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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 유학생 상도 Dec 13. 2022

당신이 일본의 현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上

“버블 경제”가 왜 중요한지 초등학생도 알 수 있게 만들어 드립니다.

 여러분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아마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안다고 해서 돈이 벌리는 것도 아니고, 멋진 연인이 생기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일본과 거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정말 큰 연관이 있는 나라입니다. 당장 한국사를 조금만 공부해도 일본이라는 나라를 빼놓고 한국의 역사를 설명할 수가 없죠. 음식부터 시작해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 일본에서 들어온 문화도 정말 많고, 가깝기 때문에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특히나 요즘 들어서 일본과 한국은 더욱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한일 국제커플이 더욱 증가한다는 점이나 일본 관광객 중 한국인이 가장 많았다는 등 서로의 영향을 주고받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일본이라는 나라를 더욱 잘 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서로에게 예의를 갖출 수 있고,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일본의 현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버블 경제”를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교토 공원의 모습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소설을 읽어보신 적이 있을까요?


 이 소설에서는 세 젊은이가 도둑질을 저지르고 허름한 폐가에 들어가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세 명의 젊은이는 폐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데, 우연히 편지 한 통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편지에 답장을 쓰게 되고, 그 편지는 과거로 전달되죠. 그들은 편지를 통해서 과거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게 됩니다.


 그런데, 그 내용 중에서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1986년 이후에 일본은 사상 유례없는 호경기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합니다.

그러면 즉시 되팔아 더 비싼 부동산을 사들이세요.

(중략)

그러나 1989년까지 라는 걸 기억해둘 것.



 왜 땅값의 상승이 1989년이 마지막이었을까요?


 그걸 알려면 우선 1960년대의 일본부터 간단하게 봐야 합니다.

 1950년대만 해도 일본의 경제는 굉장히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에 들어오고 나서, 미군정의 간섭으로 경제의 민주화나 전쟁 물자를 파는 등의 복잡한 과정이 있었습니다만, 굳이 거기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던 일본은 당시에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들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게 됩니다.

 당시 일본은 세탁기, 흑백텔레비전이나 오토바이 같은 걸 수출하였습니다. 당시에 이것들은 일본에 엄청난 이익과 돈을 가져다줬습니다. 이때 경제의 성장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경이로워서 “동양의 기적”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으니 정말 대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68 기준 일본의  총생산(GDP)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

 

 그러다 70년대에서 오일쇼크라는 걸 통해서 잠시 침체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값싸고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일본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그리고 그걸 ‘플라자 합의’라는 것을 통해서 일본 제품들의 가격을 올리게 되죠. 정확하게는 엔화의 가치가 올라서 구매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물건들이 다 비싸진 것이지만요.


 일본 제품이 비싸지니, 무역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밖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안에서 문제를 해결했죠. 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시켰습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돈을 빌리기 엄청 쉽게 만든 겁니다. 그러자 너나 나나 전부 다 돈을 빌렸습니다. 돈을 빌린 사람들은 누구나 주식과 부동산을 샀죠. 사려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어나니, 주식과 부동산의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게 되었습니다.


 당시 기준에 세계 기업 랭킹 50위에 일본이 33개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삼성전자 비슷한 것들이 33개나 있다는 거죠. 그러니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라고 평가받는 게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의 황금에 심취했습니다. 신흥 부자가 된 이들은 향락과 사치에 빠지고, 그들의 화려한 번영은 영원히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히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역 근처의 크리스마스 트리

잃어버린 10년이 이어져 지금까지..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의 부동산과 주식의 가치 하락을 비교했을 때, 부동산은 평균 30% 하락했고 주식 가치는 약 1/4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미야 잡화점의 편지에는 1989년까지만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죠.



단순히 돈 좀 잃은 거뿐이잖아?

그게 뭐가 문젠데??



 아마 이렇게 이야기하실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렇죠. 사실 부동산이나 투자를 해보시지 않은 분들은 투자로 돈을 잃었던 것에 대한 아픔을 잘 모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그게 몇십 년 동안 이어져서 지금 세대까지 문제를 준다는 거 자체가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단순히 조금 돈을 잃었다는 사실에서 그치면 상관이 없지만, 문제는 거기서 생긴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와 빚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은 일본의 버블경제 시기의 아픔을 10년 동안 앓고, 거기서 벗어나거나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1990년대 초의 일본 사람들은 당시의 사건을 때문에 재산의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심각한 경우에는 빚쟁이가 되거나 거지 생활을 하는 사람도 존재했었죠. 버블 경제 이후 일본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통계가 그걸 이야기해주죠.


 개인이 힘들어지면서 기업들도 같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원래 완전 고용까지 갔었던 일본 기업이었지만, 사람을 뽑을 여유가 없어서 취업의 문이 닫히게 되죠. 다시금 강조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은 단순히 사람들이 자산을 잃고, 기업이 도산했다는 객관적인 사실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일본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는 거죠.


 버블 붕괴 이후, 사람들의 삶에는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빚더미에 시달리고 자산을 잃으니 자살하는 사람이 증가했죠. 이러한 우울한 사회 분위기는 점점 전염되어서 이혼까지 증가하고, 실업 문제, 결혼율조차도 떨어졌습니다. 정말로 사회적으로 일어나면 안 되는 문제들이 줄줄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버블의 붕괴는 문화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울하고 불안한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 예술 작품들이 세상에 등장하기 시작했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 「1Q84」나 초기에 엄청나게 잔인하다 평가받았던 「명탐정 코난」 , 「에반게리온」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후에 이 작품들은 시대의 분위기와 어우러져서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죠.


신세기 에반게리온 포스터

 이처럼 버블경제는 당시 일본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일본인이 병적으로 “절약”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것도 그 안에 포함이 되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절약”은 미덕입니다. 과소비는 아편이죠.

 절약은 한국에서도 미덕의 하나로 실천하면 좋은 마음가짐의 한 형태로 사회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개개인들이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절약을 보면 한국이 따라잡기가 참 힘듭니다. 일본인들의 절약 습관을 찾아보면, 휴대전화 요금 할인, 타임세일, 미용실 모델로 인한 무료 커트, 열 개가 넘는 포인트 카드, 할인쿠폰, 화장실 물을 아끼기 위한 물을 채운 페트병까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물론 지금 저와 비슷한 나이대(10대 초에서 20대 초)의 아이들은 그런 경향이 적은 편입니다.


 주로 고령자 분들이나 이제 은퇴를 앞두신 분들이 주로 하고 계시죠.


 하지만 버블을 당시 어린아이였기에, 이를 보고 자란 “사토리 세대”는 또 다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버블을 보고 자란 사토리 세대”에 대해서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바쁜 현대인을 위한 간단 요약>

 1960년대부터 일본은 엄청나게 경제 성장을 하였음.

몇 번 꺾이게 되는데, 그 해결책으로 돈 빌리는 걸 쉽게 만들자 모두가 빚내서 투자를 하였음.

그러나 1990년대 초에 버블 경제로 인해 경제가 붕괴하고 사람들은 빚쟁이가 되고, 사회적 분위기가 안 좋아짐.

그로 인해서 당시 시대상을 표현한 작품들과 문화가 탄생하게 됨.

그로 인해 탄생한 일본의 MZ세대인 사토리 세대를 다음 편에 설명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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