막으로 Key West Marine Park에서 12월 말의 작렬하는 태양 아래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점심을 먹고 키웨스트를 떠났다. 글을 쓰며 키웨스트의 콘치샌드위치도, 길거리에서 꼬끼오하며 돌아다니던 닭들도, 정신이 번쩍 드는 쿠반 커피도, 미국에서 최남단의 선셋도 모두 그립다. 이런 그리움이 사람들을 다시 키웨스트로 부르는 것 같다. 마이애미에 갈 예정이라면? 1박 2일을 더 써서 키웨스트도 꼭 다녀오길 강추한다.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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