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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Dec 25. 2020

프리랜서가 자유롭다는 오해

어찌 보면 직장인보다 더욱 매여있는 프리랜서 작가의 일상

프리랜서 작가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게 된다. 대부분은 '자유'와 '행복'에 관련된 것들이다. 그렇게 보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출근 지옥철을 겪지 않고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집에서 원고를 쓰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하면 카페로 향한다. 커피 한 잔 하며 원고를 다 써서 메일로 보낸 후 친구를 만나거나 남들이 힘들게 줄 서야 하는 맛집 탐방을 할 수도 있다. 

매일 보는 집과 동네가 지루하면 노트북을 떼어 들고 어디든지 향한다. 어차피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어디서 일하든 결과물은 같으니까. 사무적이지 않은 감성이 필요한 글들은 되려 여행지에서 더 잘 나오는 경우도 있고, 해외여행이라도 갔다면 미리 클라이언트에게 일정을 이야기해 해외에서만 할 수 있는 취재나 에세이 등을 소재로 건의해 여행비를 벌 수도 있다.


성우야, 행복하니? 우리중 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사람은 너 밖에 없잖아 (출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중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주인공인 성우(이얼 분)에게 공무원 친구 '수철'(신현종 분)이 묻는 '넌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니?'가 떠오르는 대목.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프리랜서들이 가장 많이 받는 오해는 ‘마음에 드는 일만 하니 좋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회사 생활을 생각해보자. 직장 상사가 시키는 일을 단칼에 거절할 수 있는 사람? 프리랜서의 경우는 더하다. '거절하면 그 한 건만 못하는 거니 뭐 그럴 수 있지 않냐’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입도 수입이거니와 한 번 거절을 하게 되면 앞으로는 그 클라이언트에게 일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마음고생 좀 해야 한다. 아, 물론 클라이언트가 ‘감히 내 부탁을 거절하다니!’ 하고 다시 일을 안 주거나 하는 일은 흔치 않다. 보통 한 번 거절했을 경우, 클라이언트는 ‘아 이 사람 일이 많아서 스케줄 맞추기 쉽지 않겠구나’ 생각하고 2순위로 밀려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 작가는 자기에게 들어온 일은 다른 클라이언트와 시간을 조율하는 등 어떻게든 일을 모두 하려고 노력한다. 원고가 더블 되면 밤을 새기도 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쓰니 좋겠다’는 것도 어찌 보면 허상에 가깝다. 남들 일 하는 시간에 커피숍에서 노닥거리고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여행을 다니는 것은 보통, 실제로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편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좀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직장인보다 더 힘들다. 언제 미팅이나 취재가 있을지도 모르고, 수시로 기획이 변경되는데 여행은 무슨… 게다가 다른 클라이언트의 요청도 받아야 하고.

요즘엔 그것도 쉽지 않지만 카페에 자주 드나드는 것은, 여유가 있다기보다 거기가 일하기 제일 편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일하는 건 이래저래 방해 요소가 많고, 그럴 때 카페는 꽤 훌륭한 도피처이다. 맛집은 왜 이리 많이 다니냐고? 기왕 카페에 가는 거 맛집 부근 카페에 자리를 잡으면 점심이나 저녁을 거기서 해결할 수 있으니까. 이왕이면 다홍치마 아니겠는가. 
 

또한, 콘텐츠 작가로 일하다 보면 내가 하고 싶거나 관심 있는 주제만 손댈 수 없다. 아니, 반대로 관심 없고 하기 싫은 주제로 글을 쓸 때가 더 많다. 그러려면 평소에 계속 다양한 경험을 쌓고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한다. 프리랜서들이 이것저것 자유롭게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 보헤미안 성향이 있는 나같은 사람들도 많지만 좀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보려고 일부러 노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경험하는 것을 SNS에 공유하다 보면 관련된 업무 요청이 들어오는 때도 가끔 있기도 하고. 

당시 이슈가 되는 책이나 영화는 물론 드라마와 예능은 최대한 보려고 한다. 나중에 관련 내용을 인용할  일이 있을 때 시간을 절약해주고 현실감을 높여준 다. ‘나의 아저씨’ 같은 명작들은 정말 마음에서 당겨서 보기도 하지만 ‘펜트하우스’처럼 내 마음에는 전혀 맞지 않는 주제는 막 2배속으로 돌려 보거나 유튜브의 짤 모음만 보기도 하고. 


내가 김영하나 허지웅이 아닌 이상 화려하고 자유로 워보이는 프리랜서의 삶은 워라밸과는 거리가 먼, 백조의 갈퀴질과 비슷하다.  ‘전 국민이 이름 석자만 이야기하면 아는 작가’로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면 완벽하지만 그게 또 아무나 되나. 일단 죽어라 물갈퀴질 하면서 삶을 영위해야지. 이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라고, 하다보면 또 실력이 늘기도 하고. 지금도 머리를 쥐어짜내고 있을 전국의 프리랜서 작가 여러분도 남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처럼 살 수 있도록 오늘도 존버 해 봅시다. 


덧) 이 포스트 읽는 분들 중, 콘텐츠 작가나 취재기자 프리랜서 필요하신 분은 언제든 DM으로 연락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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