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센터에서 영업부장으로서 고객사와의 접점에서 판매를 하고 있었던 내가 하는 일은 Marketing이라기보다는 Sales에 가깝다. 장사라 해야 한다. 본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시장을 분석하고 향후 판매전략을 수립하고 하는 일들도 병행하고 있었지만, 하루 출근 후 퇴근까지 주로 맡은 일은 장사가 주가 된다. 멕시코던 어디던 장사의 기본은 같다. 고객만족을 넘어서 고객 감동을 이루어 내고, 친구와 같은 친밀함도 끌어내야 한다. 특히나 멕시코와 같이 한 번이라도 밥을 같이 먹지 않은 사람은 절대 믿지 않는 나라에서는 이메일보다는 전화가, 전화보다는 대면이, 대면보다도 밥을 같이 먹는 게 중요하다. 밥 같이 먹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 할 수도 있지만, 멕시코에서 장사를 하려면 반드시 같이 먹는 횟수를 늘려가야 한다. 밥의 계산을 누가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거의 반반이었던 같다. 방문을 하면 대부분의 고객사에서는 우리 지역에 왔으니 우리가 낸다고 하는 고객사가 많았다. 만나서 밥 같이 먹었다는 게 중요하다.
장사를 하다 보면, 특히나 우리 회사와 같이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면, 각 지역의 특징이 있을 것이다. 난 해외라 하면 멕시코에서만 근무를 했지만, 중국이던 인도던 장사의 기본은 사람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외에 그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국가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멕시코에서 근무를 했으니 멕시코에서의 경험을 서술해 가려한다.
멕시코에 몬테레이라는 도시가 있다. 듣기로 산업도시여서 멕시코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라 한다. 혹자는 가장 잘 사는 도시라 하는데, 다니다 보면 그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 도시에 우리 고객사들이 몇 있어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방문을 했다. 당시 고객사 개발을 위해 전혀 몰랐던 고객사를 컨택하였다. 지속적으로 메일을 보냈고, 전화로도 컨택을 시도했으나, 얼마간 회신이 없었다. 이런 일은 장사를 하다 보면 다반사이니 신경 쓰이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 고객사는 꼭 만나서 협의를 했으면 하는 고객사였다. 통상 멕시코 고객사는 처음에 메일을 몇 번 보내면 회신을 안 하는 경우가 많으며, 회신을 한다고 해도 신속한 회신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전화나 대면 미팅을 선호하기도 하고, 기존의 거래선을 바꾸고 싶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컨택하고, 고객사가 필요로 할 것 같은 정보를 메일 본문에 성의 있게 슬쩍 넣어 보내기도 한다.
이제 다시 한번 메일을 보내야겠다고 한 어느 날, 회신이 왔다. 드디어 회신을 받게 된 거다. 이렇게 회신을 받는 경우 대부분은 본인이 출장이었다거나, 휴가라서 회신이 늦었다는 말을 넣는다. 멕시코는 사람들이 모질지 않아서, 회신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미안함을 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회신을 받고 언제쯤 방문하려 하는데 일정이 괜찮으냐, 시간이 괜찮으면, 사무실에서 미팅 후에 저녁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회신을 보냈다. 다음날 답을 받을 수 있었다. 음식점에서 만나서 저녁을 하면서 이야기하자고 한다. 그렇게 하자고 했다.
당일이 되어 몬테레이로 차를 타고 올라갔다. 음식점에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한 참 지나서 도착했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멕시코에서는 그게 예의일 수 있다. 이해한다. 만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주문부터 하기로 하였다. 당시엔 내가 술을 끊기 전이라서 맥주를 시키려 했는데, 고객사 분은 술을 잘 못한다고 하면서 콜라를 시키는 거다. 나도 따라서 콜라를 시켰고, 이후 음식 주문을 하였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업무이야기는 한참 뒤에나 나올 것이다. 본인이 여행 다녀온 이야길 한참 하다가, 나에게 언제 멕시코에 왔느냐, 가족들도 같이 왔느냐, 멕시코 살기가 어떠냐, 질문이 많다. 답을 주고받으면서, 몬테레이 공대(Tec. de Monterrey) 이야기도 나왔다. 본인이 그 대학을 졸업했다 한다. 중남미 최고의 공대다. 그 대학을 나왔다고 하면 어려서부터 사는 건 괜찮았다는 거다. 우리 아이는 몬테레이 공대 산루이스포토시 캠퍼스에서 부속 고등학교를 다닌다 하니, 국제학교를 안 다니고 어떻게 거길 다니냐 하길래 산루이스포토시에는 국제학교가 없고, 몬테레이 공대 부속고등학교가 괜찮은 것 같아서 보냈다 하니, 본인은 몬테레이 캠퍼스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다 한다. 우리 아이들 고등학교 대선배였다. 학교 이야기로 한 시간 여가 지났다. 이제 일 이야길 좀 해야 하는데, 일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음식을 다 먹고, 이제 디저트가 남았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시키고, 이야기로 돌아왔다.
드디어 최근의 시황, 본인이 관리하는 고객사수, 본인 회사의 재고, 품목별 소요량 등의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나 역시 우리 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품질 관리 수준, 납기,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자료도 준비해서 갔지만 그건 헤어질 때 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고객사 분이 내일 출근하면 품목별로 필요한 사이즈, 수량, 소요시기를 메일로 주겠다는 말을 들으면서 저녁을 마쳤다. 내일 메일은 오지 않을 거다. 한 2-3일은 기다려햐 한다. 2-3일 경과에도 오지 않으면 다시 미팅을 요청해야 한다. 멕시코에서는 미팅을 하게 되면 고객사에서는 먼 곳까지 찾아온 사람을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지는 않는다. 말로라도 사이즈나 필요사항을 금주 내로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하는 게 대부분이다. 금주 내로 메일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역시나 3일이 지났는데도 보내 주겠다던 메일이 없다. 나 역시 멕시코에서의 관행을 알기에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는다. 한 일주일이 경과되면, 메일을 보내서 몬테레이 갈 일이 생겼는데, 잠깐 들러도 되겠냐고 하면, 거의 받아준다. 지나는 길에 들렀다 하면서 고객사의 사무실로 들어가면 커피도 주고 반갑게 맞아준다. 사이즈를 안보내줘서 미안하다는 말은 없다. 나도 물어보지 않는다. 다만, 뭐 필요한 거 없느냐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이렇게 한 두 번 만나고, 식사 한번 더하고 하면 휴대폰 번호를 준다. 멕시코에서 명함을 받으면 휴대번호가 명기되어 있는 명함 받기는 어렵다. 명함에 휴대번호는 거의 명기하지 않는다. 번호를 받으면 이젠 메신저나 전화로 거래를 틀 수 있다는 신호다. 이제 거래가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신규 고객사와의 거래가 시작되었다.
멕시코에서 장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겪었던 실제상황들을 엮어가자면 수도 없이 많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던 적도 있고, 장기간에 걸쳐 고객사와 이슈를 해결한 적도 있고, 고객사 자체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도움을 요청해와서 우리가 해결해 준 적도 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의 기저엔 고객만족을 넘어선 고객감동이 깔려 있다. 고객사라는 관계를 떠나 이 즈음에 난 멕시코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장사의 기본은 관계다. 중국 비즈에서 관계가 중요하다고 들었다. 꼭 중국에서의 비즈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내가 살았고 장사했던 멕시코에서도 마찬가지다. 꾸준하게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 만약 멕시코 고객사에서 고객의 자존감에 손상을 입었다고 느낀다면 그 비즈는 끝이다. 자존감이 상당히 높다. 역으로 한번 신뢰를 쌓고 서로가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비즈는 비즈 자체로 뿐 아니라, 가족과 같은 유대감이 형성된다.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지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