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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un 11. 2019

#7 특별했다, 함께한 그 순간만큼만



나는, 적당한 당신과 특별한 관계이고 싶었다.

클림트의 그림 속 연인 같이 특별한, 바로 그 관계.


Gustav Klimt, The Kiss (Lovers), 1907–1908,  Österreichische Galerie Belvedere, Vienna





세 번의 만남 이후 당신과 나는 또 만나기로 했다.



당연했다. 당신과 나는 이제 막 공식적인 연인이 된 상태였다. 당신과 내가 매일 만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사실 나로서는 이렇게 간격을 두고 만나는 것이 이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당신은 그 주말도 친구들과 함께했다.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나는, 당신에게 주말 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다. 주말이 지나서야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그러나 나는 약속을 잡지 않았다.  그 후 나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일주일 간 나는 당신을 지켜보기로 했다.

나는 당신을 알 수 없었다. 당신은 내 옆에 있을 때만 연인 같았다. 내 옆이 아닌 당신은 너무 멀었다.

당신에게는 늘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했다.

내가 늘 노력해야했다. 나는 당신이, 당신이 가지고 있던 그 빈 공간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합리화였다.
그런 노력과 합리화는 나를 힘들게 했다.

당신에게 적당한 여자가 되는 것은 그렇게 고통스러웠다.

문제는 당신은 더이상 적당하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당신이 연락이 없다면 당신을 더 만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당신의 탓으로 돌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일주일이 내가 정한 기한이었다.



Gotthardt Kuehl, Lovers in a Cafe/In the Coffeehouse, 1885


나는 적당한 관계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당신과 내가, 여느 연인들 같이, 소소하게 일상을 나누는 그런 특별한 관계였으면 했다. 

그런데, 당신과 나는, 맞선으로 만나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공식적인 연인이지만, 만날 약속을 제외하고는 연락 한 번 없으며,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한번 만나는, 너무나 적당한 관계 였다.

당신과 나는, 연락없이 헤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당신과 나는, 만나기에도, 헤어지기에도, 너무나 적당한 관계였다.




문제는 옆에 있을 때면 당신은 너무나 특별했다.

당신은 나와 있을 때, 너무나 성실했다. 당신은 급한 연락이 아니면 그 어떤 문자도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은 더없이 따뜻했다. 더 뜨겁지 않아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 순간마다, 나는 내 옆의 당신을 내 사람이라고 여겼다.
나는 내 옆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내 사람이었으면 했다. 10년의 사랑을 뒤로 한 나였다.
이 정도는 욕심 내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했다.

무엇보다, 당신은 내게 특별하다고 했다.
특별한 당신 옆에서 나는 특별한 여자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내 옆의 당신과 내 옆이 아닐 때의 당신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덕분에 나와 함께인 당신은 특별했다. 그 순간 뿐인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나는 어떤 합리화로도 당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내게 일주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일주일 간 나는 나일 수 없었다. 당신의 연락을 기다리는 내가 있었다. 연락을 기다리지 않는 나도 있었다. 나는 그 모든 내가 점점 싫어졌다.




일주일이 지나려던 찰나 당신에게서 연락이 왔다.

당신과 나는, 다시 일주일 뒤에 만나기로 했다.
나는 그렇게 세 번의 만남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당신을 만나기로 했다. 


안부 조차 묻지 않으며 한 달에 한 번 보는 데도 애틋함이라고는 찾기 어려워 보이는 사이...

어느 것 하나 서로가 특별한 연인 사이라고 하기에는 이해될 만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당신이 내게 연락을 하지 않는 쪽이 더 이해될 만 했다.

William Powell Frith, The Proposal, 1859, Sotheby's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나와 함께인 그 순간, 내 옆에서, 내 사람인 당신의 눈빛과 태도를 믿기로 했다. 나는 적어도 나를 쳐다볼 때 빛나는 그 눈은 진심이라고 믿었다.

당신은 내게 더이상 적당하지 않았다.
당신은 내게 특별했다.
그리고, 나는, 나 역시 당신에게 특별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알았다.

당신은 딱 그 순간만큼만 특별할 뿐이었다.

당신과 나의 관계도 딱 그만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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