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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Oct 26. 2022

11kg짜리 강아지를 등에 이고

우리 집 누렁이는 생각보다 꽤 많이 무겁다.

촌스런 녀석이 이동가방을 친숙하도록 만들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장소부터 시도하기로 했다.


겨울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 것 같아 얼마 되지 않을 가을을 부여잡기 위해 한강을 나섰다. 자전거로 5분 거리의 푸코가 평소 좋아했던 한강공원을 찾았다. 평소 다니는 산책 길과 달리 한강공원에는 다양한 개들이 와서 푸코가 한강에 오면 아주 신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마킹할 때마다 뒷발차기를 콩콩콩 하는 걸 보면.

눈이 나빠지기 전에는 한강까지 자주 걸어 다녔었는데, 나이가 드니 가는 것은 가능해도 올 때 녀석이 지쳐하는 것 같아 최근엔 발길을 끊었다. (한 때는 한강 다리 4~5개까지 찍고 오기도 했다... 무슨 패기였나)

푸코가 사랑하는 공원

가방에 푸코를 넣고 들쳐 멘 채 자전거를 탔다. '한강 공원 가자.' 녀석을 등에 안착시키는 동안 삐질삐질 흘린 땀이 강바람에 시원하게 날아간다. 유독 파란 공기를 가르며 공원에 도착했다.

벌써 등 뒤에서 움찔거리는 녀석은 어느새 낯설고 즐거운 냄새들을 감지한 게 분명했다. 불어오는 강바람에 자전거를 타면 하루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데 그걸 녀석과 함께 공유하고 있으니 색다르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우리의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 부탁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공원 한 켠에 자전거를 묶어놓고 가방에서 푸코를 내렸다. 녀석은 산책할 생각에 그저 신나서 후다닥 뛰어나간다. 여기저기 마킹 후 열심히 발길질을 하는 걸 보니 그저 행복할 뿐. 평일 대낮의 한강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고, 녀석과 가을 햇살을 맞으며 고요의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의 한강 나들이라 그런지 녀석은 끊임없이 뒷발질을 한다. '이 맛에 산책하지!'


둘의 시간을 충만하게 즐기고 들어오니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허벅지가 욱신거렸고, 웨이트 트레이닝한 것처럼 피로가 몰려온다. 땀도 평소보다 많이 흘렸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있는 시간에 나간 데다 갑자기 찾아온 차가운 공기에 옷을 여러 겹 껴입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개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평소 안을 일이 있으면 '10kg면 웨이트 추 한 개 정도라며 크기에 비해 가벼워요!'라고 했던 나를 반성한다. 아무리 적은 무게라 해도 녀석을 1-2시간 등에 업고 다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오르막길을 달릴 때는 저단기어를 맞추고 발 끝에 온 힘을 집중시켜 우다다다 달려야 했다. 90kg인 동생이 왜 좋은 자전거를 사려고 했는지 조금은 이해해본다.

달려라 자장구

샤워를 간단히 하고 침대에 쓰러졌다. 침대 아래 푸코도 간만의 장거리 산책에 피곤했는지 똘똘 말아 잠에 들었다. (나이가 든 이후로 짧은 산책만 해도 푸코는 잠을 청한다.) 결국 아직 해는 중천에 떴는데 둘은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운동 후 느끼는 상쾌함을 안은 채.


고요한 단잠을 끝낸 건 두부의 허기짐이 만들어낸 분노 설킨 파열음이다. '냐~~아!! ~~~~~~옹(대충 배 너무 고프니 밥 달라는 뜻)' 푸코도 나도 단잠을 끝내고 주섬주섬 저녁식사를 챙긴다.

둘이 빵을 나눠먹으며 정오의 시간을 곱씹는다. 녀석을 등에 메고 처음 시도해본 이동이였는데 혼자 달리던 자전거길을 녀석과 가니 형언할 수 없는 뭉클함이 있다. 물론 녀석의 무게를 간과했지만, 우리가 느낀 행복감은 무게에 비례한다는 걸 알기에. 무거우면 내 체력을 기르면 되겠지 싶으며 운동의 동기를 하나 더 얻는다.


11.6kg짜리 덤벨을 등에 이고 갈 다음 행선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두부와 눈이 마주쳤다.


두부야 미안. (근데 너도 10kg잖아..)


브런치 푸코 두부 이야기 

인스타그램 @foucault.doo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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