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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Nov 11. 2022

조용한 관종 강아지의 소심한 반려인

우리는 관종(*관심 종자)인가요…?

 며칠 푸코를 등에 업고 돌아다니니, 온 세상의 시선을 받았다. 가뜩이나 귀엽고 퉁퉁한 외모 때문에 푸코는 어딜 다니든 이목을 끄는데, 그런 녀석이 등에 업히니 세상 사람들이 전부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은 한 달이였다.


ㅋㅋㅋㅋㅋㅋㅋ 관심… 옛다


 본래 나는 사람들의 이목이 부담스러워했다. 어릴 때부터 키가 큰 편이라 원치 않게 눈에 띄었고 사람들에게 '키 큰 애'로 각인되었다. 그렇게 각인되고 기억되는 것의 쓸모는 많으면서도 역으로 무슨 행동을 하든 '체면'을 차리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여러모로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부담스러워했기에 여전히 소셜미디어에 내가 등장하는 사진보다는 풍경이나 보고 겪은 것, 반려동물들을 중심으로 채운다.


반면 푸코는 존재 자체로 관심을 받는다. 녀석이 네 발로 다녀서인지, 온몸이 빵실 빵실한 털로 뒤덮여서인지, 쫑긋 선 뒤 귀 때문인지, 아니면 쌍꺼풀 같이 흰 속눈썹인지 알 수 없지만 푸코는 어디를 가든 존재감이 있다. 간혹 사람들이 자기를 귀여워하는 걸 아는 강아지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 강아지는 남의 플러팅과 관심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갈 길을 간다. (심지어 주인의 콜링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둘 다 '관심'을 받는 것과 무관한 반려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우리가 한 몸으로 걷기 돌아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주로 자전거를 타고 녀석을 등에 업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멈춰 선 횡단보도에서였다.

'어머 저 강아지 봐봐. 강아지가 업혀있네.' 행인들은 녀석을 눈치채곤 귀엽다며 들릴 듯 말 듯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을 듣는 체하며 감사한 관심들을 주워담고는 바뀐 신호에 페달을 밟는다. 녀석이 가을이 되면서 더 무거워졌지만 횡단보도에서의 애정을 연료 삼아 공원까지 달려간다. 이런 짧은 토막의 관심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마치 SNS를 훅훅 넘기며 누르는 '좋아요' 같은 작은 관심들.


하지만 푸코를 업고 걸어 다닐 땐 그 관심의 크기가 커서 익숙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놀러 간 동네엔 '맨발의 산책자' 클럽 같은 게 있었다. 8~9명의 어르신들께서 맨발로 나무 사이를 걷고 계셨다. 첫 번째 맨발의 산책자를 봤을 때는 '아 건강 때문에 그렇게 걸으시나? 발 안 아픈가?' 하고 보았다가 연이은 맨발의 산책자들을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이 동네의 핫한 동호회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초점을 그들에게서 좀 더 멀리두고는 그들을 보지 않는 척 그들을 보았다. 우거진 나무와 흩어진 햇살은 어느새 머릿속에서 맨발의 산책자들에게 밀려난 지 오래다.


그런데 갑자기 산책 무리 중 하나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응시했다.

'푸하하하하하. 참나.'


어르신 두어 분이 멈춰서서 푸코를 보고 파안대소를 했다. 그들을 지켜보느라 등 뒤에 있던 푸코를 잊고 있었다. 이런 건 파는 거냐, 개가 무겁진 않냐며, 요즘은 참 개들 위해서 별 걸 다한다며 어처구니없어하시면서도 귀여워하셨다. 개가 나이도 많고 시력이 좋지 않아 이렇게 업고 다닌다는 짧은 부연설명을 드리고 그들은 다시 맨발로 땅을, 나는 업힌 푸코를 주섬주섬 챙기며 길을 나섰다.

'건강이 최고여.'라는 그들을 위한, 푸코를 위한 안부인사를 건네시고는.



푸코가 등에 업혀있는 건 맨발로 땅을 걷는 것만큼 진귀하고 유쾌한 풍경인가 싶으며, 이 귀여운 관심들에 좀 더 익숙해지자며 푸코와 산책을 나선다.



브런치 푸코 두부 이야기 

인스타그램 @foucault.doobu


조용한 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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