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에너지 드링크 커피(kahve), 난 하루에 커피 한 잔은 꼭 마신다. 커피맛을 모르던 시절, 아가씨 때는 사실 학교서 수업을 하다가 흔히 말하는 '당 떨어졌어.' 용도로 맥#, 프렌### 등 이런 커피 믹스를 두 개를 텀블러에 넣고 냅다 빙빙 돌려 마시곤 오후 방과 후 수업을 하러 갈 때가 있었다. 맛으로 먹는다기 보단, 학교에서 하도 말을 하다 보면 오후 3-4시에는 기가 다 빠져서 턱이 아플 지경이 돼서 정말 이거라도 안 먹으면 말이 안 나오는 것이다. 점심시간 엎드려서 교무실 책상에서 자기도 하고, 사실 체력적으로도 좋은 교사가 되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서른다섯 명이 한 반이던 중등의 교실에서 수업 중 딴짓하는 애, 잠자는 애, 떠드는 애는 당연히 있는 것이고, 그 집중을 끌어내기 위해선 당연히 교사가 교탁에만 서 있어선 안된다. 교실을 돌며 강의하기도 하고, 교과교실제를 하면서 일부러 칠판을 두 개 놓고, 집중을 이끌고, 종이공을 만들어서 던져서 말할 차례를 만들어 발표를 시킨다고 교실을 돌고, 교실 양 옆을 칠판으로 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아침에 등교하면 꼭 한 잔이 시작이었던 커피가 임신, 출산 그리고 모유수유 15개월까지 근 26개월의 기간 동안 정말 철저히 안녕일 것처럼 먹지 않았다. 그게 뭐라고 참, 지나고보니 첫 애는 첫사랑처럼 열정이 끝이 없었다.
쉴 틈 없는 육아의 일상에서, 15개월 만에 단유까지 하고 마시는 콜라에 전율을 느낀 것처럼, 다시 시작된 엄마의 모닝커피의 습관은 그렇게 모내기 아낙네의 노동주처럼 힘들면 쭉쭉, 빨대를 꼽아놓은 커피 하나로 버티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15개월 동안 분유 없이 완전한 모유 수유가 끝나고,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혼자서 오롯이 아들을 돌보는 하루, 게다가 알레르기에 초깔끔을 떨고선 우리 집에 누굴 부르기 어려웠던 나에게 뭐 흔히 말하는 '독박 육아'가 아닌 '고독 육아'였다.
그 '고독 육아' 속에서 전세금으로 인해, 얼마 있다가 상가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다행히 이사 간 집의 아래층에 커피 맛집이 있었다. 점심시간이면 직장인으로 줄을 서는 곳 말이다. 제법 커피맛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대형 로스팅 기계까지 있는 가게 위층이 우리 집이 되니 다른 누구처럼 줄 서는 일 없이, 1등으로 가서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물론 아기띠를 메고 내려가 혹시나 아이가 뜨거운 데 델까 한겨울에도 선택은 늘 '아이스'였지만 단유 후, 축축 처지는 나에게 커피집 사장님이 건넨 아이스 캐러멜 라테는 흡사 엄마의 에너지 드링크처럼 후루룩, 정말 맛있었다. 빨대를 꼽아 마시던 그 습관은 점점 커피 맛을 알아가는 사람으로 발전시켰다. 원두가 어쩌고 저쩌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커피를 말하기도 했다.
현실은 아직.아들과 함께면, 카페인이 가득 든 에너지 드링크에 가깝다. 그래도 아들이 성장한 덕분에, 뜨거운 커피도 시키게 되었고, 나 또한 아들의 기다림의 없음에 적응하느라 뜨거운 커피(sicak kahve;스작 카흐베)도 원샷을 하니까. 안 기다린다. 아하하하. 그래도 가끔 여기, 이스탄불 생활이 언제가 제일 좋냐고 누가 물으면 아마 주재원 아내들의 대답 중 분명 나올 것은 카페(kafe) 갈 때, 커피(kahve) 마실 때라고 대답할 것이다.
Kahvalti(터키식 아침식사, 카흐발트), Kahve(커피)
이름도 비슷한 두 음식, 터키는 원래 커피 부심이 있는데, 아침 식사 전에 터키식 커피 한 잔과 생수를 같이 마시며 아침을 시작한다고 한다. 동트는 시간 즈음에 시작되는 에잔(Ezan) 소리가 울리며, 기도소리 전에 깨서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깨우고 기도를 한 후, 아침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에잔 기도 소리에 깨기도 하지만, 아니 빈 속에 커피라니, 생각만 해도 속이 쓰린다. 하지만 터키인에겐 이렇듯 커피, 홍차(Çay; 차이)를 먹는 문화가 자연스럽고, 노상 공원에 가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커피와 차이를 쉽게 먹을 수 있어 참 행복하다.
특히, 차이는 그 가격이 매우 저렴하며 마트에 가면 정말 다양한 홍차가 진열되어있다. 특히 홍차를 먹는 주전자 디자인도 다양하고 예뻐서 그 주전자를 쓰기 위해서 홍차를 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한다. 그렇다면 가격은 과연? 'Yemeksepeti'라는 우리나라 '배달의##'과 같은 음식 배달 업체의 경우를 봐도 그 가격은 확실히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ahve dünyasi ;커피 세상'이라는 커피전문점이 있다. 실제 런던에 가도 볼 수 있는 튀르키예의 유명한 커피 전문점이다. 당연히 이스탄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벅# 급의 커피 체인점이다. 가격을 살펴보자, 중요하다. 아메리카노를 예를 든다면, 작은 사이즈 19TL, 중간 사이즈 20TL, 큰 사이즈 21TL이다. 한화로 1,580원, 1,663원, 1,746원(2022년 5월 12일 기준)
비교하자면, 스타벅# 의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1,746원에 마실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아메리카노를 커피전문점에서 과연 얼마에 마시고 있는가? 사실 난 여기서 커피를 사러 가면 커피만 사지 않는다. 꼭 같이 먹을 초콜릿이나 케이크, 빵을 사게 된다. 왜냐고 묻는다면 역시 싸니까.
한국의 스타벅#에서 한화 1만 원을 들고서 음료 2잔 사면 다른 건 못 살 텐데,(알고보면 가격이 올라서 2잔도 못 사는 것 아닌지, 난 6개월 전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여기선 난 부자처럼 커피숍에 갈 수 있다. 괜히 아들이 좋아하는 쿠키도 사고, 주스도 사고 그러다 결국 한국에서 쓰던 만큼 쓰지만, 아하하하. 나 부자다. 튀르키예 커피 가게에선 커피 부자다.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역시 길거리 테라스에 앉아 커피 마시기,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늘 투덜대고 힘들다고 노래를 불러도, 모내기하는 아낙네처럼 시원한 막걸리 대신에 내 노동주인 카페 라테 한 잔에 크루아상 하나면 모든 시름 잠깐 사라지는, 그렇다. 참 단순해진다. 생각보다 나에겐 많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님을 늘 그 순간, 알아간다. 지금 내게 가장 좋은 건 요즘 집 앞 동네 커피가게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자동차와 사람들을 보며 커피 한 잔 하는 일, 그 순간이면 제법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