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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Oct 20. 2024

대학장구 전 9장

집안의 질서를 바로잡다

전 9장 집안의 질서를 바로잡다, 제가     


▶이른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데 있다고 하는 것은, 그 집안을 교화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집을 나가지 않아도(집안을 다스리는 원리를 벗어나지 않고도) 나라에 교화를 완성할 수 있다. 효란 임금을 섬기는 원리이고, 형 공경은 어른을 모시는 원리이며,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대중을 부리는 원리이다.     


所謂治國 必先齊其家者 其家 不可敎 而能敎人者無之 故君子 不出家而成敎於國 孝者 所以事君也 弟者 所以事長也 慈者 所以使衆也.

소위치국 필선제기가자, 기가 불가교 이능교인자무지. 고군자 불출가이성교어국. 효자 소이사군야, 제자 소이사장야, 자자 소이사중야.     


*집을 나가지 않아도 나라 사람을 교화할 수 있다는 말은, 집을 나가지 않아도 나라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이 『논어』 「위정」 편에 있다.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선생님은 왜 정치를 하지 않으십니까?라고 질문하자 공자가 『서경』을 인용하면서 집안에서 효행을 하면 그것이 곧 정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의 이 말은 논어와 공자 말을 참고해도 좋겠다. 단순하게 보면 지극히 타당한 말처럼 보이지만, 예나 이제나 가족한테는 잘하면서 사회윤리에는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이렇게 가족윤리와 사회윤리를 일치시키는 어렵다. 그럼에도 가족 윤리가 기본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강고에서 말하기를 ‘갓난아기 돌보듯 하라.’고 했으니, 마음으로 간절히 구하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더라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아기 키우는 것을 배우고 시집가는 사람은 없다.     


康誥曰 如保赤子 心誠求之 雖不中 不遠矣 未有學養子而后 嫁者也

강고왈 여보적자, 심성구지 수부중 불원의. 미유학양자 이후 가자야.     


*마음으로 간절하게 구하면 대략 바른 판단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다만, 마음이 순수하고 공평한 상태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결핍이 많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부정적 상태에서는 아무리 간절하게 열심히 답을 찾는다고 해도 건강하지 않은 판단을 하기 쉽다. 어느 실험 결과 우울한 사람은 우울한 정보를 더 많이 기억한다고 한다. 터널 비전에 빠진 상태에서는 좋은 선택을 하기 어렵다. 위 문장은 어느 정도 건강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한 집안이 어질면 한 나라가 어질게 되고, 한 집안이 양보하면 한 나라가 양보하게 되고, 한 사람이 탐욕하면 한 나라가 어지러워지니, 그 기미가 이와 같다. 이것을 일러 한 마디 말이 일을 그르치고, 한 사람이 나라를 안정시킨다고 한다.     


一家仁 一國興仁 一家讓 一國興讓 一人貪戾 一國作亂 其幾如此 此謂一言僨事 一人定國.

일가인 일국흥인, 일가양 일국흥양. 일인탐려 일국작란 기기여차, 차위일언분사 일인정국.


*일을 잘되게 하기는 더디고 어려운데, 일을 망치는 건 빠르고 쉽다. 한 마디 말, 한 사람의 선택이 나라의 퇴보를 결정한다. 한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하는 제도는 없을까?     


▶요순이 천하를 인솔할 때 인으로 하니 백성들이 복종하고, 걸주가 천하를 인솔할 때 포악으로 하니 사람들이 이를 따른다. 그 명령하는 것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반대가 되면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자기에게 있는 것으로 남에게도 권하고, 자기에게서 없는 후에야 남을 비판할 수 있다. 내 몸에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남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깨우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다.


堯舜帥天下以仁而民從之 桀紂帥天下以暴而民從之 其所令 反其所好 而民不從 是故 君子有諸己而後求諸人 無諸己而後非諸人 所藏乎身 不恕 而能喩諸人者未之有也.

요순솔천하이인이민종지 걸주솔천하이폭이민종지 기소령 반기소호 이민부종. 시고 군자유저기 이후저인 무저기이후비저인. 소장호신 불서 이 능유저인자미지유야.     


*언행일치가 되어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은 내가 말한 대로 남에게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만약 통치자가 언행일치가 안 된다면 내가 말한 대로가 아니라 내가 행동한 대로 영향을 줄 것이다.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것은 뻔하다.      


▶그러므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자기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데 있다.     


故治國 在齊其家

고치국 재제기가     


*집안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내 마음속에 있는 뜻이 순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 장은 誠於中 形於外(성어중 형어외)와 통한다. 마음속에 간절한 것이 밖으로 드러난다는 말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표현이다. 그러니 요순이 인으로 나라를 다스려도 따르고, 걸주가 포악으로 나라를 다스려도 백성이 따른다. 그것은 자기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근대적인 표현이다.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원리는 자기의 평소 소양의 발로라는 말이 눈에 띈다. 집안을 가지런히 질서 잡을 수 있다면 그 방법으로 나라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윤리와 가족윤리, 사회윤리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이 있어도 사람이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결국은 사람이 제대로 해야 법이나 제도도 제대로 실현되는 법이다. 사람이 그만큼 중요하다. 통치자의 말 한마디, 통치자 한 사람의 어긋난 선택이 나라를 망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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