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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Aug 20. 2022

아들 엄마라 세 번째입니다.

Rahmi M. Koç Museum로 가는 길

 첫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가끔 내 자식은 천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곤 아니구나를 느끼기도 하고, 때론 또 이런 걸 이것까지 아는 거야 하고는 새삼 놀라기도 한다. 가끔 뭔가를 다 외우고 나에게 이야기할 때, 그 신기함은 아하하. 아직 아들바보라서 그런가, 난 이 콩깍지를 오래 끼고 싶다. 첫 아이라 그런가 열정은,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 그래서 가끔 아들 덕분에 전혀 관심이 없던 세계를 자세히 알게 되기도 한다. 힘들지만 읽어주고 싶은 것이 나란 사람의 성격이다. 투덜대곤 다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이왕이면 잘하고 싶다.

 그의 처음은 중장비였고, 그다음은 공룡, 레고, 블록 그리고 갈라파고스, 우주, 운동의 법칙, 인체의 신비 등 아들 덕분에, 나는 많이 똑똑해졌다. 어설프게 알던 것도, 대충 알던 것도 정확히 다시 알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는 재미도 없고 대충 보고 달달 외우기만 하던 건데, 아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같이 책을 보고, 어려운 말을 쉽게 알려주기 위해서 다른 책을 찾아 읽어보기도 한다. 가끔 그래서 아들은 내가 되게 똑똑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생각이 오래가길 바라는 건, 아직 엄마론 모든 게 처음이라 그저 열정이 아직 살아있는 탓이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삶이 얼마 되지 않았던 그때 남편이 데려간 두 번째 관광지는 이곳이었다. 처음은 이스탄불 오면, 모두 가는 '아야 소피아', 앤더믹 시대가 찾아온 지금은 상상할 수 없겠지만 작년 9월에 입국한 나는 단 일 분의 기다림 없이 '아야 소피아'에 입장했다. 지금이라면 비수기 평일 아침이 되어야 가능할까 싶은, 기다림 없는 입장으로 우리 가족은 그냥 쑥 들어갔다.

그래서 그런가 아, 솔직히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미안하다. '아야 소피아'


 지금 이렇게 두 번째 갔던 이곳을 이야기하는 건 결국, 내가 아들 엄마이기 때문이다. 탈 것에 영혼을 판 듯한 아들을 둔 죄로 나는 여기만 세 번째다. Koç 재단의 박물관은 다양하다. 이 재단 박물관 패스가 따로 있을 만큼 여러 곳이 있다. 이 박물관을 처음 가고 두 번째, 그리고 다시 여름 세 번째, 이스탄불 일 년살이 중, 어느새 세 번째 이곳을 찾았다.

 세 번이나 이곳을 찾았다는 것은 이곳을 당연히 아들이 정말로 좋아했고, 나 또한 이곳이 좋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탈 것들이 가득했고, 가정에서 쓰는 가전제품의 내부, 엘리베이터의 원리, 그리고 어른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클래식 자동차, 그리고 멋진 경치가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그래서 나도 좋아한다. 우리 가족 세 사람 모두 행복해했고,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과 레모네이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어쩌면 작년,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모두 다 함께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웃었던 공간이었다.


 박물관에 가면 전투기가 부서져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아들이 좋아하는 중장비부터 증기기차, 트램, 트랙터, 배, 비행기 등 각종 탈 것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직접 타 볼 수 있는 것도 몇 개 있다. 그리고 군함도 있다.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튀르키예의 옛 거리를 재현한 곳도 있어 사람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마음껏 이라니, 이 앤더믹시기에 마음껏 이라니 과연?

 즉, 관광객은 안 오는 곳이다. 여기까지 절대 안 오는, 주요 관광지와는 많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유럽 여행을 한 번 즈음 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여행 끝 즈음엔  결국 성당에 들어가지도 않고 사진만 찍고 오는, 우리는 어쩔 수 없다. 어른도 그러한데, 어린이를 데리고 튀르키예에서 모스크 보다가 또 보다가 하면, 과연 어떤 어린이가 그곳에 즐겁게 들어갈까. 그 어느 것에도 하지 못한 나로선 하루에 두 개 이상의 성당, 모스크에 간다는 게 과연 행복할지 의문이다. 결국 맥락 없는 관광은 결국 이곳에 왔다 갔다는 인증 사진으로만 남는다. 물론 그 인증 사진도 곧 아름다운 추억이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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