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우타키와 이웃집 토토로
세화우타키는 내가 추천한 곳이다. 세화우타키는 세이화우타키라고도 하는데 안내문을 보면 세화우타키가 맞는 것 같다. 우타키는 기도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아마미키요 여신이 만들었다는데 오키나와에는 우타키가 7곳 있다고 한다. 7곳 장소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으나 세화우타키는 그중 한 곳이다. 이곳은 치네 공원에서 아주 가까워서 치넨 공원에 주차하고 걸어갈 수 있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신성한 곳으로 여기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사연을 보니, 아마미키요 여신이 자손을 낳은 곳이라고 한다. 아마미키요 여신이 류큐 대지와 사람까지 만들었다고 하니, 우리나라 마고할미와 비슷한 존재인 듯하다. 『부도지』에 나오는 마고는 자웅동체 상태로 혼자 자녀를 낳았다고 하는데, 아마미키요 여신이 3남 2녀를 낳은 것 역시 혼자서 낳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세화우타키 입구에 들어서니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온 것처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나 사진으로 본 것이나 입구에서 느낀 첫인상과는 달리 기도소와 세화우타키의 규모는 엄청 작고 신성하다고 느껴질 만한 요소가 별로 없었다. 고대인과 현대인의 간극일 수도 있다. 특이한 것은 지형인데, 산의 아래 부분이 움푹 파여 있어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형이라면 신기한 형태이기는 했다. 단군이 하늘에 제사 지냈다는 강화도 참성단은 산꼭대기에 있는데, 아마미키요 기도소는 평지에 있다는 것이 특색 있게 느껴졌다.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존재이다 보니, 이렇게 시조신을 상정하게 된다. 어느 문화권이든 대지를 창조하고 인간을 창조했다는 신화는 존재한다. 오키나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런 종교적 상상력은 현대에 와서는 흐릿해지고, 막스 베버 말처럼 종교가 세속화되어 버려서 이제는 오로지 인간의 이성으로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도 꾸준히 사람들이 이런 장소를 찾는다는 것은 이성의 한계를 의식하기 때문이 아닐까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해 본다.
세화우타키에 가는 길 내내 많이 보이는 식물이 있었는데 왜 이리 눈에 익숙한가 아무리 네이버 검색기를 돌려도 알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일본사람한테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니 “이웃집 토토로”에서 토토로가 비를 맞을 때 우산으로 쓴 잎이라고 한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서 사진만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