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10장 치국 1
▶ 천하를 평화롭게 한다는 것은 윗사람이 부모뻘 되는 사람을 부모처럼 대접하면 백성이 효를 일으키고 윗사람이 형뻘 되는 사람에게 형처럼 공경하면 백성이 아우 노릇을 잘하게 되며, 윗사람이 고아를 애틋하게 여기면 백성이 군주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 남을 헤아리는 도가 있다.
所謂平天下 在治其國者 上老老而 民興孝 上長長而 民興弟 上恤孤而 民不倍 是以 君子有絜矩之道也
소위평천하 재치기국자 상노노이 민흥표 상장장이 민흥제 상휼고이 민불패 시이 군자유혈구지도야
*여기서는 윗사람이 부모와 형제에게 잘하는 것을 예로 들지 않고 부모뻘 되는 사람과 형뻘 되는 사람에게 잘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아무래도 군주라면 부모형제보다 넓힐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백성이 실천할 덕목은 가족윤리인 효제와 사회윤리인 충성이다. 윗사람이 혈육이 아닌 고아를 애틋한 마음으로 돌보면 백성은 충성으로 군주에게 보답할 것이라는 것은 백성 역시 사회윤리로 확장할 필요를 말한 것이다. 다만, 백성 간의 공동체 의식은 아니고 군주에 대한 충성이다. 혈구지도는 내 마음을 근거로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도리라는 뜻이다. 참, 民不倍에서 倍는 보통 배로 읽지만 여기서는 등돌릴 패로 읽는다.
▶윗사람에게서 싫은 것으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뒷사람에게 앞사람 노릇하지 말고, 뒷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앞사람 노릇하지 말고, 오른쪽 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왼쪽 사람과 사귀지 말며, 왼쪽 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오른쪽 사람과 사귀지 말라. 이것을 혈구지도라 한다.
所惡於上 毋以使下 所惡於下 毋以事上 所惡於前 毋以先後 所惡於後 毋以從前 所惡於右 毋以交於左 所惡於左 毋以交於右 此之謂絜矩之道也
소오어상 무이사하 소오어하 무이사상 소오어전 무이선후 소오어후 무이종전 소오어우 무이교어좌 소
오어좌 무이교어우 차지위혈구지도야.
*어려운 말은 아니다. 앞에서는 가족 관계를 약간 확장했다면, 여기서는 익명의 타인까지 확장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다만, 두 번에 걸친 혈구지도 설명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내 마음과 너의 마음이 같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남도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음을 알고 인정해 주라는 것이다. 그러나 주자가 생각하는 혈구지도는 인간적인 내 마음이 아니라 하늘의 마음으로서의 내 마음이다. 나에게 바른 마음이 있으니 남에게도 바른 마음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맹자가 성선을 주장할 때의 논리와 같다. 위험에 빠진 아이를 보면 바로 뛰어가서 구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 짚신을 만들 때 삼태기처럼 크게 만들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맞게 만드는 것, 이렇게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런 혈구지도의 윤리는 어느 정도 타당하다. 예나 이제나 인간의 뇌 구조가 크게 변한 것도 아니고, 사람이 느끼는 감정도 어느 정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간의 변화는 있으니, 그것은 내 맘 같지 않더라 하는 일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동이 많아지면서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아무래도 예전의 농경사회처럼 균질하지 않다. 개인화 개성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모두 인간이기에 공통적인 점은 많지만, 그래도 조금은 예전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다. 당사자에게 물어보라. 일방적으로 내 방식, 내 생각을 미루어 지레짐작으로 남에 적용하지 말라는 말이다. 내가 빵을 좋아한다고 해서 남도 빵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남에게도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현대사회에서는 새로운 문화다. 그러니 대화가 필요하다.
대학의 윤리는 대화보다는 통치자의 선의가 더 중요했다. 아무래도 봉건 전제군주시대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대에 맞는 재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고대의 소박한 수사학이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