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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Nov 07. 2024

주자의 대학장구 전 10. 5 (끝)

▶ 현명한 이를 보고도 추천하지 않고, 추천하더라도 앞에 세우지 않는다면 게으른 것이고, 불선한 사람을 보고도 물리치지 못하고 물리치더라도 멀리 보내지 못하면 잘못하는 것이다.   

   

見賢而不能擧 擧而不能先 命也 見不善而不能退 退而不能遠 過也

견현이불능거 거이불능선 명야 견불선이불능퇴 퇴이불능원 과야     


여기서 게으르다고 풀이한 命에 대해 정현은 慢이라 하고, 정자는 怠라고 하였는데, 우리말 뜻은 태만하다가 되어 비슷하다.     


현명한 이를 보면 맨 앞에 내세울 만큼 강력하게 추천하고, 악한 이를 보면 저 멀리 쫓아버려서 다시는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야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는 뜻이다. 다만, 두 가지 잘못의 종류가 다른데, 현명한 이를 앞으로 추천하지 못하는 것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정도이고, 악한 사람을 멀리 보내지 못하는 것은 잘못하는 것이니 후자가 더 나쁘다는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현명한 사람을 추천하면 나쁜 사람은 저절로 뒤로 밀릴 것이니, 현명한 사람 추천이 더 급하다. 나쁜 사람 멀리 보내는 일에 집중하면 분란만 많아진다.


▶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라 하니, 재앙이 그의 몸에 미칠 것이다.     


好人之所惡 惡人之所好 是謂拂人之性 菑必逮夫身

호인지소오 오인지소호 시위불인지성 재필체부신


拂 거스를 불, 菑 재앙 재, 逮 미칠 체     


여기서 사람은 백성이다. 이 문장에서는 군자의 덕의 핵심이 백성의 마음이라는 것을 말한다. 백성이 좋아하는 것이 선이고, 백성이 싫어하는 것이 악이니, 군자는 그 백성의 마음을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군자의 선한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성의 좋아하고 싫어함이 중요하다.      


▶ 그러므로 군자에게는 큰 도가 있으니, 반드시 진정한 마음과 신뢰를 다하면 백성의 마음을 얻고, 교만하고 마음대로 하면 백성의 마음을 잃는다.


是故君子有大道 必忠信以得之 驕泰以失之

시고군자유대도 필충신이득지 교태이실지     


충忠은 내 마음을 다하는 것, 신信은 남과의 관계에서 약속을 지키는 것이고

교驕는 남에게 자신을 높이는 것, 태泰는 남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군자가 지켜야 할 큰 도리는 진정성과 신뢰이고,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을 높이고 남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단순한 말이지만, 지도자가 지키기 어려운 덕목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동네나 작은 조직에서 감투 하나 쓰면 금세 우쭐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누구나 경계해야 할 말이다.     


▶ 재화를 생산하는 데에는 큰 도가 있으니, 생산하는 사람이 많고 먹기만 하는 사람이 적으며, 일하는 사람이 재게 일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천천히 하면 재화가 항상 넉넉할 것이다.     


生財有大道 生之者衆 食之者寡 爲之者疾 用之者舒 則財恒足矣

생재유대도 생지자중 식지자과 위지자질 용지자서 즉재항족의     


생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과거 농경사회의 상황이다. 생산성이 낮은 시대이므로 일하는 사람이 많고 빠르게 일하면서 먹는 사람은 적고 쓰는 사람이 천천히 하면 재물은 항상 넉넉하다. 지금은 생산하는 사람이 줄어도 기술 발달로 생산성이 워낙 높아 생산 속도가 빠르니, 소비 속도가 빨라도 재화가 넉넉하다. 다만, 환경이 그만큼 파괴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할 것이다. 생산성은 좀 덜 발달시켜서 누구나 일하고 소비는 천천히 하는 사회가 건강하고 자연도 보존될 것이다. 다만, 인위적으로 생산성을 늦추자는 이야기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래도 생산성이 높아졌으니 일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 어진 사람은 재물로 자신을 피어나게 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은 몸으로 재물을 피어나게 한다.     


仁者以財發身 不仁者以身發財

인자이재발신 불인자이신발재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문장이다. 재화를 통해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있어야지 재화에 나를 빼앗기면 안 된다는 말이다.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말이다.


▶ 윗사람이 인을 좋아하는데 아랫사람이 의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는 없고, 아랫사람이 의를 좋아하는데 그 일이 잘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도 없으니, 창고의 재물이 군주의 재물이 아닌 경우도 없다.      


未有上好仁 而下不好義者也 未有好義 其事不終者也 未有府庫財 非其財者也

미유상호인 이하불호의자야 미유호의 기사부종자야 미유부고재 비기재자야     


윗사람의 덕목이 인이고, 아랫사람의 덕목이 의라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윗사람은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니 인이 더 중요하고, 아랫사람은 실무를 하는 사람이니 의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을 것이다.


▶ 맹헌자가 말하기를, 마승을 키우는 사람은 닭과 돼지를 키우지 않고, 얼음을 치는 집안은 소와 양을 키우지 않으며, 백 대의 수레를 가진 집안은 조세를 각박하게 징수하는 신하를 두지 않는다. 조세를 각박하게 걷는 신하는 두느니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두는 것이 낫다. 이것을 일러 국가는 이익을 이익으로 여기지 않고 정의를 이익으로 여긴다고 하는 것이다.     


孟獻子曰 畜馬乘 不察於鷄豚 伐氷之家 不畜牛羊 百乘之家 不畜聚斂之臣 與其有聚斂之臣 寧有盜臣 此謂國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

맹헌자왈  휵마승 불찰어계돈 벌빙지가 불휵우양 백승지가 불휵취렴지신 여기유취렴지신  영유도신  차위국불이리위리 이의위리야     


맹헌자孟獻子는 노魯나라의 어진 대부였다. 이름은 중손멸仲孫蔑이다.

畜은 가축을 가리킬 때는 축이라 읽지만, 여기서는 기른다는 뜻으로 휵이라 읽는다.


마승은 수레 한 대 즉 네 마리 말을 소유했다는 말이다. 처음 시험에 합격한 대부이다. 대부는 닭과 돼지를 키우는 일에 관심을 두어서는 안 된다.

얼음을 치는 집이란 제사를 지낼 때 얼음을 쓸 수 있는 지위를 말한다. 경대부 이상의 직급이다. 이들이 소나 양을 기르지 않는다는 말은 재물 늘리는 데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백승은 백 대의 수레, 즉 400마리의 말을 키우는 집안이라는 뜻이다. 일정한 영토(채지)를 가지고 있어서 조세를 받는 집안을 말한다. 이런 집안에서 조세를 각박하게 걷는 가신을 두면 백성의 원망을 받게 되고 그러면 신분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차라리 도둑질하는 가신이 낫다는 것이다. 도둑질은 내 재산만 축내기 때문이다.     


중국 고대의 높은 관리들은 월급이 많았던 것 같다. 처음 시험에 합격한 관리가 말 네 마리를 키울 수 있고, 채지를 가진 직급은 말 400마리도 키운다니 말이다. 그런 사람이 더 재산 증식에 관심을 둔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불공정한 게임이 될 것이니, 당연히 경계해야 할 말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현대 사회에도 적용가능한 말인데, 공무원이 재산 증식에 관심 두면 안 된다는 경고가 담겨있다. 박봉 공무원에게 청렴결백만 강조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무원이 재산 증식에 관심을 두면, 자신의 지위 때문에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서 부당하게 재산을 축적할 수도 있고, 뇌물을 받을 수도 있다. 정의는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약자의 재산 증식 수단을 넘보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생산품목을 넘보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 나라의 지도자가 재용에 힘쓰는 자는 소인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소인을 시켜 나라를 다스리게 하면 하늘의 벌과 사람의 공격이 함께 온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것을 일러 나라는 이익을 이익으로 여기지 않고 정의를 이익으로 여긴다고 하는 것이다.     


長國家而務財用者 必自小人矣 彼爲善之 小而之使爲國家 菑害竝至 雖有善者 亦無如之何矣 此謂國 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

장국가이무재용자 필자소인의 피위선지 소이지사위국가 재해병지 수유선자  역무여지하의  차국가 불이리위리 이의위리야     


여기서도 소인을 앞세우는 것이 나라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소인이 권력을 가지면 제아무리 선한 사람이 나서도 막을 수가 없다. 그러니 능력자를 앞세워야 일이 진행이 되고 능력 없고 지혜 없는 사람이 멀어지게 된다.     


***


이렇게 대학이 끝났다. 최소한의 설명만 붙이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그것을 핑계로 너무 소략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시간을 두고 보완할 예정이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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