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질문 사용법 1

by 유영희

작은 질문 사용하는 법 1


강사 생활을 할 때는 주로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다 보니 독서모임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지역 사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평소 책에 관심이 많다 보기 자연스럽게 독서모임을 만들어 이웃과 함께 하게 되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독서모임을 하기는 했다. 그때는 주로 사회과학 책을 읽었는데 거친 번역의 사회경제사 같은 걸 읽었다. 대학원 시절에는 주로 사서를 비롯해서 경전 강독 위주의 독서 모임을 했다. 한문을 잘 몰라서 자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나 학창 시절의 이런 모임은 독서 모임이라기보다는 스터디 모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독서 모임을 한다는 것은 교재나 방법이 달라야 할 것 같았다. 어린 자녀를 두고 있으면서 환경과 먹거리에 관심을 둔 이웃과 주로 교류했기 때문에 녹색평론에서 교육과 환경, 좋은 먹거리 관련 기사를 뽑아서 읽기도 하고, 여러 책을 읽었다. 돌아보니 그때는 내 지향에 맞는 책을 수용하고 내면화하기 위해 읽은 면이 많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고 나 역시 생업에 치중하다 보니 독서모임이 뜸해졌다. 그러다가 4, 5년 전 동네에 큰 도서관이 생기고 독서 모임도 있다고 해서 다시 지역사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주로 인문 관련 교양 강의를 했는데, 후반기 10여 년간은 전공보다는 ‘사고와 표현’이라는 토론과 글쓰기 과목을 많이 가르치면서 읽기와 쓰기에 대한 작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것을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지 알게 되었다. 보통은 전문 강사 또는 그 모임의 진행자가 책 소개를 간단히 하고, 발제라는 것을 해준다. 발제는 자유 발제와 선택 발제 두 가지가 있는데, 자유 발제는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와 같은 개방형 질문이고, ‘선택 발제’는 ‘---에 대해 동의하시나요?’와 같은 찬반 논제였다. 대학 다닐 때 발제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는데, 그때 발제는 요약의 의미가 강했다. 그것이 적절한 용례 같지는 않다. 암튼 여기서는 토론할 의제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하느냐고 물으니, 아무것도 없으면 토론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서울 자유시민대학 강좌 두 개가 생각난다. 3년 전쯤 서울대에서 하는 ‘<언어 본능> 읽기’ 강좌와 작년 가을 중앙대에서 하는 ‘소설 속 유럽 도시’ 강좌를 들었다. 두 강좌 모두 강사가 일방적으로 강의만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차차 질문도 나오기는 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알고 보니 질문을 하라거나 토론을 하게 하면 수강생이 쫙 빠진다고 한다.


이런 현실적 한계 때문에 발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렇게 발제가 있으면 책을 안 읽어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발제하는 사람들이 토론할 부분을 다 정리해오기 때문이다. 이 역시 참석자를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 방법도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때 주의할 것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발제와 관련된 것이다. 먼저 본문 요약이 발제자의 독해 역량에 너무나 큰 영향을 받는다. 오독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문제다. 그다음은 발제 방식이다. 대부분,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어떻게’가 무엇을 뜻하는지 애매하다. 재미있게? 감명 깊게? 쉽게? 어렵게? 물론 열린 질문을 했을 때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계도 많다.


두 번째 문제는 책 내용을 옳다고 전제하고 그것을 쉽게 내게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고 이런 발제를 한다고 하자. ‘내 기억의 파편들로 형성되는 예감, 최근 나의 예감이 적중했던 때는 언제였나요?’ 이런 발제는 아마도 책 제목 때문에 한 것 같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제목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책은 주인공의 예감이 정말 빗나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저렇게 발제를 하고 나면, 책과는 많이 멀어진다. 물론 저런 발제를 보고 예감이 맞았던 때를 나누면서 친목을 도모할 수는 있겠다.


책 읽기의 목적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독서모임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서는 책을 깊이 읽고 싶은 사람들의 독서 모임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발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발제하면 좋을까? 책을 읽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작은 질문은 아주 유용하다.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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