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노 쇼고(2020).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한스미디어
봄에 생각나는 사람 있으세요?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봄이 오고 있다. 그런데, 없으면 어떡하지? 없어도 살아왔는데 뭘 걱정. 있으면 한다고? 그래야겠다. 까짓, 인생이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그런 바람을 가득 담고 우타노 소고 책을 읽었다. 읽은 건 맞는데, 뭔가 사기당했다는 느낌. 에이, 사기까지야겠어! 봄에 생각나는 사람 없어도 좋다.
아니, 우타노 소고가 생각날 것 같다. 유쾌한 속임과 속음. 우린 말에 따라 많이 낚이지만 그래도 감정이 나쁘진 않다. 속았지만 기분이 그다지 상할 것 같지 않다. 속았음에도 말이다. 소설에 속았으니 피해가 없어서일까?
소설 내용은 제목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고령화 사회. 노인문제 등등. 제목을 이렇게 달콤하게 짓다니 당연히 작가의 노림수였다. 제목 때문에도 속았지만, 내용도 읽고 보니 속았다. 읽다 보니 약간 이상했는데 그냥 읽었다. 내용이 클라이맥스로 막 치달을 때였을 것이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다는 말. 재밌었다. 아, 이 황당함이란? 유치한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이 다 끝나고 린위탕(임어당) 말이 나온다. "인생의 황금시대는 흘러가버린 무지한 젊은 시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미래에 있다"(p. 459). 작가가 이 말을 왜 썼을까? 젊은 시절 대부분은 무지하기에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세상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에 현명하게 보낼 수 있다는 말? 같은 시간을 살지만 확실한 건, 이 말을 당신이 받아들이면 당신은 젊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보다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젊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물론, 젊은이도 젊은이 나름. 늙은이도 늙은이 나름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보니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워할 사람이 있었으면 해서였을 것이다. 그리웠던 사람, 그리운 사람. 그리울 사람? 누구? 아주 소박하게라도 이 봄 벚꽃 피면 생각나는 사람 있었으면 한다. 그게 연인이 아니라도. 돌아가신 부모임이라도. 당신은 이런 사람 있으세요? 제목에 낚이고 내용에 낚이고. 손해 보지 않았으니 기분이 상할 리도 없고. 이게, 다 소설 덕이다. 읽는 동안 엄청난 몰입감과 긴박한 스토리가 있었을까? 아님에도 재밌었다. 그럼 된 거지. 확실했던 건 일본과 우린 이웃사촌이 맞는 나라 같다. 어찌 이렇게 똑같지? 사회 현실이.
늙어가는 사회. 노년 인구의 증가. 건강에 대한 관심. 건강식품회사 호라이 클럽이 벌이는 사기행각과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 익숙하지 않던가? 건강식품이나 건강증진 상품을 파는 판매회사라니. 고등학교 후배 기요시가 짝사랑하는 여성 아이코의 집에 찾아갔다 아이코의 할아버지가 의문사했다는 사실. 그전에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그저 그렇게 사는 주인공 나루세가 어느 날 자살하려는 사쿠라라는 여자를 구해주고. 그게 주 스토리인데, 나루세가 아이코 할아버지 죽음을 파헤치는 게 주 스토리인 것처럼 진행된다.
건강식품 판매회사, 잇단 노인들의 죽음과의 연관성을 확인한 나루세가 위험을 무릅쓰고 악을 응징하려 파헤치는 멋진 청년 소설. 미스터리 소설에 사회의식도 가미한 읽기 쉬운 소설. 여자를 그저 성적 대상으로 즐기던 나루세가 그래도 사쿠라라는 여자를 진정으로 좋아하게 되는데, 이게 말이다. 젊은 청년 나루세가 아니다. 이거다. 이걸 작가가 기막히게 속였다. 당연히 의도적인 거야 맞는데, 속인 그보다 속은 사람들이 허망할까?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뭔가 이상했을 수도 있건만. 아마, 대게 독자가 이게 소설이니까 하고 읽어서 그런 것 같다. 소설? 그렇지. 이게 소설이란 장르니까 가능한 거다. 이 작품이 일본에서 15년 동안 스테디셀러였다니.
현재를 살고 있는 노인 나루세란 인물이 젊은 소년으로 묘사하면서 전개되는 스토리라니. 천인공노할 방문판매회사 호라이 클럽의 악행을 파헤치는데, 그 클럽의 악행을 어쩔 수 없이 돕는 인물이 사쿠라였고. 나중에 밝혀지지만. 여기서, 고등학교 후배로 나오는 기요시는 정말 어린 학생이다. 나이차가 무려 50년 이상 차이 나는. 이게 소설가가 쓴 속임수인데, 영락없이 빠지게 된다. 아니, 의문을 갖는 게 이상하다.
싸구려 물품을 판매하며 거액의 돈을 노인들로부터 갈취하던 호라이 클럽이 이에 만족하지 않고 노인들의 사망보험금까지 노리는 현실, 그 현실을 비판하는 소설이기도 한 유쾌한 소설. 벚꽃 피는 계절에 추천할 만한 소설일 것 같다. 소설 내용은 가볍지만, 늙어가는 사회란 결국 구성원이 늙어갈 터. 그 인구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나라라서 한편에선 편치 않은 마음이지만, 나도 늙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늙고 있으니, 그래서 린위탕의 말이 자꾸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쉽게도 인생의 황금시대만큼은 그의 말과 다르게 그리 밝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더 늦기 전에 연애나 해야겠다. 인생의 황금시대는 늙어가는 미래에 있으니 말이다. 그럼, 당신은 늙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