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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같은 시간과 공간

우라시마 식당에서 오키나와 문화를 맛보다!

by 유영희

모노레일을 타고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거리 구경에 나섰다. 저녁 식당 예약 시간이 7시라 시간 여유가 많았다. 일정 짜는 것은 작은애 내외가 도맡아서 했고 간간히 어디 가고 싶은지 작은애가 두 가지나 세 가지 제시하면서 물어보면 내가 선택하는 식으로 했다. 오늘 식당도 그렇게 정한 곳이다.

천천히 길을 걸으며 빈티지샵에도 들어가 보고,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 시장 골목처럼 건물 사이에 걸쳐 평화시장이라고 쓰여 있는 큰 간판이 보인다. 아마도 미군 부대가 주둔해 있어서 평화라는 단어를 썼을 것이다. 골목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시식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먹을 계란과 스팸과 밥을 김에 싼 샌드위치 모양의 김밥 세 개를 샀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식당에 예약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갔다. 이 식당은 오키나와 전통 음식을 하는 식당이라고 한다. 앞에는 오키나와 전통춤을 공연하는 무대가 있었다. 공연은 7시와 8시에 각 30분씩 두 차례 하는데, 식당에 일찍 와서 음식도 다 먹은 데다 피곤하기도 해서 두 번째 공연은 못 보고 7시 공연만 보았다.


무용수는 세 명이었고, 두 명은 짝을 지어서 하고, 한 명은 독무를 했다. 독무를 하는 사람과 짜지어 하는 사람들 춤 실력은 비슷했는데, 아마도 개인 취향으로 선택하거나 아니면 순환으로 번갈아 역할을 맡았을 것 같다. 그런데 춤 동작이 단순해서 몇 시간만 배우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사위가 옆자리 손님을 보니 흥에 겨워 손동작을 열심히 따라 했다고 한다. 전통의 위력이다.

우산 춤



풍년을 기원하는 서민의 춤이라고 하는데, 6가지 춤 중 가장 흥겹고 동작이 다양했다.




7시 공연 프로그램, 안내문이 다 한글이다.

그런데 이 춤에 곁들인 음악이 상당히 중독성이 있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거리에서 들리는 음악은 다 이 춤 곡과 비슷한 음악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음악이 나올 때마다 무용수들이 췄던 춤사위가 저절로 나왔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제이팝이든 케이팝이든 서양팝이든 현대 음악은 안 듣는 것 같았다. 혹시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일부러 그런 음악만 흘러나오게 했을까?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폐쇄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는 문화였다.


오키나와 전통 음식은 두 가지 메뉴를 주문했는데, 하나는 돼지 요리고, 하나는 해물 요리다. 사위가 해물 요리를 원했다고 한다. 먹고 나서 생각하니 해물 요리가 더 좋아 보였다. 돼지 요리는 예를 들어 돼지 내장으로 만든 탕은, 눈으로도 맛으로도 문제는 없었지만, 재료가 주는 낯섦 때문에 먹으면서도 기분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잘 먹으면서 돼지 내장탕은 부담스러워하는 심리가 참 얄궂다. 다시마를 채 썰어서 돼지고기와 섞은 음식은 상당히 따듯했는데 의외로 색다르고 맛있었다.


오키나와 전통 음식이라고 한다. 위는 딸과 내가 선택한 코스, 아래는 사위가 선택한 코스다. 역시 한글.


영양밥과 돼지내장탕인데 영양밥은 맛이 그저 그랬고 내장탕은 재료에서 오는 선입견과는 달리 의외로 맛이 깔끔했다.


이렇게 무용수가 나오는 식당에 가본 것도 처음이지만, 일본에서 오키나와 전통 음식을 먹으며 전통춤을 감상하노라니, 이런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딸내외에게는 물론이고 이런 여유를 허락한 보이지 않는 힘이 있을 것만 같아 감사가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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