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성 박사의 리더십 칼럼
아이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서준아! 약속은 왜 있는거지?” 이렇게 물으면 아이는 바로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거지.”라고 대답한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때부터 세뇌하듯이 아이게 했던 말이다. 이제는 오히려 아이가 묻는다. “아빠!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거죠. 근데 왜 주말인데 안 놀아줘요? 지켜야지?” 바쁜 와중에 아이가 “놀아줄거죠?”라고 물으면 건성으로 “그래” 대답했는데 아홉 살 아이에게는 1주일 동안 기대한 약속어었던 것이다.
주말에도 글을 쓰고, 강의를 준비하고, 미루었던 일을 처리한다고 아이와의 약속을 뒷전으로 밀렸다. 지키지 않아도 되는 약속은 없다. 약속이 시작되는 순간 그것을 지키는 것은 의무이자 책임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분명 용기와 대가가 필요하다. 약속이 없다면 하루 24시간을 되는대로 보내도 된다. 놀고 싶으면 놀고, 자고 싶으면 자면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음 편한 생활같지만 우리의 일과는 약속으로 움직인다. 특히 정치인은 공약을 제시하고, 경영진은 목표를 제시하며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다. 그러나 이런 약속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약속은 책임이며, 신뢰이고, 신용이다.
당신은 불편한 사람과 편한 사람, 상사와 부하 중 누구와의 약속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잘 지키는가? 우리는 누구나 아랫사람일 때가 있고, 윗사람일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윗사람과의 약속은 철저하면서 아랫사람과의 약속에 대해서는 유연하다. 그러나 아랫사람과 약속을 지키는데 철두철미해야 한다. 리더는 구성원이 있기 때문에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약속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켜야 하는 사림이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승진하거나 인정받는 리더들도 많다. 심지어는 약속을 늘 어기면서도 더 성공하는 리더들도 있다. 하지만 그를 진정으로 따르는 바보들은 많지 않다. 조직에서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 진정 리더라 할 수 있다.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항상 더 여유롭다. 필자가 조직생활을 할 때 모셨던 리더인 김상무는 누구와의 약속도 놓치는 적이 없다. 물론 그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 벌어질 때(예를 들면 이동 중 차량 정체로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회장님을 수행하는 시간이 예상 외로 길어질 때 등) 바로 메시지를 보내서 언제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 알리거나, 메모 작성하여 다른 사람에게라도 전달을 부탁한다. 또한 다음 날이나 당일 저녁에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 사과의 메시지를 꼭 전한다고 한다. 물론 만났을 때 자초지정을 얘기하고 사과하는 것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김상무에 대한 주변의 믿음은 매우 높다. 그 사람은 정말 믿을만하지 라고 한다. 그는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성과는 모두 약속과 약속을 지키는 과정을 통해서 나왔다고 강조한다.
필자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는 행동이 있다. 다이어리를 열어서 우선 하루 동안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나 메일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그런 후에 바로 메일을 보낸다. 이 때 출근 후에 읽고 몇 시까지 알려달라고 부탁을 한다. 다음으로 문자 메시지는 업무 시작시간을 즈음한 9시 정도로 예약발송을 한다. 그리고 웹캘린더를 활용하여 전화통화, 만남과 관련한 시간대를 체크한다. 대부분이 미리 약속을 하였고, 확인해둔 사항이지만 다시 한 번 이동 동선, 중간에 벌어질 수도 있는 예측 불가한 사항들이 있을지 점검함으로써 놓치는 약속이 없도록 준비한다.
철학자 니체는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만한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억나지 않는다면 기록해두어야 한다. 어제 약속을 해놓고 오늘 지키지 않은 일은 없는지 잘 생각해보고 늦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표하고, 다시 약속하여 지키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최익성(경영학 박사) 플랜비디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