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10장 치국 2
▶시경에 말하기를, 즐거운 군자여, 백성의 부모로다,라고 하였다.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백성이 싫어하니, 그래서 군주를 백성의 부모라고 하는 것이다.
詩云 樂只君子 民之父母 民之所好 好之 民之所惡 惡之 此之謂民之父母
시운 낙지군자 민지부모 민지소호 호지 민지소오 오지 차지위민지부모
*여기에 인용한 시는 시경 소아 남산유대 편小雅南山有臺之篇에 나온다.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은, 한마디로 군주가 백성의 뜻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주자는 다르게 해석했다. 천칙(하늘의 법칙)으로 남을 헤아려 백성의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을 수 있다면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여 백성도 그를 부모처럼 사랑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마음이 아니라 도덕적인 마음으로 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좀 무리가 있다. 본문에서는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 것이지, 하늘의 도리로 남을 헤아린다고 한 것이 아니다. 하늘의 도리를 남을 헤아린다는 말은, 한마디로 어떤 잣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백성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백성이 군주를 부모처럼 사랑할 것이다라는 말도, 군주가 백성의 부모가 된다는 말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 것을 해준다. 그런데 주자의 군주는 천칙이라는 기준을 근거로 백성의 마음을 재단한다. 백성이 원하는 것, 그 자체가 하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원본대학에 담겨 있다.
▶ 시경에 말하길, 깎아지른 듯한 남산이여, 바위가 우뚝도 하구나. 빛나고 빛나는 태사 윤 씨여. 백성이 모두 그대를 바라본다.라고 하였다. 나라를 가진 자는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 편벽되면 천하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詩云 節彼南山 維石巖巖 赫赫師尹 民具爾瞻 有國者 不可以不愼 辟則爲天下僇矣
시운 절피남산 유석암암 혁혁사윤 미구이첨 유국자 불가이불신 벽즉위천하륙의
*시에 인용된 구절은 소아 남산小雅節南山 편이다. 군주는 모든 사람의 눈에 뜨이는 존재이니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여기서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는 말은 공평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통치자의 사회윤리는 수신으로 환원된다. 소박한 개인유리라고 할 수 있겠다.
▶ 시경에 말하기를, 은나라가 백성을 잃지 않았을 때는 상제와 짝이 될 수 있었으니, 은나라를 거울삼을지어다. 큰 명은 영원을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하였으니, 민심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민심을 잃으면 나라를 잃음을 말하는 것이다.
詩云 殷之未喪師 克配上帝 儀監于殷 峻命不易 道得衆則得國 失衆則失國
시운 은지미상사 극배상제 의감우은 준명불이 도득중즉득국 실중즉실국
*시경 문왕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위 문단의 내용에 이어서 한 말이다. 백성의 마음이 곧 하늘의 명령이다.
▶ 그러므로 군자는 덕을 실천한다. 덕이 있으면 사람이 있게 되고, 사람이 있으면 땅이 있게 되고, 땅이 있으면 재물이 있게 된다. 재물이 있으면 씀이 있게 된다.
是故 君子先愼乎德 有德此有人 有人此有土 有土此有財 有財此有用
시고 군자선신호덕 유덕차유인 유인차유토 유토차유재 유재차유용
*삼갈 신愼은 덕을 조심조심 실천한다는 뜻이다. 유교는 덕을 중시하기는 하지만 재물과 분리해서 고고한 경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덕이 있으면 현실의 부와 명예도 따른다고 생각했다. 입신양명을 효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입신양명은 세속적 가치지만 그것 역시 덕의 결과라고 본다.
▶덕은 나무의 뿌리요, 재물은 나뭇가지이다.
德者本也 財者末也
덕자본야 재자말야
*덕이 근본이고 재물이 말이라고 해서 재물을 무시한다는 말이 아니다. 유교는 재물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국강병을 추구했다. 다만 덕이라는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뭇가지라고 풀이했다. 뿌리가 튼튼하면 가지도 무성하다.
▶ 뿌리를 소홀히 하고 가지를 더 앞세우면, 백성이 이익 때문에 다투어 서로 빼앗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外本內末 爭民施奪
외본내말 쟁민시탈
*여기서 시탈은 빼앗기를 가르친다는 것인데, 빼앗는 행위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뜻이다. 재물을 중시하면 사람들이 염치가 없어지고 탐욕이 넘쳐난다. 물론 그렇다고 재물이 하찮다는 말은 아니다. 덕이 갖추어진 후에 재물이 제 기능을 한다는 뜻이다.
▶ 그러므로 재물이 모이면 백성이 흩어지고, 재물이 흩어지면 백성이 모인다.
是故財聚則民散 財散則民聚
시고재취즉민산 재산즉민산
*여기서 재물이 모인다는 것은 재물이 소수에게 부당하게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정보도 많아서 재물 늘리는 정보도 빠르다. 이렇게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백성의 마음이 통치자에게서 떠난다.
▶ 그러므로 말이 어그러져서 나가면 어그러진 말이 들어오고, 재물이 어그러져서 들어오면 어그러져서 나간다.
是故言悖而出者 亦悖而入 貨悖而入者 亦悖而出
시고언패이출자 역패이입 화패이입자 역패이출
*말과 재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다르다. 말이 잘못 나가면 잘못된 말이 들어오고, 잘못된 재물이 들어오면 잘못된 방식으로 나간다. 논어에, 도가 아니라면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가난해도 잘못된 재물이 들어오면 다시 잘못된 방법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주자는 말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으로 재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말했다고 하지만, 말과 재물의 순서가 반대이니 별개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럼에도 이런 인과응보를 믿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실제로 인과응보가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