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오는 길에 문득
골목골목에 생명의 아지랑이들이 뿜어져 나온다. 좁은 길목에 언뜻 보이는 창문들 사이로 아늑한 불빛이 켜져 있다. 각자 분리되어 살지만 함께 모여사는 듯한 모습. 피부에 닿는 온도보다 더 차갑게 마음을 에는 추위에 떨며 걸을 때, 한 골목에서 녹이 슨 일상들이 터져 나온다.
지친 기색으로 가득한 어깨에 짐을 이고 집을 나오는 중년 남자. 또 다른 골목에서는 산들바람이 일렁이는 삶이 엿보인다. 잠을 잘 시간조차 없이 육아에 지친 젊은 여자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듯한 아기를 힘겹게 안고 골목 안쪽에서 햇빛을 쬐고 있다. 그녀의 하얀 피부에 검게 드리운 삶의 그림자 위로 슬몃 비치던 밝은 태양. 작은 생명력이 선사하는 생명의 아지랑이에 감사하는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