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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13. 1% 보다 99%의 사람을 생각해

상처받는 일이 주특기인 것처럼 사소한 말 한마디나 눈빛에도 상처받기 일쑤인 나를 보면 대체 나이가 주는 원숙함은 어디로 도망가 버린 건지 때론 한심하기도 합니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피가 흐르고, 딱지가 앉고, 새살이 솔솔 돋아나기도 하련만 가슴 속에 난 상처는 어찌된 일인지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아나기는커녕 잊을 만하면 또다시 피를 흘리고 있으니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상처받지 않는다는 사람이 부러웠던 적도 있습니다. 남이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다는 사람이나, 혹은 아예 그 사람을 무시해버린다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내게 있어 그들은 세상 어떤 곳에 버려져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건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생기면서 부터입니다. 보통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길면 서너 시간까지 할애되는 이 내밀한 인터뷰에서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마음 속 깊은 상처까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 시간을 그동안 읽었던 책과 더불어 내 정신을 키워내는 자양분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다보면 처음부터 세상에 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현재 강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수많은 사회적 영향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 더 강한 모습을 가져야 하고, 나에게 상처 준 사람들로부터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만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상처가 건드려지는 순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울기도 하고 손을 맞잡기도 했다는 것을 오늘 이 글을 빌어 당신에게 고백해야겠군요.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여전히 피 흘리는 이유도 나는 그들과 맞서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며 그것이 그저 나의 본성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들과 나의 공통점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들이 연약한 속살을 감추고 있거나 혹은 내가 연약한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거나와 상관없이 우리가 여전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라는 걸 말입니다.           

또 하나, 1%의 비난의 말보다 나를 사랑하는 99%의 따뜻한 말이 나를 꿋꿋하게 살 수 있게 한다는 것도요. 내 주변에는 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난 그들에게 토닥토닥 위로 받으며 마음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일 수 있다는 것도 이젠 압니다.           

당신이 울고 있는 내 손을 가만히 잡아 주는 일, 그리고 하찮은 내 얘기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으로 오늘 내가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 당신은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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