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마음속에 떠오른 ' 사랑'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

by 원혜경


헤르만 헤세의 「어느 고장의 자연에 대하여」와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를 읽으며, 나는 헤세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깊고 진심 어린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는 요양원 옆집에 머무르며 새로운 고장의 공원을 산책하고, 그곳의 나무를 마치 연구자처럼 세심하게 관찰했다. 비록 내가 그 장소에 있어본 적은 없지만, 헤세의 문장은 그 풍경을 눈앞에 펼쳐 보일 만큼 생생하고 정밀했다.


사실 헤세의 작품들은 일관되게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을 품고 있다. 『데미안』,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에서』에서도 강과 나무, 자연의 형상들은 늘 중요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이런 작품 세계를 떠올려보면, 헤세가 평생 자연—특히 나무—와 교감하며 살아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는 스물아홉 살부터 일흔아홉에 이르기까지 나무와 자연 속에서 자신을 치유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쌓아갔다. 나무에 자신의 삶을 비유하고, 사물 속에서 깨달음을 찾아낸 그의 자세는 마치 한 단계 초월한 삶을 살아낸 사람처럼 느껴진다.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를 읽다가 내 마음에 떠오른 주제는 ‘사랑’이었다. 나무 한 그루의 죽음 앞에서조차 애도를 건네는 헤세의 태도가 김용규 선생님의 『어제보다 조금 더 깊게 걸었습니다』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들었다. 특히 삶의 목적 편에 나온 두 문장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는 충분히 살았을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


김용규 선생님의 책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 정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랑이 있습니다.”

결국 헤세가 자연 속에서 발견한 진실과, 김용규 선생님이 말한 삶의 정점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삶의 핵심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각자의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녕!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