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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꼬리 하나에도

나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by 원혜경

삶의 흔적은 얼굴에 고스란히 남는다고들 한다.
최근에 그런 말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어느 날,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입꼬리가 아래로 처진 얼굴은, 아무리 눈매가 단정하고 콧대가 예뻐도 이상하게 인상이 무너져 보였다.
마치 웃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얼굴 전체가 무거운 감정에 끌려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 얼굴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내 입은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
무심코 지나친 거울 속의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얼굴로 비쳤을까.

혹시 나도 모르게, 아래로 처진 입꼬리를 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말보다 더 많은 걸 보여주는 얼굴.
그 얼굴이 조용히 말하고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내가 짓고 있는 표정은 내가 걸어온 하루를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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