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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Oct 22. 2024

대학장구 전 9장 두 번째

집안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의 정치적 의미

▶시경에 “복숭아꽃 앳되고 아름답구나. 그 잎이 무성하구나. 이 아가씨 시집 가네, 그 집안사람에게 잘하리라.” 하니, 그 집안사람에게 잘한 이후에야 나라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     


詩云 桃之夭夭 其葉蓁蓁 之子于歸 宜其家人 宜其家人而后 可以敎國人

시운 도지요요 기엽진진 지자우귀 의기가인. 의기가인 이후 가이교국인.     


*이 문장에서 특이한 것은 여자의 역할을 예시로 들었다는 점이다. 여자가 시집 가족에게 잘해서 가정이 질서가 잡히면 나라의 질서도 잘 자리 잡힌다는 것이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자의 역할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남 녀의 역할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대학의 저자가 시경을 잘못 인용했거나 지나치게 원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숭아꽃 이야기는 흥을 북돋기 위한 장식적 문장이다. 큰 의미는 없다. 그래도 은근히 여자가 시집가서 자식 많이 낳는 모습이 연상된다. 


▶시경에 “형에게 잘하고 동생에게 잘한다.”라고 하였으니, 형에게 잘하고 동생에게 잘한 이후에 나라 사람들에게 잘할 수 있다.


詩云 宜兄宜弟 宜兄宜弟而后 可以敎國人      

시운 의형의제. 의형의제 이후 가이교국인.     


*이것은 특별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가족윤리를 그대로 사회윤리로 연장했다는 것은 여러 번 나왔던 내용이다.     


▶시경에 “그 거동이 잘못되지 않으니 이 사방의 나라를 바로잡도다.” 하였으니, 그 부모 형제 노릇하는 것이 본받을 만하게 된 이후에야 백성이 그를 본받는다.     


詩云 其儀不忒 正是四國 其爲父子兄弟足法而后 民法之也

시운 기의불특 정시사국 기위부모형제족법이후 민법지야.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점은, 군주가 부모형제에게 존경받는다는 뜻인지, 군주가 부모형제에게 하는 행동을 백성에게 존경받는다는 뜻인지 애매하다는 점이다. 나는 후자로 번역했다.      


*‘부모형제 노릇하는 것이 남에게 본받을 만하다’라는 말은 ‘부모형제에게 본받을 만하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차이가 크다. 부모형제에게 본받을 만하다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말이 안 된다. 부모가 자식을 본받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형이 동생을 본받는다는 것도 유교에서는 말이 안 된다. 한 사람이 부모 형제로서 얼마나 역할을 잘하느냐 하는 것이 정치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로 읽어야 말이 자연스럽다.      


▶이것을 일러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그 집안을 바로잡는 데 있다고 한다.     


此謂治國 在齊其家

차위치국 재제기가


*군주가 자기 집안의 질서를 잘 잡으면 그 자체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행위가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는 군주 한 사람에게만 국한된다기보다는 통치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 일반을 가리킨다고 봐야 할 것이다.  

   

*치국은 제가에 있다고 하지만, 치국 역시 수신에 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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