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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랭크 May 11. 2024

팀장, 되다

어느 팀장 이야기 1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 회의실에서의 그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이 팀을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


 그의 말은 간단했지만, 그 뒤에 숨겨진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회사에서 내가 속한 팀은 오랜 시간 동안 잘 조율되어 왔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알고,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완성된 형태의 조직.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한다. 나의 팀장이었던 그는 자신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그는 다른 기회를 찾아 회사를 떠났다. 갑작스럽게 그의 빈자리를 내가 맡게 되었다.


 잘 조율된 팀은 내가 조직한 팀이 아니었다. 그의 팀이었다. 그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하나로 모여온 팀. 그 팀 안에서 나는 되려 항상 다른 팀원들보다 뒤처져 있다고 느껴왔다. 각자의 분야에서 팀원들은 나보다 뛰어났고, 그 지식의 깊이에 나는 종종 주눅 들곤 했다. 하지만 나는 경력직인 그들보다 회사의 섭리를 잘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팀장이 되었다. 이제 그들을 이끌어야 했다. 부담감이 매 순간 나를 짓눌렀다. 그러나 동시에, 이 새로운 역할은 나에게 기술적인 면은 물론 경력적으로도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그의 뒤를 이어 팀장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새 팀장으로서의 첫날,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사무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고요했다. 텅 빈 사무실을 한번 훑어본 뒤 모니터를 켜고, 팀의 현재 프로젝트 상태를 체크했다. 자료를 하나하나 훑어보면서, 나는 이제 이 모든 것의 책임자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각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들이 나를 압도했지만, 그것들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나는 그날 많은 시간을 팀원 각자와 일대일로 만나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의 우려와 기대를 듣고, 부족하나마 나의 비전을 공유했다. 각자의 목소리에서 나는 불안과 기대가 섞인 혼란스러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들과 같았다.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 팀의 기반에 나의 한 층 정도는 더해봐야겠다는 결심도 들었다. 그것은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 길을 걸어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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