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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샘 Nov 11. 2019

남한사람도 북한을 배워야지요

남한에 입국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남한 사람이 됐으니 서울말을 배우고 남한문화와 기술도 배워야지.’

나는 열심히 서울말을 배우고 서울 사람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화장도 했다. 공부하고, 일하고, 기술을 배우고, 문화를 이해하며 완벽하게 ‘남한 사람’이 되어갔다.     


언젠가 통일교육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였다. 한 탈북 대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왜 탈북자만 남한 말을 배워야 하나요? 통일을 하고 싶다면서요, 평화통일을 바란다면 남한 사람도 북한 말을 배우고 탈북자를 알아야 되는 것 아닌가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탈북자를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른다. 탈북자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은 ‘우리는 한민족, 평화와 통일’ 등의 슬로건을 내세운다. 하지만 정작 탈북자는 정치인의 종파 싸움에나 이용가치가 있을 뿐 북한 언어와 문화는 낙후하다고 비하한다.

민간단체의 통일교육 강의를 들으면 통일이 되면 유라시아 철도를 건설하고 부산에서 기차 타고 유럽 땅을 횡단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거기에 더해 북한 땅의 무한한 자원은 몇 퍼센트의 경제효과가 있으며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좋은 일이다. 남과 북이 통일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남한도 살고 북한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그 땅의 자원이 누구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는다. 마치 경제력과 기술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는 듯이 말한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때, 조선인을 무지하다고 능멸했고, 세계사의 모든 식민지 침략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말로는 ‘평화통일’을 주창하지만 남쪽이 얻을 이익만을 강조하며 경제기술에 코를 세우는 남한식 사고와 통일교육이 나는 불편하다. 차라리 지금처럼 한민족인 듯 두 나라로 지내는 것이 북한도 남한도 덜 상처 받고 덜 아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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