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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수다쟁이, 그래서 넌 뭐 쓰는데?

2030이 유선 이어폰을 왜 쓰는지에 대한 이유와 블루투스 이어폰 추천

by Francis

먼저 사과부터 박고 시작하자.

정말, 미안하다.

이 시리즈 첫 글인 '요즘 2030, 왜 유선 이어폰을 쓸까?'에서 궁금증만 던져놓고, 정작 제목에 대한 답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쓰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그래도 결자해지는 해야지 않겠나.


그래서, 2030은 왜 유선 이어폰을 쓸까?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유선 이어폰은 전체 이어폰 판매량의 22.7%를 차지한다. 2022년에 10.5% 증가했다가 2023년엔 1.8% 감소, 2024년에 다시 6.6% 반등한 수치다. 이 흐름은 음반 시장에서 스트리밍이 메인이 된 뒤 LP 판매량이 다시 늘어난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


SNS 데이터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유선 이어폰 관련 버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소리’였다. 왜 유선 이어폰 소리가 좋을 수밖에 없는지는 이미 '요즘 2030, 왜 유선 이어폰을 쓸까?'에서 뇌절했으니 여기서는 패스.


배터리 걱정이 없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예전엔 '그냥 공짜로 줘서 쓰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애플이 시작한 '유선 이어폰 공짜로 안 줌'의 시작은, 삼성을 비롯한 다른 업체까지 이어져 이제 유선 이어폰을 그냥 주는 스마트폰 브랜드는 없다. 그러니, 유선 이어폰은 명백한 ‘자발적 선택’일 수 밖에.


턴테이블도 없이 LP를 구입하는 사람들 처럼 ‘유선 이어폰이 주는 감성’ 때문에 계속 쓴다는 사람도 적지 않더라. 스마트폰과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다 보니 잃어버릴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고.

그리고 셀럽 영향도 크다. 이효리, 정유미 같은 연령대 있는 셀럽부터 카리나, 제니 같은 요즘 스타들까지 유선 이어폰 착용 인증이 계속 나오니까. 이 정도면 답이 됐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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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줄 이어폰 인증도 크게 한 몫 한 듯 (출처 - 이효리:JTBC 캠핑클럽 캡처 로제: 보그 프랑스 )


그럼 나는 어떤 블루투스 이어폰을 좋아하나?

내가 써본 블루투스 이어폰이 대충 20개쯤 된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세 개만 골라본다. 전문가 리뷰보다는, 그냥 인간 Francis의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정도 해주면 좋겠다.


젠하이저 Momentum True Wireless 4

처음 나왔을 때 젠하이저에서 테스트 요청이 와서 써봤는데, 외관부터 합격이었다. 내가 쓴 건 블랙+실버 모델이었는데, 천으로 감싼 충전 케이스가 꽤 고급스러웠다.

페어링하자마자 늘 테스트용으로 듣는 Steely Dan의 를 재생했다. 딱 젠하이저 시그니처 사운드. 과한 부스팅 없이 해상도는 선명하고, 프레즌스가 또렷하다. 하이햇이랑 기타가 기분 좋게 살아난다. 기분 좋아서 바로 Toto로 넘어갔다. , . 말해 뭐 하나. 드럼 소리 시원하다.

tempImageTMz5IJ.heic 지금은 입양보내서, 다른 사진으로 대신함 (출처 - https://bit.ly/4rQlgt7)


소니 WF-1000XM5

소니는 워크맨 번들 이어폰마저 소리 좋기로 유명했던 회사다. 블루투스 이어폰 쪽으로 넘어오면서는 ‘연구실에 외계인을 가둬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이즈 캔슬링이 미쳤고. WF-1000XM5는 감히 말하자면, 현존 블루투스 이어폰 중 노이즈 캔슬링 최강자다.

tempImageWE0A2G.heic 지금은 입양보내서, 다른 사진으로 대신함2 (출처 - -https://www.pocket-lint.com/sony-wf-1000xm5-review/)

차가운 느낌의 EDM, 아이돌 음악, 재즈가 특히 잘 어울린다. 이어폰 장인 회사답게 배터리도 훌륭하다. 소니가 이걸 ‘헤드폰 같은 이어폰’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제품보다 좀 큰 유닛에서 나오는 사운드와 공간감을 맛보면, 꽤 설득력 있는 표현이다.



노이즈 캔슬링, 과하게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둘 다 인터페이스가 불편했다. 이어팁을 귀에 꽂은 상태에서 표면을 두드려 재생·정지·기능 전환을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몸에 잘 안 밴다. 귀를 만지면 자꾸 터치 부분이 닿아 오작동이 나기도 하고...

노이즈 캔슬링도 호불호다. Momentum은 소리는 좋은데 노캔이 약하고, XM5는 노캔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이질감이 들었다.



나의 최종 선택은, 돌고 돌아 결국 에어팟 프로

지금 주력은 에어팟 프로 3세대다. 1세대가 나왔을 때 이런 농담이 돌았다.


소니가 가둬두던 사운드 장인,
노캔 장인을 애플이 어떻게 빼왔을까?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세미 커널형인데도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이 좋았고, 귀를 괴롭히지 않으면서도 귓구멍을 잘 막아줬다. 액티브 노캔 성능도 당시 기준으로는 최상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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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귀 내부 울림을 측정해 튜닝하는 ‘적응형 EQ’ 특성상 원음 그대로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그래도 블루투스 이어폰이 애초에 감상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애플 기기간 자연스러운 페어링 이동도 정말 편하다.


내 입장에서는 완벽해도, 공평한 시선으로 보자면 분명 단점도 있다. 애플 기기가 아니면 호환성은 확실히 떨어진다. 멀티포인트 페어링도 애플 기기간에서만 가능하고. 20만 원대 후반이라는 가격도 사실 좀 빡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제 앱까지 써서 안드로이드에서 쓰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이유는 충분하다. 내가 진성 앱등이라 편파적일 수는 있지만, 가성비 생각 안 한다면 2025년 12월 기준으로 나는 에어팟 프로를 고른다.


에필로그: 결국 다시 음악

별 생각 없이 ‘유선 이어폰’으로 시작한 글이 7편까지 갈 줄은 몰랐다. 다시 한 번 느꼈다.

아, 나 음악 진짜 좋아하는구나.

결국 소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하나다. 음악을 더 잘 듣고 싶어서. 더 좋은 이어폰을 찾는 여정은, 결국 더 좋은 음악 경험으로 귀결된다. 얼마를 쓰든 상관없다. 각자 열심히 덕질하고, 마음에 드는 이어폰 질러서, 그걸로 자기 음악을 더 많이 사랑하면 된다.


덧) 다만, ‘내 단짝 블루투스 이어폰 선택하기’에서 말한 그 제품은 피하자. 기분 확 잡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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