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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167. 소통의 자세

공자의 제자 안회가 사신으로 위나라에 가게 되었습니다. 낯선 위나라에 가게 되어 노심초사하고 있는 안회에게 공자는 ‘심재心齋’라는 수양 방법을 제안합니다. 심재란 마음을 비우는 것, 즉 자의식을 제거하는 수양 방법을 말합니다.     

공자는 안회에게 이릅니다. “이름 같은데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받아주거든 유세하고, 받아주지 않거든 멈추어라. 문도 없애고, 언덕도 없애서 너의 마음을 통일하고 부득이한 일에만 깃들면 괜찮을 것이다....너는 날개가 있는 것이 난다는 것을 들어보았겠지만 날개가 없이 난다는 것은 듣지 못했을 것이다. 너는 앎으로 안다는 것은 들어보았겠지만 알지 못함으로 안다는 것은 듣지 못했을 것이다”     

공자는 안회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의식을 없애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안회가 단순히 자신을 수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위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며 낯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상황에서도 안회가 자신의 자의식을 내세우면서 자신과 다른 것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사신으로서의 해야 할 본분을 망각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막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수영을 배워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처음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는 물 밖에서 자세 등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그 자세는 막상 물속에 들어갔을 때는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합니다. 물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물속에서의 행동은 물 밖에서처럼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물에서 자유롭게 수영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딱딱한 바닥이 있는 물 밖에서 배운 것들을 잊어야 합니다. 그리고 물을 따라 흔들리는 법을 감각으로 익혀야 하고 내가 물 위에 뜰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을 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어른과 같은 자의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비교적 수영을 쉽게 배웁니다. 자신을 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른보다 빠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어른이 수영을 배우는 것은 아이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배영을 해야 할 때는 물 위에 자신을 띄워야 하는데 물에 가라앉을 것이라는 의식, 가라앉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의식이 우리를 쉽게 물 위에 누울 수 있도록 하지 않습니다.     

모든 새로운 상황과 마주했을 때는 자신을 비우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그 상황에 쉽게 녹아들 수 있고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는 ‘나’라는 자의식을 버리는 것이 소통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나’라는 자의식을 앞세우게 되면 우리는 타인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할 수 없게 되고 선입견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소통하고, 새로운 세계와 연결되어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의식을 비워내야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내 습관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들을 싫어하는지, 그런 생각들은 내 안의 자의식으로 똘똘 뭉쳐있고 그것은 결국 타인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근본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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