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오전 만좌모와 코우리 대교와 야가지 섬
3일 차 오전 만좌모와 코우리대교와 야가지 섬
본래 오늘 오전 스케줄은 만좌모가 아니라 도자기 마을 방문이었다. 만좌모는 애당초 일정에 없었는데 갑자기 추가하게 된 것은 나 때문이다. 오키나와 출발 며칠 전 4명을 만났는데, 그중 3명이 오키나와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다니는 건지 끼리끼리 논다고 오키나와 취향인 사람들을 만난 건지는 모르지만, 참 희한한 우연이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만좌모를 강추했던 것이다.
만좌모가 제주도에 있는 코끼리 절벽 비슷한 거라고 하기에 제주도 코끼리 절벽을 못 가봤으니 만좌모라도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다만, 그 안에는 복잡한 다른 속사정이 있다. 나는 그릇을 아주 좋아한다. 좋아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는데 갖고 싶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갖고 싶은 도자기를 구경만 하고 사지 못하면 속이 쓰릴 것 같았다. 한두 개 살 수도 있으나, 지금 내 부엌 사정은 새 그릇을 들일 여유가 없고 그럴 돈도 없다. 연초 4월까지는 긴축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만좌모를 편안하게 즐길 수가 없었나 보다.
그래도 만 명이 앉는다고 해서 조금 기대를 했으나 천 명도 앉기 어려워 보였고, 게다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상황이라 싱겁기도 했다. 미리 검색해서 정확한 정보를 입수했으면 그래도 선택했을까? 왜 나는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았을까? 비록 아이쇼핑일지라도 도자기 마을이 나았을까? 하는 미련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불현듯 ‘아하, 에너지가 부족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출국 전 며칠 동안 많이 바빴고, 오키나와에 와서도 한가한 시간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글을 쓰지 않았으면 괜한 후회에 시달릴 뻔했다. 만좌모의 모가 왜 털 모(毛)일까 하는 사소한 궁금증이 있었으나 풀을 털에 비유했나 보다 혼자 생각으로 결론짓고 코우리 대교를 지나 야가지 섬으로 갔다.
마지막 날 한 번 더 이야기하겠지만, 코우리 대교는 고갯길처럼 약간 올라갔다 내려가는 식으로 설계되어 예쁜 인상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본 다리들이 대부분 곧게 뻗어있는 것과는 대비되었다. 그래서인지 코우리 대교도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코우리 대교를 지나 야가지 섬에 도착해서 해변을 거닐었다. 바다에 가본 적이 언제였나 까마득해서 오랜만에 왔다고 글을 쓰다가 갑자기 작년 11월에 강릉 갔을 때 이른 아침 바다를 잠시 걸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러나 학회 일정으로 갔기 때문인지 머리에서 삭제되어 있었고, 그만큼 야가지 해변은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런 바다는 한국에도 많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가면 또 올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떡하면 이번에 가성비를 최대한으로 높일 것인가 하는 계산이 뱃속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생각을 떨치고 이 순간을 한껏 즐기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멋진 사진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