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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May 15. 2024

프라이부르크!

     

한국 출발 후부터 일주일 동안 평소보다 많이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등 통증도 있고, 날씨도 안 좋고 해서 하루 쉬었는데, 어느 정도 충전이 되었다. 호랑이 연고와 키네시올로지 테이프를 믿고 오늘은 프라이부르크로 향했다. 프라이부르크 역시 가기 전날에서야 검색했는데, 대학이 있었다. 맞다, 그렇지, 대학이 있었지, 프라이부르크 대학은 하이데거가 40년간 재직한 대학이다. 흥미가 돋았다. 


사실은, 소시적 독일 유학을 꿈꾸며 남산에 있는 괴테인스티튜트에 몇 달 다닌 적이 있다. 결혼 후 얼마 안 되어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마음에 준비했는데, 경제적 지원도 없고 아이도 딸린 사람이 외국에 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깨닫고 깨끗이 포기했었다. 그게 30년 전 일이다.  


콜마르처럼 프라이부르크도  바젤까지 기차로 가서 독일 기차로 갈아탄다. 바젤 역은 스위스, 독일, 프랑스 기차가 다 서는 곳이다. 바젤 역 마트에 한국 소주가 수십 병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잠시 국뽕에 취할 뻔했다.  독일 기차 외관은, 프랑스 기차처럼 요란하지 않고 스위스 기차에 더 가까웠다. 내부 의자나 디자인은 스위스보다 더 사무적인 느낌이 든다. 


프라이부르크 역에 내리니 확실히 다른 나라 느낌이 난다. 같은 국경 지역이라도 콜마르는 고요한 마을 느낌이 있었는데, 프라이부르크는 대학이 있어서 그런지 도시 느낌이 들었다.  기차 안에서 본 독일 건물에는 대부분 그라피티가 있었는데, 프라이부르크 건물에도 역시 그라피티가 많다. 독일의 다른 도시들도 그라피티가 많다고 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래도 대학 도시라 거리에 단정한 젊은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프라이부르크 그라피티는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기차역에서 나와 길을 건너니, 벌써 거지가 건물 벽에 기대앉아 구걸하는 모습이 보인다. 가는 길마다 거지가 곳곳에 있었으니, 콜마르보다 많다. 독일이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라지만 어딘가 틈이 있나 보다.  큰애가 절대로 쳐다보지 말라고 해서 얼른 시선을 돌렸다.      

 

프라이부르크에도 아주 역사가 오래된 프라이부르크 대성당이 있었다. 12세기부터 짓기 시작해서 16세기까지 지었다고 한다. 여기에도 역시 십자고상이 있다. 꽤 웅장한 건물이지만, 그러나 이 대성당은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 밀려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다음날 취리히 성당 몇 곳과 비교하자면, 콜마르나 프라이부르크 성당은 살아있는 느낌이 없고 박물관 같다. 베른이나 취리히의 성당은 문화 프로그램도 많이 있고, 시민들이 앉아 기도하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대학교는 재학생이 대략 2만 명 정도 되는 큰 학교인데, 한국 대학처럼 담장 안에 건물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어서 캠퍼스의 낭만을 기대했다면 실망한다. 본관처럼 보이는 큰 건물이 있지만, 단과 대학 또는 학과별로 건물이 따로따로 동네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런데 유럽 대학이 대부분 이렇다고 한다. 


다른 건물은 다 역사가 오래되어 보였지만, 도서관만은 현대 건물인데, 본관(?)보다 더 커 보였다. 건물 외벽은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는 건물처럼 보인다.  프라이부르크에는 태양광에너지를 쓰는 건물이 많다던데, 이 건물도 그런 것 같다. 또 눈에 띄는 것은 학생들이 자전거로 통학하는지 도서관 앞에 자전거가 수백 대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프라이부르크 시민 모두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프라이부르크는 친환경도시로 유명하다. 검색하면 자세한 내용이 나오니 관심 있는 분은 더 찾아보면 좋겠다.


프라이부르크대학교 도서관 앞 자전거들


한국 대부분 도서관처럼 여기 도서관도 출입 제한이 있을 것 같아 들어갈 볼 생각도 안 하고 바로 길 건너 본관으로 갔다. 본관이라는 말은 좀 어폐가 있고 본관 느낌이 나는 건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 대학의 본관이라면 총장실 등 사무실이 있는 건물인데, 이 건물에 그런 사무실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강의실만 눈에 띄었다. 아무튼 본관 느낌이 나는 이 오래된 건물 전면 위쪽에는 DIE WAHRHEIT WIRD EUCH FREI MACHEN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가 새겨져 있다. 기대한 대로 이 건물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서 2층까지 올라가 보았다. 오래된 건물인데도 층고가 엄청나게 높다.     


 

건물 전면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가 새겨져 있다.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본관 분위기 나는 건물 외관. 다시 보니, 정말 거대한 건물이다.


2층에 올라가니, 로비 벽 쪽에 비스마르크와 프리드리히 1세, 2세의 조각상이 있다. 바로 정면에는 강당처럼 보이는 큰 문이 있는데, 문 위에는 엄청나게 큰 그림이 걸려 있다. 자세히 보니,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갖다 주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화장실을 찾아가다 강의실 문이 열려 있어 힐끔 들여다보니, 1인용 책상이 여러 개 있다. 아주 깔끔하게 관리된 모습이었다. 이런 구경을 하다니, 정말 유럽에 왔구나, 싶은 게, 괜히 감격스러웠다. 나의 감탄을 듣던 큰애가 자기 신랑이랑 엄마는 똑같은 게 정말 많은데, 대학에 관심 있는 것도 똑같다며 놀린다.     


프라이부르크대학교 본관(?) 2층


콜마르든 프라이부르크든 기차로 당일치기할 수 있는 최선의 도시라 선택한 곳일 뿐,  가야 할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틀을 이보다 더 잘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특히 프라이부르크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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