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언제나 똑같다.
어느 틈에 스르륵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계절, 그 자리로 온다.
각각의 계절에 쌓이는 추억도
계절을 맞이하는 나도
조금씩 다르지만
계절은 언제나 똑같이
내 앞에 선다.
정신없이 지내다 문득 돌아온 계절을 느끼면
어느새 이만큼 시간이 흘렀구나.
가슴이 철렁한다.
그렇게 지나온 하루하루를 생각하다
조금씩 회의감이 든다.
아직 하지 못한 것들과
산더미처럼 남은 해야 할 일들이
자꾸 나를 다그친다.
사실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남은 일들보다 해온 일들이 더 많고
힘든 추억보다는 멋지고 즐거운 추억이 더 남는데.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오는 계절은
매번 스스로 다그치는 나에게
여유를 가질 시간임을 알려주는 시계와 같다.
다시, 가을
곧 추워질 겨울이 오기 전에
맑고 따뜻한 추억을 만들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