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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May 17. 2024

취리히의 성당과 퐁듀

그로스 뮌스터, 프라우 뮌스터, 성 마틴 뮌스터, 그리고 퐁듀

베른의 성당 두 곳에서 십자고상과 마리아상이 없다는 걸 발견한 후 성당은 이번 여행의 주요 테마가 되었다. 드디어 취리히 성당을 둘러볼 차례다. 취리히에는 유서 깊은 대표 성당만도 네 개나 있다고 한다. 그중에 그로스 뮌스터와 프라우 뮌스터 두 곳을 들렀다.  그로스 뮌스터는 쌍둥이 첨탑으로 유명하다. 가까이 가보니 규모가 아주 커서 그로스라는 말 그대로 대성당이었다.  프라우 뮌스터는 왜 숙녀라는 뜻의 프라우라고 이름붙였나 궁금했는데, 동프랑크 왕국의 루트비히 2세가 딸을 위해 세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무위키를 보니, 루트비히 2세에게는 프라우라우스터 수녀원의 원장이 된 딸이 있다는데 그 딸을 위해 지었나 보다. (표지 사진이 프라우 성당이다. 여기에도 역시 문화 행사 안내문이 있다.)



그로스 뮌스터의 쌍둥이 첨탑


융프라우에 갔을 때 이렇게 높고 험한 산 이름을 왜 융프라우, 젊은 아가씨라고 붙였을까 잠깐 궁금했었다. 그러다 이 프라우 성당을 보고 융프라우의 프라우와 프라우 성당의 프라우가 같은 사람, 바로 예수의 어머니 성모마리아겠거니 제멋대로 추측하고 있었는데, 두 프라우는 전혀 다른 사람인가 보다.  융프라우의 젊은 아가씨는 인터라켄의 아우구스티누스 수녀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인터라켄의 아우구스티누스 수녀가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프라우 성당은 출입할 때 입장료를 받았다. 지금까지 모든 성당에서 입장료를 받지 않았는데, 이상했다. 이제서야 검색해보니,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기로 엄청 유명한 성당이라고 한다. 그래서 관광객이 몰릴까 두려워 제한을 두려고 입장료를 받았나 보다. 큰애는 연구소 일에 치여 사는 데다 종교에도 큰 관심이 없다 보니, 정보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걸 모르고 5프랑 아끼자고 구경을 안 했다.    


프라우 성당을 나와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마틴 성당, 이 성당은 아주 작았다. 그로스 성당이나 프라우 성당에 비하면 방 한 칸짜리 규모였다. 여기에도 문화 공연 안내판이 있다. 그러나 실제 미사도 집전하는 모양새다. 소박하면서도 경건한 공간이었다.


마틴 성당, 작아서 신심이 더 생길 것 같은 모습이다.


취리히의 구시가를 하릴없이 걸었다. 중고 옷을 파는 가게도 들르고, 중고 서점도 들렀다. 새 물건을 파는 가게는 말할 것도 없지만, 중고 물건을 파는 가게도 얼마나 깔끔하고 예쁘게 정리되어 있는지 취리히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취리히는 번쩍번쩍하지 않으면서 고급스럽고, 예쁘다기보다는 우아한 분위기인데,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물론 그 뒤에는 엄청난 비용을 감추고 있지만 말이다.     


취리히 서점, 어두운 저녁이 아닌데도 조명을 저렇게 켜놨다. 중고 서점이라고 기억하는데, 맞을 것이다.


트램을 잠깐 타고 중국공원에도 갔다. 중국 정원은 중국이 스위스에 친선의 의미로 조성해주었다고 한다. 인터라켄에는 일본 정원이 있었는데, 그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제대로 구색이 갖춰져 있었다. 중국의 재력이 그만큼 큰 것인지, 일본보다 중국이 스위스에 관심이 더 큰 것인지는 모르겠다.     


중국 공원은 입장료는 없지만, 담으로 둘러 쌓여서 잘 관리되고 있다. 관리인도 있다.





취리히 호숫가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다가 식당에 가서 퐁듀를 먹었다. 퐁듀는 라클렛과 함께 스위스 대표 음식이라는데, 라클렛과 마찬가지로 두 번 먹을 음식은 아니다. 라클렛이건 퐁듀건 너무 무겁다. 큰애도 스위스에 왔다는 기념으로 딱 한 번 먹을 음식이라고 한다. 이런 음식인 줄 알았다면 굳이 그 비싼 값을 치르면서 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돈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취리히의 어느 수제 햄버거 가게는, 수제 햄버거에 음료수 하나만 시켜도 5만 원이었다. 그러니 멋진 웨이터가 서빙해 주는 이 식당의 퐁듀는 얼마나 비쌀까, 나는 아예 값도 안 물어봤다. 이렇게 취리히에서의 마지막 날이 저물어갔다.   


       

와인을 넣어 푹 졸인 치즈에 빵을 풍덩, 무겁고도 무거운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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