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캐나다에서 몇 년 이상 살다 보면 한국사회와는 다른 점을 알게 되는데 바로 모든 것이 개인 위주의
라이프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당연히 여겨지는 동기들과의 퇴근 후 한 잔, 직장동료나 학교 동창과 관련된 각종 모임과 결혼식, 장례식 등의 참석, 여럿이 모여서 즐기는 등산, 조기축구회 등의 모임이나 집단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삶의 모습들이 이곳 캐나다에서는 아예 없으며 모든 라이프가 철저히 개인 위주의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번 COVID-19 이후에 예측되는 언컨택트 사회로 바뀔 수밖에 없는 한국의 모습을 예측하면
지금까지의 삶의 양태와는 다른 모습이 펼쳐질 것이며 그 방향은 이미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개인주의로
살아온 캐나다 사람들의 삶의 단상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우선 새로 회사에 입사한 직원의 일상을 살펴보자.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대면하는 경험은
누구나 당혹스럽다. 한국 회사에서는 이즈음 선배 사원의 가르침이 시작된다. 사내 인트라넷 접속번호를
받고 업무 매뉴얼부터 챙겨주며 잘 모르는 것은 물어보라고 용기도 북돋아 주곤 한다.
회사에서는 대부분 경력직 수시 채용이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모여서 실시하는 신입사원 교육은 거의 없다.
입사 후 가장 기본적인 것만 알려주고 바로 실무에 투입된다.
스스로 자료도 찾아야 하고 먼저 선배사원에게 다가가 물어보아야 한다.
입사 지원부터 직무기술서의 내용에 적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채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자율 시간제를 운영하고 있기에 업무시간 중에는 한눈팔지 않고 힘들게 일한다.
점심시간이 30분이기 때문에 간단한 샌드위치만 챙겨서 출근한다. 일주일에 40시간 일하고 쉴 때는
확실하게 쉬는 조직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 만약 이번 주에 아이들과 캠핑을 가기로 했다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10시간씩 일하고 금요일부터 3일간 쉴 수 있다. 팀장과 자신이 동의하여 세운 업무 목표에 의해 내년도 연봉 인상이 결정된다. 따라서 다른 관계를 위한 시간 여유를 부리기 힘들다.
한 직장에서 몇 년을 같이 근무했어도 동료가 결혼했는지, 아이가 몇인지 하는 개인적 사정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굳이 알려하지도 않고 남의 프라이버시에 관계되는 질문은 안 한다.
퇴근 후 부서 회식을 하며 서로의 오해도 풀고 동료애를 쌓아가는 집단적 생활은 거의 없다.
이러한 조직문화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아주 어릴 때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미가 없고 재미가 없는 직장생활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이제 한국의 직장문화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바뀔 것이다.
퇴근 후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완전히 가족 중심의 라이프로 코티지에 가서 조용히 낚시하거나 아이들과
수영을 즐길 것이다. 개인 취미는 혼자 할 수 있는 독립적 액티비티 위주이다. 혼자 피트니스에서 운동하고 사이클링을 하고 캠핑을 가고, 긴 휴가를 갖게 되면 혼자 해외여행을 간다.
가끔씩 지나가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부대는 헬멧을 벗으면 대부분 60대 이상의 은퇴노인들이다.
공동체적인 일체감을 중요시하는 한국사회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으나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의 단상이다. 재택근무자가 많아지고 꼭 필요한 콜라보레이션이 필요한 업무를 위해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대화를 나누어서 일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굳이 사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억지로
모임에 참가할 필요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원치 않는 일정한 사회적 규범을 좇아야 했던 사회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며, 개인주의적 라이프가 익숙한 새로운 세대들에게도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항상 처음에는 당황스러워도 점차 새로운 형태의 바람직한 방향과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글로벌이코노믹 경영칼럼 언컨택트 사회의 단상
플랜비디자인 이긍호 리더십 연구소장 Vi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