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국 4
이번 화부터는 논란이 될 만한 문장은 많지 않다. 그래서 원문(한문)은 생략하고 번역문과 풀이만 올리려고 한다. 그러나 꼭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원문을 올릴 수 있다.
▶ 진나라 역사서에 이런 말이 있다. “만약 어느 신하가 있는데, 그 신하가 성실한데, 다른 전문성은 없고 그 마음이 아름다워서 모든 것을 포용할 것만 같은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전문성이 있으면 마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겨 추천하고, 다른 사람에게 어진 인격이 있으면 마음으로 깊이 좋아하여 마치 자기가 말한 것처럼 여길 뿐 아니라 그를 포용하니 우리 자손과 백성을 보호할 수 있으니 얼마나 이로울 것인가? 반면, 다른 사람이 가진 전문성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미워하거나 다른 사람의 훌륭한 인격을 거슬러서 뜻을 펼치지 못하게 막아 포용하지 못하는 신하는 우리 자손과 백성을 보호할 수 없으니, 얼마나 위태로운가.
▷ 여기서 진나라는 앞에 진 문공 이야기에 나오는 晉이 아니라 秦이다. 이 문장의 대체적인 뜻은 어렵지 않다. 어떤 신하가 특출 난 전문성은 없어도 전문성 있는 사람은 알아볼 줄 알아서 그 사람을 추천하여 위로 올라가게 한다면 그 나라는 번성할 것이지만, 반대로 남의 전문성과 장점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라는 말이다. 말하기는 쉬우나 자기에게 없는 장점 가진 사람을 시기질투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 문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필요한 내용이다. 다만, 전문성 없이 마음씨만 좋은 사람이 과연 이런 역량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 여기서 전문성이라고 푼 것은 원문에서 재주 기技이다. 이것을 재주 또는 재능이라고 하면 의미가 너무 작아 보여서 전문성이라고 풀었다.
▷ 어진 인격이라고 푼 원문은 彦聖(언성)이다. 주자는 아름다운 선비라고 풀었으나 정약용은 아름다운 말이라고 풀었다. 뒤에 ‘자기 입에서 나온 것처럼 여겼다’는 내용과 호응이 잘 되어 이 해석이 더 적당해 보인다. 다만 지금은 주자의 대학장구에 입각하여 설명하는 상황이라 ‘어진 인격자가 하는 말’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어진 인격’이라고 살짝 표현을 바꿔보았다.
▶ 어진 사람만이 나쁜 사람을 내쫓아 변방으로 보내 중국에서 살 수 없게 할 수 있다. 오직 어진 사람만이 사
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미워할 수 있다.
▷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유교는 선과 악에 대한 대응이 분명하고 엄격한 편이다. 선은 격려하지만 악은 물리친다. 다만, 어진 사람만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어질지 못한 사람도 누군가를 지지하고 물리치기는 하지만, 그것은 편먹는 것일 뿐 정당하지 않다. 여기서도 조심해야 할 것은 누가 어진 사람인지 누가 알아보느냐 하는 것이다. 어진 사람만이 어진 사람을 알아본다면, 어진 사람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멀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